올해가 광복 80주년이자 한일 수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점은 알려져 있지만, 을사늑약 120주년이라는 점은 간과되는 것같다. 저자는 <일본은 왜 한국역사에 집착하는가>라는 제목의 시리즈물을 출간하는 역사학자로서 외삼촌으로부터 받은 <병합 기념 조선 사진첩>에 관한 상세한 해설을 곁들인 책을 세번째 기획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우리는 한국 근현대사 가운데서도 일제 강점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하지만, 영광의 역사 뿐만 아니라 나라를 빼앗긴 치욕의 역사 또한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 기록하고 되새김질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의 미덕은 1910년이라는 일본은 기념하고 조선은 통곡한 바로 그 시점에 조선을 합병한 일본의 시각을 엿볼 수 있고, 천황을 비롯한 수많은 관료와 조선의 친일 인사가 생생한 사진 속에 박제되어 있어 백년도 넘은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한 역사가 실은 그리 먼 과거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해주며,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이러한 과거를 넘어 새로운 미래를 그려가야 할지 되돌아 보게 되었다.
저자의 외삼촌이신 이상혁 박사의 영인본에는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말자"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는데, 어쩌면 저자 홍성화 교수가 역사학도의 길을 걷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역사를 단지 교과목의 하나로 연도를 암기하고 통시적 지식을 단편적으로 습득하는데 익숙한 현재의 역사 교육을 벗어나 보다 근원적인 물음과 다양한 토론을 이끌어내는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나', '우리', '한국인'을 알기 위해서 특히 근대의 일제 강점기에 관한 보다 체계적이고 활발한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