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야기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0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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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낳은 주옥같은 단편소설집
[ 마지막이야기들 ]
윌리엄트레버 지음 / 민승남옮김 / 문학동네

[마지막 이야기들] 제목에 이끌였다. 늦여름 초가을이 시작되는 기점에서 마지막 여름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어서 선택했다. 단편 소설 [모르는 여자]에서 에밀리의 마지막 선택은 사고 자살이 아니었을까. 가질 수 없는 사랑을 가지려 하지 않고 욕심 내려 하지 않는 에밀리는 결국 삶을 스스로 끝냈을 것이다.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지만, 사랑을 받아본 기억이 없기에 사랑을 할수도 없는 에밀리의 외로운 삶이 왠지 씁쓸하다. 삶의 마지막 선택이 죽음이라니 마음이 아프다.
윌리엄 트레버의 [마지막 이야기들] 총 10편의 단편 소설에서는 삶의, 사랑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을 일깨워주는 명작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하기를 트레버 소설의 특징은 군더더기 없는 정확하고 생생한 묘사, 흔들림 없이 정밀한 인물 설정, 칼같이 예리한 동시에 불가사의한 부드러움을 지닌 소설적 시선에 있다라고 한다. <피아노 선생님의 제자>, <모르는 여자>, <크래스소프 부인> 남성 작가가 여성의 관계와 성격을 이리도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에피소드로 인간애를 담아낼수있다는 것에 시대가 지나도 변함없이 잊어지지않는 최고의 소설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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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느렸다. 밤의 느림은 그들의 희망이었고, 창턱 위에 놓인 시곗바늘의 굼뜬 움직임은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 수 있도록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였다. 시간은 그들의 수호신이라고, 앤서니가 말했다. 시간은 공호하게 흘러가면서, 그들의 사랑이 고귀한 로맨스로 완성될 때까지 그 사랑을 지켜줬으니까.
“우린 행복해, 그렇지?” 그는 자신의 확신을 조금 강요했다. “그러니 우리, 분별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헝클어진 실타래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 <마지막 이야기들> 단편 소설 중 [겨울의 목가]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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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걸어 돌아가는 길에 서실리아는 할 수도 있는 말을 하지 않았고, 물을 수도 있는 말을 묻지 않았다. 그녀는 알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메마르고 먼지 낀 나무들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자전거 탄 사람들이 지나가며 그들에게 미소를 보내고 손을 흔들었다. 멀리서 항구로 돌아오는 미니버스와 덜컹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제 갈까?” 아버지가 그녀에게 두 손을 내밀며 말했다. - <마지막 이야기들> 단편 소설 중 [여자들] p.237

윌리엄 트레버 작가의 소설은 감정적이지 않지만, 감정을 울리는 재주가 있다. 감정이 드러나는 않지만 캐릭터와 인물들의 행동, 소설 속 풍경들이 독자의 마음 속에 그려진다. 감정보다 이성적인 듯한 느낌과 더불어 선명하고 섬세하다. 그래서 읽고 또 읽어도 새로운 느낌이다. 만약 내가 소설가로 삶을 마감하게 된다면, 윌리엄 트레버와 같이 이야기를 쓰고싶다. 트레버는 장편과 단편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드문 작가인데, 자신을 단편 작가로 소개하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2016년 11월 20일, 88세를 일기로 영면했다고 하는데, 탄생 90주년에 [마지막 이야기들]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앞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고, 많은 이들의 삶에 위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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