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돌바람 > 일본 대중 문화 6
1. 오타쿠는 왜 생겨났는가?
80년대 일본 문화는 70년대부터 독립적인 활동을 펼친 오타쿠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원래 '당신/댁'이라는 의미의 오타쿠는 가타카나로 쓰이고 서양에 소개되면서 '이상한 것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통용되는 국제어가 되었다. 오타쿠는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광적인 팬이나 마니아를 넘어선 비평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좋아하는 대상을 중심으로 자신과 세상의 관계를 여러 의미로 재배열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다. 때문에 이 오타쿠의 존재는 일본 문화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독특한 문화로 평가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래사회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결합된 생비자(prosumer)가 등장할 것'이라는 앨빈 토플러의 예견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직접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일본의 오타쿠에서 그 전조를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왜 유독 일본에서 이러한 오타쿠가 생겨나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그들의 전통과 관계가 있다. 첫째 그들의 장인정신은 익히 알고 있듯이 에도 시대 상인과 수공업자의 학문이었던 심학心學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기술을 하는 것도 道라고 생각한 이들은 물건을 잘 만들지 못하면 인격이 낮은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는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만들어내려는 그들만의 장인정신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것이 현대로 오면 '무언가 정통하여야 한다'는 通( つ)정신으로 확장되어 수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2. 오타쿠가 영상 문화에 끼친 영향
오타쿠 문화의 기폭제가 된 것은 텔레비젼을 통해 방영된 <우주전함 야마토>다. 야마토가 <마징가 Z>를 비롯한 이전의 다른 애니매이션과 구별되는 점은 오타쿠에 의해 만들어진 생산물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확실히 보여준 데 있다. 야마토는 당시 기존의 어린이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26회를 끝으로 중도 하차했다. 하지만 그 반향은 애니메이션의 주대상이 어린이들뿐 아니라 성인들까지도 포섭할 수 있다는 데로 꽂혔다. 야마토는 실재 태평양 전쟁의 마지막 전함으로 장대한 SF적 설정과 배경을 기반으로 매회마다 수수께끼를 끼워넣어 최종회에서 그 실마리가 풀리는 대하 스토리로 짜여져 있다. 이는 30분짜리 1회 방영분에 영웅이 악을 물리치는 완결형 드라마 형식으로 짜여져 있던 이전의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과감히 깬 것이다. 때문에 텔레비젼에서는 중도 하차하기는 했지만 이후 야마토에 대한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애니매이션의 주대상층의 연령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의미에서 1970년대는 일본 역사상 최대의 영 컬처 전환기였다고 볼 수 있다. 이후 크리에이터의 산실이 된 오타쿠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작품을 내놓았는데 <신세기 에반게리온>(30만 명), <원령공주>(1,200만 명)의 예를 보면,오타쿠 시장의 파워와 수용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상대적으로 많은 <원령공주>의 관객수가 많은 이유 등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