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블로그 일 방문자 수 1,000명 만들기 - 개정증보판
권호영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한달만에 블로그 방문자 수 1,000명 만들기>는 유익한 정보이자, 알찬 지식 노하우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기초부터 중급, 고급까지 블로거가 되는 과정을 상세히 담아두었고, 제목 만큼이나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노하우도 자세히 가르쳐 준다. 나도 10대부터 꾸준히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했었고, 대학생 때는 하루 300명 정도 방문자들이 이어졌다. 방송작가를 일하면서 잠시 블로그 운영을 중단했던 적도 있었지만, 일기장처럼 꾸준히 하면서 어느 덧 블로그를 시작한지 15년이 훌쩍 넘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일기장 같은 개념으로 운영하면서 이웃, 서로이웃과 같은 온라인 속 인물들과의 소통으로 또 하나의 경험을 쌓았다. 요즘은 출판사에서 책을 협찬 받아 자유롭게 서평을 쓰고, 내가 사랑하는 여행기를 담고 있다. 체계적으로 형식에 맞추어 한다기보다 자유롭게 즉흥적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전략적인 블로그 운영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노하우를 습득했고, 새해가 되면 새롭게 블로그 운영을 해보고자 한다. 꾸준함과 지속성의 나의 장점인데, 대중성과 전략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어쩌면 <한달만에 블로그 일 방문자 수 1,000명 만들기>를 읽고나서 조금은 새롭고 색다른 계획을 세워보고자 한다.

-
하루 아침에 갑자기 방문자 수가 급등하는 블로그를 만드는 법은 없습니다. 오랜 기간 꾸준하게 운영한 블로그가 인정받는 건 당연한 논리가 아닐까요? ‘2015년 이전에 만들어진 블로그가 상위 노출이 잘 된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이 역시 그만큼 오랜 시간동안 운영을 해 온 블로그 일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지, 블로그만 만들어놓고 운영하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아요.

-
각 SNS 성격에 맞게 내용을 조금씩 변형해서 공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어요. 똑같은 내용을 여러 개의 플랫폼에 똑같이 올리면 네이버 블로그는 성장이 더딥니다. 블로그에 올려야 하는 글 스타일, 인스타그램에 올려야 하는 글 스타일, 브런치에 올려야 하는 글 스타일은 각각 다르니까요. 조금 더 부지런하게 운영하며 내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전부 다 잘 활용해보기로 해요. p.244

다양한 블로그의 개성을 각각 존중하는 건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뒤에는 공개적으로 글을 쓸 때, 특히 블로그로 성장해서 수익창출과 브랜딩을 다 이루고 싶다면?
긍정마인드 장착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해봅니다. 긍정 마인드를 장착하면, 남과 비교도 덜 하게 됩니다. 내가 부족해보일 때, 나와 다른 의견에 맞닥뜨렸을 때, 부정적인 댓글같은 악플을 받았을 때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슬픈 일, 우울한 일, 화나는 일이 있을텐데, 그걸 다 참고 숨기라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우울한 일이 있으면 블로그 이웃님들과 슬픔을 나누기도 하고 억울한 일이 있으면 함께 화내주는 이웃님들과 화도 풀어야죠. 단지, 블로그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불평, 부정, 분노로 가지 않도록 조절을 하면 좋다는 뜻입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블로그 주인인 ‘나’를 곁들인다고 생각해보세요. 긍정의 마인드를 가지고 블로그를 운영하면 중심을 잡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p.282-283

-
이 책이 유익한 이유는 바로 작가의 실제 경험과 노하우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수년간의 노력으로 작가의 퍼스널브랜딩이 녹아있는 책이라는 말처럼, 한장 한장에서 느껴지는 노하우들이 알차고 유익하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초보자도 쉽게 읽고 따라할 수 있는 부분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책을 읽고 나만의 블로그 운영을 시작해보길 바란다. 오랜 시간 블로그를 운영해온 한 사람으로서도 이 책은 분명히 자기를 계발할 수 있는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새해에는 하나씩 차근차근 따라해 보면서 하루 방문자 수 1000명이 되는 그날을 꿈꾸어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학교 넘어 도망친 21살 대학생 - 울면서 떠난 세계여행, 2년의 방황 끝에 꿈을 찾다, 2024년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홍시은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교 넘어 도망친 21살 대학생>은 용감하다. 방황의 시작이 여행 이었지만, 결국 그녀에게 여행은 희망이고 삶이 되었다. 대학생이란 신분은 대학교라는 공간에서 불리는 거지만, 결국 학교에 있고 없고는 스스로가 택하는 것이고, 내가 있어야 할 공간, 자리를 찾는 것 또한 나 자신의 몫이다. 21살이라는 나이에 백지 시험지를 제출하고 학교를 떠났다는 건 어떤 이가 보기엔 무모하고 철없는 행동이라 여기겠지만 그 나이는 철없어도 괜찮은 나이다. 자신이 행동한 것에 후회가 없다면 철이 있든 없든 그것은 스스로가 감당해야 할 몫이고, 나는 그녀의 젊은 패기와 도정 정신이 마음에 들고, 자유로운 행동이 멋지다. 온전히 자신을 알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 위한 혼자만의 여행 이라니. 꽃다운 나이에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도전이 아닐까. 그녀의 생각과 기록들도 좋다. 뭔가 충격이었던 건 저자가 공대생이라는 것. 이과보다는 문과에 가까운, 문학 소녀와 같은 글솜씨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청춘은 더없이 빛나고 아름답다.

- 📃
먼지 묵은 공기들이 기타 줄에 따라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순간 모든 신경이 아날로그한 소리에 집중되었다. 머릿속에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치 싱잉볼을 연주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기타 줄의 고유한 진동이 잡다한 생각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나는 그 매력적인 순간에 매료되어 기타를 구매하고 싶었다. 하지만 기타의 가격은 십 만원. 하루 여행비를 초과하는 금액이었다. 후다닥 악기점을 벗어났지만, 그때의 순간이 며칠동안 머릿속에서 아른거렸다. p.133

- 📃
오늘을 살기 위해서는 맛있는 음식이 필요하다. 계절을 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목표가 필요하다. 여행이 필요하고 사랑도 필요하다. 일 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조금 더 커다란 의미가 필요하다. 그건 추상적인 꿈일 수도 있고 다른 무엇일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살아갈 이유가 되어준다면야 충분하다. 그 의미들이 텅 빈 채로 흘러가는 우리들의 인생을 살아있게 한다. 나는 여전히 꿈을 찾는다. 원대한 목표를 세우거나 위인이 되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그저 스스로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일이면 된다. 부레가 나의 존재를 잠식시키지 않을 때까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p.196

- 📃
스스로의 빛을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타인의 빛으로만 가득 찬 세상이 펼쳐진다. 유랑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삶이 펼쳐진다. 세상의 규칙을 맹신하는 이들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 펼쳐진다. 정답이 존재한다고 고집하는 이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오답이 펼쳐진다. 삶은 우리가 살고자 하는 세상을 보여준다.
나는 여전히 도시의 새파란 하늘 속에서, 보이지 않는 별들을 헤아리곤 한다. p.240

-
여행을 통해 만나는 사람, 장소, 인연, 자연 그 모든 것은 아름답다. 그리고 여행 안에서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들은 그 모든 것이 소중하다. 그녀가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고, 타국에서 기타를 배우고, 세계 여러 나라의 외국인을 만나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것들이 어쩌면 교과서에서는 만날 수 없는 배움이기에. 무작정 학교를 휴학하고 여행을 떠난다는 건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겠다는 그녀의 무언의 의지가 아니었을까. 여행에서 이처럼 저자가 여행을 통해 만난 그 모든 것들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울면서 떠난 세계여행, 2년의 방황 끝에 꿈을 찾은 그녀는 삶의 방향을 찾은 듯하다. 앞으로 그녀의 여행작가로서의 삶을 묵묵히 응원하고 사랑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버니와 9그룹 바다 탐험대 저스트YA 6
한요나 지음 / 책폴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복된 일상에 지쳐있는
청소년들에게 추천하는 한요나 소설

'얼마 남지 않은 바다 우리는 그곳으로 간다'

-
먼 미래의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인간이 살기 좋은 세상일까, 자연이 살기 좋은 세상일까. 극 중 버니가 넓은 바다를 선택 한다는건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지향한다는 것_ 스스로 자유롭게 바다로 뛰어든다는 것이 멋지다. 판타지 소설 속에서 만나는 환경적 문제, 우리가 살고있는 현대사회에서 뭔가 한번쯤은 관심가져 볼만한 이야기다. 한요나 작가가 만든 책속의 주인공들은 어리지만 어른같은 생각을 하고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일상도 새롭게 경험하지 않거나, 시도하지 않는다면 성장할 수 없다. 새롭게 경험하고 시도해야 성장할 수 있다.

-
시기는 미움의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다. 가장 풀기 어려운 미움이기도 하다. 그래서 명원이가 날 싫어하는 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애들은 왜 그러는지 도통 모르겠다.
p.37

-
"그러니까 오빠는 바다탐험대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다른 곳에 갔었어요?"
"나는 동굴 탐험대."
"왜요?"
"바다랑 동굴이랑 이어져 있는 경우가
많거든. 나는 그런데를 탐사해 보고 싶었어. 그들이 말하는 것이 모두 진실인 줄 알았을 때 말이야."
"그들? 진실이요?"
"그래. 지구 공동설. 그들도 믿고 싶어서 믿는 거겠냐만은."
"그럼 틀린 거예요?"
R7 오빠가 산 언니 같은 표정을 지었다. 조금 안쓰럽다는 듯, 기특하다는 듯,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내가 아주
잘 아는 표정이었다.
"틀린 것도 아니지만 맞는 것도 아니지." p.124-125

-
그래서 나는 바다로 간다. 바다로 간 뒤에는 나도 모르겠다. 일단 바다에서 생활을 시작한다. 맑은 물도 보고 흐린 물도 보고, 우리 공동체 지역처럼 오염된 구역도 보면서 나는 바다를 이해한다. 바다가 나를 이해하는 일처럼 나는 그렇게 떠나기로 한다. 태인이도 결국 바다를 선택하겠지. 우리가 같은 배에 오를지도 모른다. 다른 배에 오르게 된다면, 서로 다른 입구를 찾으러 떠나게 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걸 받아들이는 거라고, 얼마 전 G선생님이 말했다. 그런 어쩔 수 없음은 어른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p.163

-
평범하지 않은, 일반적이지 않은 상상 속의 세계를 만난 느낌이다. 책 속의 열여덟, 버니는 언니에 대한 애정이 큰 소녀이다. 언니에게 쓰는 편지는 곧 자신과 다른 세계로 떠난 언니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있다. 어쩌면 가족보다 소중한 존재, 버니는 언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청소년들이 주인공이다. 조연은 어른이고, 주연은 청소년이다. 보통 가정이란 울타리에서 공동체를 배우지만 책속의 아이들은 가족이 없다. 미래의 시대이지만 뭔가 자유로울 수 없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성인이 되기 전 청소년기에 할 수있는 다양한 고민들, 어른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청소년기의 본능과 감정이 책속에 묻어난다. 상상 속 세계와 현실 속 사회는 닮지 않은 듯 닮아있다. 작가가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이리도 신선한 소설 속 세계를 창조했을까. 어쩌면 읽는 독자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새롭게 도전하라는 말로 들릴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두려워말라 라는 말도 들릴 것이다. 또다른 누군가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고, 또다른 이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이 책은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신선하고도 생기있는 SF 판타지 소설이니 청소년과 성인 모두가 함께 읽어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 개정판
김지영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과 사랑에 빠진
용감한 그녀의 여행 에세이

-
여행은 모름에서 시작해서 앎으로 끝난다. 여행에서 만난 그 모든 것이 삶의 활력이자 행복이 된다.

-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책 속에서 만난 그녀는 용감한 여행자였다. 반복된 일상의 안정감을,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를 모르는 새로운 세계로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용기있는 일인가. 그녀에게 여행이란 가장 중요한 도전이었을 것이고, 그 도전을 통해 그녀는 여행자가 되었다. 그녀가 만난 세계의 풍경들, 여행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을 통해 한권의 에세이가 만들어졌다. 한편 한편의 에피소드들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독자의 마음에 새겨진다. 그녀의 여행기 속엔 예쁜 사랑이 담겨져 있다. 여행을 사랑하는 나이지만, 여행에서 사랑에 빠진다는건 낭만적이지만 흔치 않은 일이다. 우연은 인연이 되고, 인연은 운명이 되는 삶은 어쩌면 축복을 만난 것이 아닐까.

-
여행지가 주는 설렘과 낭만은 사랑이 주는 그것과 비슷하다. 내가 이 풍경과 상황을 사랑하는 것인지 혹은 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완벽하게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단언컨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사람에게 마음을 내어준 이유가 무엇인지를 아직도 모르겠다. 아프리카 대륙을 함께 여행하고 나면 행선지도 달랐다. 한국으로 돌아가도 광주에 산다고 했다. 광주에 계시던 친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론 그곳에 갈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를 만지고 싶었고, 그거면 충분했다. - p.42

-
외로움과 그리움을 이겨내고, 위험하고 두려운 모든 상황을 버텨내고 절대로 답이 없을 것만 같은 일들을 풀어나가며, 나는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하는 일을 배웠다. - p.64

-
"여자 혼자 여행해도 괜찮아요?" 여행을 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들어온 질문이었다. 밤늦게 돌아다니지 않는다. 중요한 물건은 늘 품에 지닌다. 적당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이 세 가지는 내가 여행을 하며 지켜온 최소한의 철칙이었다. 사실 나뿐 아니라 혼자서 여행한다면 누구라도 지켜야 하는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었다. 우리는 당연한 것들을 꽤 많이 간과하고 살아간다. 이 규칙도 긴 여행을 하면서 가끔 놓치기 마련이었다. 모쪼록 저 질문의 요지는 이것이었다. ‘여자’ 혼자. - p.227

-
여행 에세이를 선택할 때 우선적으로 보는 게 있다. 프롤로그 시작 지점을 읽게 된다. 여행을 하게 된 이유가 바로 독자의 마음을 이끌어 준다. 여행에서 궁금한 건 장소와 정보보다 작가의 생각과 마음이다. 그리고 사랑이다.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 누군가의 도전하는 삶을 만나면 읽는 이의 마음도 특별해진다. 이 책 속에는 웃음 꽃이 피고, 사랑이 피어 오른다. 그래서 오늘도 여행과 사랑에 빠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스를 손에 든 자 - 대학병원 외과의사가 전하는 수술실 안과 밖의 이야기
이수영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에도 몇번 씩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외과의사의 고뇌와 진심이 담긴 닥터 에세이

-
삶의 시작과 죽음의 끝에서 인간이 가장 처음 만나는 인연이 바로 ‘의사’다. 태어날 때는 산부인과 의사에 의해서, 죽음의 끝에서는 질병과 사건, 사고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의사 앞에서, 사망 신고와 함께 생을 마감한다. 어쩌면 의사는 생애의 시작과 끝을 모두 함께하는 직업이기에 귀한 직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
<메스를 손에 든 자>는 외과 전문의 이수영 의사의 진솔한 닥터 에세이다. 책 속에는 희망과 절망을 오가는 외과 의사의 일상과 그가 만난 많은 환자들과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오랜 기간 의학방송을 제작하면서 대학병원부터 지역병원, 동네 의원까지 다수의 병원의 의사들을 만나왔고, 그 시간 속에서 선명하게 기억되는 건 화려한 수술 경력이나 인지도가 아니었다. 환자에게 친절하고, 환자와 함께 하는 인간미 넘치는 의사이다. 보통 외과 의사하면 메스로 인간의 배를 가르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함이 묻어나는 닥터, 과거 드라마 <하얀 거탑>에 극 중 외과 의사인 장준혁을 연상하지만,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외과의 이미지도 달라진 듯 하다. 외과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
임종의 순간은 전혀 극적이거나 혹은 낭만적이지 않다. 여보 사랑해, 먼저 가서 미안해, 우리 아들을 잘 부탁해, 하고 두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리다가 꼴까닥 숨이 넘어가면 심전도가 갑자기 심정지 상태로 변하고 의사는 저 먼발치에서 고개만 떨구는 그런 죽음은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다. 대다수의 환자들은 가족들에게 이런저런 말을 전할 새도 없이 본인이 죽음의 문턱을 넘고 있음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갑작스레 상태가 나빠진다. 의료진은 어떻게든 환자를 살려보려 기도 삽관을 하고 승압제를 달고 투석을 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하지만, 최선의 노력이 항상 최상의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아서 그 모든 시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결국 죽게된다. 임종 직전의 환자는 혹시 모르는 소생의 가능성을 붙들고 시행하는 온갖 의학적 처치 속에서 정작 보호자와는 철저히 분리되며, 중환자실에서 현대 의학이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한 끝에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판단이 되면 그제야 보호자가 환자의 곁을 지킬 수 있게 된다. P.149

진실을 주는 것으로 나의 역할은 끝이다. 나머지는 환자와 주변인들의 몫이다. 스미노 요루의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주인공은 이전과 다르지 않은 일상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것이 일상을 보상해 주려 필사적인 가족들보다 진실을 알면서도 일상을 함께해주는 친구와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암 환자들에게 내가 기어코 수술을 권하는 것도, 그들의 귀중한 남은 삶에 짧게나마 일상을 마련해주고픈 이유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외과의사로서 해 줄수있는 마지막이다.
- p.193

-
분명한 사실은,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집도’하는 ‘내 수술’이다. 전공의, 전임의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그 능력 내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수술을 경험하게 해주며, 그 모든 과정과 결과까지도 책임지는 것이 내 역할이다. 일부 과정을 전공의, 전임의들에게 맡기더라도 내가 했을 때와 아무런 차이가 없게 만드는 것까지가 내 임무이고 능력이다. 그래서 나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제 이름을 걸고 하는 모든 수술은 제가 합니다. 그러니 걱정 붙들어 놓으세요. - p.220

-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의사란, 환자를 살리는 의사, 환자를 배려할 줄 아는 의사, 환자에게 긍정적인 확신을 줄 수 있는 믿음직한 의사다. 이수영 닥터를 통해 의사와 환자의 사이에서 삶과 죽음 앞에서 의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금 느꼈다. 웃을 일 보다 울 일이 많을 직업일지라도, 책을 읽으면서 외과 의사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고뇌의 시간들을 보내고 동시에 수술실 안과 밖에서 벌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아는 것이 외과 의사라는 직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수술실 안의 의사는 차갑고 냉철하지만, 수술실 밖의 의사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환자가 의사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거다. 끝으로 머리가 똑똑하고 공부를 잘해서 가는 의대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의대에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