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사장의 지대넓얕 1 : 권력의 탄생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생각을 넓혀 주는 어린이 교양 도서
채사장.마케마케 지음, 정용환 그림 / 돌핀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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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사장의 오랜 팬이다. 팟캐스트 '지대넓얕'으로 독서 생활에 입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첫 번째 책이었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어린이 도서 버전으로 새로 출판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 보았다. '권력의 탄생'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원시 공산사회, 고대 노예제사회, 중세 봉건제사회, 근대 자본주의까지 인간 사회의 변화를 '권력의 이동'으로 꿰뚫어 본다. 즉, 특정 집단에게 권력을 보장하는 '생산수단'이라는 핵심 개념으로 인류 역사의 흐름을 쫓아간다.

수렵과 채집으로 평등한 생활을 했던 초기 인류의 원시 공산사회는 농업혁명 이후 큰 변화를 맞이한다. 현재의 기준에서는 형편없어 보이는 돌조각으로 곡물을 생산하고 잉여 생산물은 비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역사는 이를 신석기 혁명이라고 부른다. 쪼개고 갈아서 사용하던 돌은 생산수단의 시초가 되었고, 생산물의 차이는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다. 생산수단의 소유는 권력의 탄생, 사회적 변화는 계급의 등장을 불러온 것이다.

생산수단을 소유한 이들을 지배자, 소유하지 못하지 못한 이들은 피지배자가 되어 왕과 귀족, 평민과 노예로 사회적 계급은 체계화된다. 단순한 농기구의 모습이었던 생산수단 또한 토지와 영토의 모습으로 변화한 고대 노예제 사회가 도래한다. 토지를 소유한 지배자는 노예를 고용하여 대신 땅을 경작하게 하고, 노동의 대가로 생산물의 일부를 주고 나머지는 자신의 몫으로 챙긴다. 불평등해 보이는 이 관계에 '신'의 존재는 정당성을 부여한다. 지배자는 스스로를 신과 동일시하는 '제정일치' 사회를 추구한다. 이렇게 고대 노예제 사회는 종교와 함께 지배체제를 완성한다.

4세기부터 14세기 무렵까지 천 년 정도의 시기를 중세 봉건제사회라고 일컫는다. 이 시기 역시 생산 수단인 토지를 지배자가 독점하였고 종교가 그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배자 스스로 신과 동일시하여 권력의 정당성을 획득했던 고대 사회 달리 중세에서는 신으로부터 통치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하여 권력의 정당성을 유지했다. 얼핏 보면 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중세에는 사회 계급이 더 다양하고 복잡하게 변화한다. 왕과 귀족으로 구성되던 지배층은 '제정일치'에서 벗어남에 따라 왕과 성직자로 나눠지고, 성과 토지를 소유한 영주, 귀족, 기사, 농노, 노예로 세분화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상인계급이 등장하여 생산수단인 토지가 없어도 부의 축적이 가능해지면서 영주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중세 후기에는 새로운 생산수단인 공장은 증기기관(기계)와 분업(효율)을 선보이면서 새로운 계층인 '부르주아'를 등장시킨다.

구권력인 '왕'과 '영주'를 위협하던 '부르주아'의 등장은 새로운 사회,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도래를 의미했다. 이 새로운 계급은 구권력의 생산수단인 '토지와 농작물'을 '공장과 공산품'으로 대응하고,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했던 '신'의 존재를 '이성'으로 맞서기 시작한다. '이성'의 인식은 '평등'이라는 문제의식을 불러오고, 결국 불평등한 사회 제도에 눈 뜬 시민들은 혁명을 일으킨다. 시민혁명의 성공과 함께 지배계층은 몰락하고 중세 시대는 막을 내린다.

'생산수단에 기반한 권력의 이동'이라는 축으로 사회 계급에 대한, '신과 인간의 관계' 혹은 '신과 이성'이라는 축으로 정치적 정당성에 대한, 역사적 흐름을 관망하니 같은 역사적 사건도 과거와 다르게 해석되고 받아들여진다. 익숙한 콘텐츠를 낯선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독서 경험이 즐거웠다.


v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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