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 바통 4
김이설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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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 -7,000년 전 인더스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가기까지 하는 요가의 유래는 참 길고도 무구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한테까지 뿌리 깊게 대중화되어 버린 요가를 나 또한 열심히 수련하고 있다. 단순히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이라고 정의하기에는 요가의 세계는 심오한 기분이다. 요가 Yoga는 결합과 통제를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Yuj'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몸과 마음, 삶과 죽음, 선과 악, 미와 추, 명과 암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전체'를 받아들이며 '균형'을 잡아가는 일종의 '움직이는 명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나 또한 단순히 신체적으로 운동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요가에 접근했지만 아사나의 움직임을 마무리하는 사바사나(송장자세)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명상의 경험으로 요가에 빠져들게 되었다.

"요가를 하는 목적은 몸과 마음의 맑음을 되찾아 진정한 자유와 평온을 느끼는 것, 마음의 불안에서 벗어나 고요하게 내면의 진실과 더 깊이 연결되는 것, 세상이 더 선명하게 보여 사람들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알게 되어 더 좋은 선택을 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 자신만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의미와 목적이 있는 인생을 사는 것이다." (빌어먹을 세상의 요가, p152)

여기 요가를 하는 6인의 작가가 있다. 그들은 각자의 삶에 요가를 더함으로써 확장된 세계관을 소설로 풀어낸다. 머리, 목, 몸통, 팔, 다리 등 얼핏 보면 모든 인간이 획일적인 몸을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각자 고유한 인생사처럼 신체 또한 제각기이다. 작가들 또한 마찬가지다. 요가라는 공통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그들의 작품들 중 어느 하나 중첩된 세계는 없다. 하나의 테마로 다양한 시선을 풀어내기 때문에 요가라는 주제를 다양하게 해석한 상상력이 흥미롭다.

평범한 주부가 가족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접하게 된 요가 이야기를 담은 "요가 하는 여자", 무력함을 떨쳐내려 떠난 태국의 파타야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트랜스젠더 '잠'에게 요가를 가르쳐 주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 "가만히 바라보면", 9번의 전생 이야기를 담은 "요가 고양이", 10년 동안 치열했던 직장 생활 후 맞이한 안식년에 인도로 요가 수행을 떠나려 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무산되어 집에서 수련할 수밖에 없던 그녀에게 층간 소음이라는 문제가 기다리고 있던 "빌어먹을 세상의 요가", 신성한 요가 수련에 스며든 추악한 핸즈 온 이야기를 다룬 "핸즈 오프", 문명화라는 명목으로 파괴되는 북극의 툰드라에서 삶의 터전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게데투인 '아타'의 이야기인 "시간을 멈추는 소녀"까지 여섯 개의 삶이 펼쳐진다.

시간과 공간의 틈이 다른 이야기들, 밀접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고, 신비롭고 판타지 소설 같은 내용이 펼쳐지기도 한다. 다른 듯 이질적인 이야기가 그려지지만 주인공들은 세상의 방해에 불안해하고 아슬아슬해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평온과 고요를 바라는 심연에 돌을 던져 파동을 일으키는 혼란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려듯 그들은 요가를 수행한다.

"요가는 타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야. 지금 너보다 잘나가는 린처럼 되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바로 너 자신이 되기 위해서 하는 거야. 그게 바로 네가 말하는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가만히 바라보면, p68)

세상사 모든 일에 함정이 있듯 요가 또한 마찬가지다. 요가를 수행하다 보면 요가 그 자체에 집착하게 된다. 더 멋진 아사나, 더 완벽한 아사나, 더 유연한 아사나를 위해서 요가를 하게 된다. 요가 또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우리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거울이자 일상의 삶을 현명하게 이끌어줄 지혜의 창이다. 요가 그 자체가 신성한 것이 아니라 내 삶 안에 한구석을 차지한 요가라서 의미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미로 여섯 인물의 삶 속에 자리한 요가라서 더욱 공감이 간다.

"요가를 하면서 천천히 호흡하며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를 괴롭히는 번뇌, 사건의 결과와 원인을, 그리고 그 사건 속에서 나에게 일어났던 생각과 감정을 ...... 무엇이 나를 지배했는지 표면 아래 심연으로 따라가면서 무언가 뚜렷하게 떠오르는 것이 있는지 바라본다. 이것이 내가 찾던 답인가. 매트 위에서 아사나만 연습하는 것은 요가 수련이 아니다. 요가의 진정한 가치는 요가를 일상생활에 적용할 때 드러난다고 한다. 일할 때, 휴식할 때, 그리고 누군가에게 가족, 친구, 연인, 동료 역할을 할 때...... 물론 이웃일 때로 그럴 것이다. 누군가를 돕는 방법을 정확히 알려면 통찰력과 분별력이 필요하다. 질문에 대한 답이 떠오르면 그 각성을 연료로 더 열정적으로 자세를 취한다." (빌어먹을 세상의 요가, p157)


V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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