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부자의 세상을 읽는 지혜 - 그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나?
이준구.강호성 엮음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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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부자는 소위 금수저 출신들이 아니다. 이들은 사농공상의 계급에서 하위 계층 출신으로 대부분 천민 혹은 중인들이다. 역관, 무역, 보부상, 고아, 과부 등 사회적 제도와 관습 안에서 불리한 조건을 안고 사는 이들이었다. '조선 부자의 세상을 읽는 지혜'에서 만난 12명의 인물들은 교과서나 미디어에서 소개되는 왕과 양반들의 화려한 신분 이면의 역사를 알려준다.

오산 학교를 설립한 독립운동가 남강 이승훈이 인생 여정도 조선 사회의 이면을 보여준다. 천민 출신 이승훈은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큰 부잣집 잔심부름꾼(방사환)으로 시작하여, 열여섯에 유기를 들고 황해도로 들어가 보부상을 하게 된다. 나름의 조직과 체계를 갖추어 하나의 조직을 이뤘던 보부상들의 세계, 이들은 조선 시대 통신과 유통, 운송의 역할을 하며 부당한 처우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집단으로 대항할 줄도 알았다. 이 지역, 저 지역 조선 구석구석을 떠도는 그들의 생명력과 애환이 우리 역사 한구석을 단단하게 받치고 있었다. 수환 좋던 이승환은 보부상 경험을 토대로 유기 공장과 점포를 차려 어엿한 사업가로 성장한다. 저자는 이승훈이 정직함과 신의를 무기로 평양 최대의 거상으로 우뚝 섰다고 하지만, 이승훈은 자본 유통, 독점 매매, 운송업을 이해한 찐경영자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조선의 부자라는 타이틀은 얻었지만 이승훈의 삶은 조선의 운명처럼 고단했다. 발품 팔면서 행상 다니던 고단했던 시절을 극복했지만 망국의 기운은 개인의 삶을 잠식해갔다.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 일제의 침략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혔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사회적 역할을 찾아 나섰다. 특히 도산 안창호 선생의 연설을 계기로 사회적인 인생으로 변태(變態) 한다. 한 개인의 인생이 이렇게나 역동적일 수 있다니 놀랍다. 화려한 생활과 거리가 멀었던 조선의 부자 이승훈의 진정한 재산은 삶을 향한 무한한 기개이다.


v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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