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나나 농장의 휴식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0
선자은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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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나나 농장의 휴식>은 청소년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소설이지만 주인공 ‘나연’이를 통해 현실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사회 문제를 잘 담아두었다. 처음 제목과 책 표지를 보았을 땐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연상하기도 했는데, ‘플나나농장’이라는 단어 자체만 보면 평화롭고 자유로운 느낌이지만, 현실 세상 아닌 게임이란 가상 현실에서 ‘플나나농장’은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장소가 된 것이다. 중 2병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시기는 가족과 친구 관계에서 심적인 부분이 다양하게 형성되는데, ‘나연’이를 통해 청소년 독자들이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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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에 눈을 떴다. 매일매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일중독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농장 일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딱 기본만 해도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밤새 푹 자서 체력은 보충 되었지만, 아직 정신이 몽롱하다. 늘어지게 기지캐를 켜고 몸이 좀 깨어난 기분이다. 집 앞 수돗가로 나가서 차가운 물로 세수를 했다. “그러면 오늘도 시작해 볼까.”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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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스토킹할 만한 사람은 딱 한 사람뿐이었다. 유일하게 수상하게 구는 사람, 다름 아닌 달그네다. 플나나 마을에서 달그네는 현실 친구인 척하면서 내 주위를 맴돌았다. 그런데 실제로 지금 내 주위에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지비와 사귄다는 이유로 나를 해코지하려는 게 분명했다. 집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인적이 드문 길에서 누군가 따라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발소리에 이어 다른 소리가 같은 박자로 조금 느리게 겹쳤다. ‘설마......’ 속도를 늦췄는데도 나를 앞서가는 사람이 없었다. 차마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소리가 온몸을 타고 퍼져 나가서 온 세상이 흔들렸다. p.13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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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들이 많이 하는 게임을 통해 또래로 위장한 다음 접근해서 신상 정보를 알아내고 스토킹하는 식이었다. 그가 지비였던 것이다. 그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배신감과 함께 내가 너무 바보 같았다는 생각에 자책감이 들었다. 게임 속 캐릭터는 누구나 원하는 모습으로 꾸밀 수 있었고, 얼마든지 다른 사람인 척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걸 믿어 버린 것이다. ‘나한테 도대체 왜 그랬어요?’ 물어보고 싶었지만 물어볼 수가 없었다. 대화를 나누면 게임 속 지비가 혹시라도 떠오를까 봐 끔찍했다. 엄마가 달려와 내가 조사를 받을 때 곁에 있었다. 연락할 때까지만 해도 게임 좀 그만하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야단이 쏟아질 줄 알았는데, 엄마는 별말 안했다. 그저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엄마랑 손을 잡은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몰랐다. “엄마, 미안해.”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미안하다고 말하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널 지켜보는 좋은 친구들이 곁에 있어서.” 엄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게임 속에 있을 때만 외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현실의 내 곁에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음을.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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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은 도희였다. 달그네인 도희. 플나나 농장에서 도희가 <비밀의 화원>에 대해 말하던 것이 떠올랐다. 콜린을 도운 건 메리예요. 비밀의 화원이라는 공간이 배경이 되긴 했지만, 메리가 없었다면 콜린은 일어설 수 없지 않았을까요? 인간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도희는 곁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일어서지 못하던 나에게 손을 내민 친구였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도우려고 한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이제 그 손을 온전히 잡아도 좋지 않을까. 손을 잡으면 나만의 ‘비밀의 화원’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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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은 작가는 청소년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나연’이의 입장이 되어보는 느낌을 받았다. 목차가 신선해서 읽는내내 호기심이 생겼고, 결국 나연이의 해피엔딩을 보아서 기뻤다. 현실적인 캐릭터와 사회 문제를 반영하는 소설은 끔찍하거나, 자극적이기 마련인데, 이 책은 담백하고 깔끔하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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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 - 조기 은퇴 후 부모님과 함께 밭으로 출근하는 오십 살의 인생 소풍 일기, 2023년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
황승희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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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 제목부터가 신선하고 재밌었고, 잔잔한 에세이 보다 생동감 있는 살아있는 이야기란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조기 은퇴 후, 한 사람의 아내와 엄마가 아니라, 두 사람의 딸이자, 독립된 여성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멋지고도 용감하다. 황승희 작가는 글로만 보면 50대라는 나이가 믿겨지지 않는다. 뭔가 20대의 생기로움과 도전 정신이 느껴지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녀의 솔직하고 담백하지만 쿨한 느낌이 좋았고, 가슴 한켠에 고이 꿈꾸고 있는 귀농, 귀촌의 꿈이 모락모락 데워지는 느낌이었다. 30대 중반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일반적인 30대보다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때때로 잦은 밤샘과 과도한 방송이나 섭외 업무 량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내가 좋아서, 잘해서 오랫동안 이어온 방송 작가란 직업이 어느덧 꿈이 아니라 일이 되어 버리니까 때때로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15년간 존버정신으로 현직에서 일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도시를 떠나 농촌 여행을 즐기기 때문 일거다. 왠지 여행에서 이런 왕언니를 만나면 농촌의 매력에 한번 더 빠지게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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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알게 되고,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텃밭 농사하며 좋았던 것은 아빠를 전에 없이 자주보니 아빠와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날은 잊지 못한다. 외도, 게으름, 노름으로 모든 가산을 탕진한 난봉꾼이 할아버지였다는 긴 이야기 끝에 아빠의 진한 소회를 들었을 때는 내 가슴이 찡했다. “내가 한 번도 말한 적 없다만 이제사 내 처음 말하는데. 네 할아버지는 말이, 내 아버지지만 정말이지 부모로선 참 빵점이었다. 허나 원망은 나는 안 한다. 내 부모인 걸 어쩌냐. 나는 다 나 하기 달렸다고 믿는다. 난 평생 그 말대로 살았고, 내가 열심히만 살면 다 잘 되겠지 했다. 네 엄마랑 난 아주 진짜 열심히 살었다. 그게 중요한 거 아니겄냐.” 할아버지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들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아빠의 생각을 직접 들은 건 그날 처음이었다. 그날 나는 한 남자를 보았고, 얼굴의 주름이 훈장처럼 빛난다는 걸 알았다.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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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독거노인. 외롭지 않을까? 외로울 때도 있다. 오늘 밤을 못 넘기고 독고사할 것 같은 날도 있었더랬다. 그래도 실보다 득이 월등히 많다. 또한 왜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인가라는 인간적 연민도 있다. 그럴수록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나 자신을 아끼고 위하면서 밝게 살다 보니 내 삶이 무척 사랑스러워지는 마법의 순간이 금방 찾아왔다. “이만하면 나는 너무 괜찮은 사람.” 사실 나이를 먹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또 늘 아프지만, 외로움도 잘 타지만, 그래도 혼자가 좋다. 그리고 오래된 친구들, 취미 몇 개, 나의 고양이들,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엄마 아빠. 나는 좋은 것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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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뷔의 팔베개는 대일밴드 같다. 아무 일 없는 일상마저 고된 나에게 나뷔가 대일밴드를 붙여주는 것 같다. 상처는 아직 덜 아물었어도 계속 계속 그다음 어떤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대일밴드. 누구나 자기만의 대일밴드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저절로 목숨이 살아지지는 않으니까.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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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아버지, 삼촌과 함께 오이 농사를 짓는다. 이른 새벽부터 해가 질 무렵까지 농사는 쉴틈이 없다고 한다. 워낙 쉽지 않고 힘든 일이 농사이기에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반대라고. 농사꾼 아빠가 있어서 자신은 가능한 거라고. 그녀에게 아빠, 엄마는 부모이지만, 때로는 친구가 되고, 삶의 동반자가 되어주시는 듯하다. 돌싱으로 돌아온 딸, 회사를 그만두고 농사를 짓겠다고 하는 딸, 일반적인 대한민국 50대 여성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그러나 그러한 모습들에서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낀다. 책을 읽는 내내 즐겁고 평화로웠다. 짠하고 찐한 느낌이 아니라,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절한 무게의 감동으로 그녀의 삶이 그려졌다. 언젠가 그녀가 또다른 책을 낸다면 그땐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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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창창 - 2024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우수선정도서
설재인 지음 / 밝은세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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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을 보았을 땐 무언가 희망적이고 진취적인 느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와 딸의 사랑을 의미한게 아닐까 싶다. 곽용호란 이름을 들었을 때 이건 분명 남자 시점으로 썼을꺼야 싶었지만 오해였다. 용과 호랑이. 뭔가 사연이 있을 법한 이 이름은 29살 여성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엄마는 1% 스타 드라마 작가, 곽문영이다. 전체적인 소설 속 이야기는 친절하지가 않다. 어쩌면 불편하게 느껴질법한 엄마와 딸사이에서, 엄마가 사라지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광혜암에서부터가 어쩌면 엄마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구간이 아닐까. 엄마가 사라진 이유가 치매라는 것이, 나를 잊어간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까. 한 평생 엄마와 비교당하면서 살았다는 곽용호는 결국 엄마를 몰랐던 게 아닐까. 엄마로서의 그녀의 부재로 인해, 그녀의 성공된 삶을 온전히 지지해줄 수 없었던 딸의 마음이 어떤 마음 일지. 건강할 땐 모르지 않는가. 아프고 나서야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듯이, 사람의 마음도, 엄마의 사랑도 어쩌면 그녀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 것이겠지. <별빛창창>을 읽으면서 엄마와 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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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만 나오면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눈물을 줄줄 흘리는 사람들도 이해 가지 않았고, 서로 죽이니 마니 하면서 싸우다가도 제 아이 낳고서는 우리 엄마에게도 나처럼 예쁠 나이가 있었다며 갑자기 착해지는 이야기는 가장 최악이었다.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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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엄마는 나를 필요로 한적이 없다. 엄마의 삶에는 이곳이 더 중요하다. 이곳에서 평생 상상조차 못 했던 무시무시한 병증의 실체를 알게 되고, 자신을 전혀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보고, 남에게 끼니를 떠먹이고, 또 아기처럼 받아먹으면서 나는 내내 이상하게 불안했다. 이유를 헤아리기 힘들었는데 장현의 질문때문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느끼는 이 서늘함이 무언이었는지를. 그 서늘함은 내 안의 진짜 나와 남들이 봐주길 바라는 이상적인 나와의 괴리에서 오는 것이었다. 나는 이러한 안타까운 사연들에 눈물짓고, 이들을 내치거나 이들의 기능만을 필요로 하는 가족이란 놈들에게 분노하고, 그리고 남몰래 선행을 베풀어온 엄마에게 감동해야만 했다. 내가 이런저런 매체에서 배우고 체득한 바람직한 방향으로 자랐다면 응당 그리해야만 했다. 특히 내가 엄마의 드라마 속 주인공을 닮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뉘우치고 깨닫고 발전해야 했다. p.168-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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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두 번 꾸었다. 첫 번째 꿈은 내가 아예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때의 모습들이었다. 여자의 말을 자장가 삼아 베개에 머리를 묻고서 내내 상상했기에 꿈에까지 이어진 모양이었다. 아마도 그 꿈의 내용은 내 주관과 소망이 반영되었을 게 분명하다. 내가 없었다면 곽문영은 악착같이 살지 않았을 거라는 믿음 말이다. 그래서 글도 그렇게 열심히 안 썼을거고,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드라마 작가는 되지 않았을 거고, 어쩌면 아직까지도 독립 같은 건 꿈에도 못 꿨을지 모른다는, 그저 내 존재의 이유를 증빙받기 위한 무의식의 연장선에 있는. 잠시 깨서 옆에 누운 여자의 작은 윤곽을 보다 다시 잠들었을 땐 다른 꿈을 꾸었다. 호랑이와 용이 나오는 꿈이었다. 나는 잠을 자면서도 내가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 할 수 있었다. 깨어나서는 한참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옆에 누운 여자 역시 깨어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p.329-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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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난 후 든 생각은 단막 드라마를 시청한 듯한 기분이었다. 절절한 신파극이나 달달한 멜로는 아닌, 담백한 드라마 감성이어서 더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별빛창창>을 원작으로 드라마 대본이 쓰여져도 훌륭한 드라마가 만들어질 것 같다. 미혼모이지만 성공한 드라마 작가, 곽문영과 엄마의 딸로 사느라 쉽지 않았던 곽용호, 그리고 그녀의 첫사랑, 장현, 등장인물들의 여러가지 대화와 행동, 지문을 보면서 캐릭터들의 성격을 분석해보고 그 안에 담긴 ‘사랑’하는 마음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약간은 판타지적인 느낌도 받았지만, 인간의 인생이란게 어쩌면 ‘판타지’ 그 자체가 아닌가. 광혜암이 실제로 있다면 한번쯤 방문해보고 싶었고, 실제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상상도 해 보았다. 소설가 설재인의 소설을 처음 읽게 되었고, <별빛창창>을 통해 그녀의 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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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려가볼까요? - 더 높이 오르지 못할까 두려운 날, 수평선 아래에서 만난 진짜 평화
최송현 저자 / 은행나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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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내려가볼까요> 제목부터가 인상깊었다. 어렴풋한 내 기억속에 최송현 작가는 ‘예쁘고 똑똑한 KBS 아나운서’ 였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라마 속에서 배우 최송현을 보았는데 조금은 놀랍고 신선했다. 그 당시 내가 가진 아나운서는 예쁜 이미지를 가진 온실 속의 화초같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나운서가 아닌 배우로서의 그녀는 당돌하고도 자유로워보였다. 그리고 스쿠버 다이빙 하는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는 소식을 어디선가 접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몇년만에 그녀의 에세이를 만나게 된 것이다. 어쩌면 가장 그녀스러운, 사랑스러운 한권의 책이었다. 또한 바닷 속 세상을 다시금 배우고 여행하게 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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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착하게 살았나 보다. 그동안 많이 고생했다고 오늘은 상받는 날인가 보다.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오래 살고 싶다. 행복하다.’ 남편을 만나고 한동안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려댔다. 그 눈물은 서로의 아픈 상처를 보듬어주기도 했지만, 그저 벅차고 좋아서 눈물이 날 때가 더 많았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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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영우의 꿈이며 사랑인 고래도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영우의 대사처럼 ‘바다가 고래의 비밀을 지켜주고 있다’라고 느낄 만큼 고래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부족한 것은 어쩌면 고래를 수중에서 직접 보는 것이 허락된 지역이 많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등고래를 배 위에서 볼 수 있는 지역은 꽤 많지만, 고래와 함께 수영하는 것이 허락된 지역은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힐만큼 제한적이다. 먼발치에서 수면 위로 올라온 고래의 찰나를 보는 것은 내가 기대하는 혹등고래와의 만남이 아니었다. 그래서 ‘웨일 워칭’이 아닌 ‘웨일 스위밍’이 가능한 지역을 찾았고, 2017년, 오랜 꿈이었던 혹등고래와의 만남을 위해 프렌치 폴리네시아 모레아(Mo’orea)섬으로 떠났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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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내게 가르쳐준 사랑과 희로애락, 세상을 다르게 보는 시각, 존재의 가치에 대한 고찰 등 그 수많은 의미와 과정을 한마디로 다 설명하긴 어렵다. 그러나 만약 ‘바다’가 동사라면 한 대상을 진심으로 탐구하고 존경하며 두려워하고, 존재하는 그 자체로 사랑한다는 마음을 내가 가진 최고의 숭고한 예를 담아 말하고 싶다. “나는 너를 바다해.”-P.360


- 이 책을 통해 내가 느낀 건 나또한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다에 대한 그녀의 애정과 진심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인간 최송현은 참 바다와 닮은 사람, 바다의 깊음과 자유로움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를 통해 바다를 사랑하는 방법과 그녀가 체험한 바닷속 세상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과거의 그녀는 내게 똑똑하고 예쁜 전 아나운서 최송현 이었지만, 현재 시점으로 그녀를 말한다면 바다를 사랑하는 행복한 인간 최송현이다. 아마도 이제 바다로 갈때면 이 책을 챙겨다닐 거 같다. 그리고 인간 최송현의 바다같은 삶을 기억하고 또 다시 만날 그녀의 인생 이야기를 기다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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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나온 여자인데요 - - ROTC에서 육군 대위로 전역하기까지 MZ 여군의 군대 이야기
신나라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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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직업 군인이라면 자연스럽게 딸도 군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책 속의 저자는 아버지가 군인이고, 군인 아파트에서 10년을 거주 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국어국문학과를 입학해서 ROTC를 통해 직업 군인으로 6년을 살았다는 것.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직업군의 이야기를 통해 군인의 삶도 평범한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태양의 후예> 보다, <미생>에 가깝다는 말이 절묘하게 설득이 되었다. 인간은 어릴 때부터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사회를 만나게 되고, 남성의 경우 성인이 되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대에 간다. 여성의 경우는 본인이 선택해서 갈 수 있는데, 내가 볼때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대단한 것 같다. 군인으로 살아온 6년의 삶은 누구보다 명예롭고 빛나는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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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직업은 다 해도 군인은 안 한다. 군인이랑 결혼도 안할 거다. 늘 그렇게 생각했는데 군인이 되라니.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았다. 담임선생님의 군인이 되라는 말에 씩씩댔는데, 과외선생님이었던 교회 오빠 조차 가깝고 학비가 전액 지원되는 육사에 가라고 해서 분노했다. 그때는 딱히 파티시에 아니면 되고 싶은 직업이 없었고, 책 읽고 말하는 걸 좋아하니 아나운서를 생각했다. 문제는 드라마였다. 바람 잘 날 없는 딸 부잣집 이야기 <소문난 칠공주>가 시작된 거다. 가난한 집안의 삼 형제 중 장남이었던 우리 아빠는 군 장학금으로 고등학교를 다녔고, 졸업과 동시에 부사관으로 입대했다. 출장이 잦아서 항상 바쁜 아빠였기에 어렸을 때 아빠와의 기억이 많지 않았다.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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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목격한 그때 나도 행동을 해야겠다 싶었다. 딸 셋인 우리 집에서 누구 하나 군대에 가야 할 텐데 그게 나다 싶었다. 이제라도 부사관 시험을 봐야하나? 학사장교는 대학 졸업반 때 지원할 수 있어서 너무 늦을 것 같은데. 그러다가 대학교 2학년이 되었다. 우리 학교에도 여성 학군단 후보생을 모집한다는 플랜카드가 여기저기 붙었다.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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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반대하셨다. 좋은 직업을 가지고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네가 군대에 가면 동생들도 다 군인이 될 거라고 하면서 말리셨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욕심 많은 딸이 조직에서 적응을 못하고, 폐가 될까 봐 걱정하셨던 마음도 느껴진다. 운명은 내 편이었는지, 여성 학군단 후보생을 모집한다는 플랜카드가 캠퍼스 여기저기 붙었다. 나를 위한 기회인 것 같았다. 1년간 체력 단련과 면접 준비를 해서 최종 합격을 한 후에야 아빠께 얘기할 수 있었다. ‘아빠는 아들이 없어서 군대 간 자식 걱정은 안 할 줄 알았는데.’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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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길로 비유한다.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인생의 갈림길이라고 하고 직업은 진로라고 한다. 누구도 대신 걸어줄 수 없는 행군처럼 묵묵하게 홀로 나아가야해서 일까? 내 길인 줄 알았는데 아닌 길이 있고, 지름길을 찾으려다 오히려 더 시간이 걸리는 굽은 길로 갈수도 있다. 또 길을 잃어 헤매다 새로운 길을 발견하기도 한다. 인생길에는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길 로(路)자 한자를 보면 꼭 등에 무거운 짐 지고 모자를 쓰고 걸어가는 사람 같기도 하다. 한때 여행 작가를 꿈꾸던 내가 육군 장교의 길을 선택해 걷고 있다. 바람의 딸처럼 이곳저곳을 밟으며 자유롭게 살고 있으니 두 길은 원래 하나였는지도 모르겠다.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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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에게 여군이란 직업은 생소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생각이 달라진다. 여군이란 직업에 공감을 하게 되고, 이 또한 국가와 사회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직업이라는 것_ 그녀의 삶은 누구보다 치열하고 뜨거웠을 것이다. MZ세대인 여군의 삶은 생각보다 더 어른스럽다. 그녀의 삶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존경한다. 여군을 꿈꾸는 대학생, 청소년들이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이 책을 통해 여군에 대한 편견과 시각이 개선 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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