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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 인간의 욕망이 갖는 부의 양면성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등 19세기 영국, 러시아, 프랑스 상류 사회상을 반영하는 작품들을 읽다 보니 이 시대의 미국 작품도 읽고 싶어졌다. 역사의 뿌리가 짧은 미국에서는 본격적인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하면서 미국판 귀족이라고 할 수 있는 신흥 부자들이 1920년대 속출한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20세기 미국 대표 작가의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인 '위대한 개츠비'를 선택했다.
소설의 서사는 단순하다. 옛사랑 데이지를 잊지 못한 개츠비가 그녀의 집 맞은편으로 이사 와 그녀를 되찾고자 하는 이야기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 치부하여 읽기에는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을 암시하는 소재들이 심상치 않다. 작품은 1930년 세계 대공황 직전 미국 경제의 거품이 절정인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화려한 저택에서의 파티와 재즈 음악, 해외여행과 요트, 골프 등이 흥행하던 그 시대의 미국 사회에 대한 이해가 깊을수록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내려 가는 맛도 더 풍성해진다.
옛사랑 데이지를 잊지 못해 그녀를 되찾고자 하는 개츠비를 주인공으로 한다. 데이지는 5년 전 결혼하여 남편 톰이 존재하지만 톰은 정비공 윌슨의 부인인 머틀과 외도 중이다. 데이지의 사촌 오빠로서 이 작품의 서술자이자 사건의 목격자인 닉 캐러웨이가 등장한다.
캐러웨이는 1922년 봄 서부에 동부로 이주한다. 웨스트에그라는 부유한 상류층 마을에 월세를 얻게 된다. 그의 집 근처에는 개츠비의 대저택과 사촌 동생 부부인 톰 뷰캐넌과 데이지가 호화롭게 결혼 생활을 하고 있었다. 개츠비의 화려한 저택에서는 주말마다 유명 인사들이 모여드는 휘황찬란한 파티가 열린다. 이 파티에 초대받은 닉은 개츠비가 데이지를 만날 수 있도록 주선을 부탁받는다.
가난으로 사랑했던 데이지와 헤어졌던 개츠비는 부를 쌓아 그녀를 되찾고자 한다. 개츠비는 부잣집 딸이었던 데이지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의 허영을 만족시키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는 가난했기 때문에 첫사랑 데이지를 잃었다고 생각해 부자만 될 수 있다면 결혼까지 한 데이지를 되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과거의 사랑에 집착한 나머지 현재 결혼한 상태의 데이지를 인정하지 못한다.
개츠비의 옛사랑에 대한 집착은 '위대한 유산'에서 미스 해비셤의 비극을 연상시킨다. 지나간 과거의 사랑에 매몰되어 현재의 삶이 주는 잠재력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극이다. 과거의 빛나는 추억에 파묻혀 현재의 삶을 잃어버린다. 사랑하는 데이지를 위해 과거를 조작하고, 허위의 신분으로 살아가던 개츠비는 죽음조차 데이지로 인해 가짜 이유로 맞이한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1920년대 미국 주식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다. 월스트리트가 형성된 미국 동부에 위치한 뉴욕에는 이 거품에 편승하고자 많은 사람들이 잇따른다. 작품의 서술자인 닉 캐러웨이도 그중 한 명이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서부에서 동부로 이주한 닉은 채권을 판매하는 금융업에 종사한다. 부동산과 주식으로 자본 소득을 꿈꾸던 미국 청년의 인물상을 반영한다. 금주법 시대에 밀주업으로 부자가 된 개츠비는 거짓과 부정, 위선과 이기로 무장하여 돈을 좇던 부자를 그린다. 백 년 전 미국 사회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현재 한국 사회와 오버랩 된다. 주식 거품을 기대하던 젊은이들은 코인 거품을 기다리고 있다.
개츠비의 집은 호화찬란한 인테리어로 빛났고 파티에는 유명 인사로 가득했지만 상류사회에 흡수되지 못하고 비주류이자 이방인이다. 급속히 자본주의 사회로 전환되던 시기였지만 구시대의 습성과 계급의 장벽을 넘어서지 못한 채 개츠비의 아메리칸드림은 실패한다. 화려한 겉모습 뒤에 부패와 타락이 판치던 시대에 개츠비가 끝까지 추구하던 사랑에 피츠제럴드는 "GREAT"를 부여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