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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 상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21
찰스 디킨스 지음, 류경희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4월
평점 :

찰스 디킨스(1812-1870)는 찰스 디킨스(1812-1870)는 19세기의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이다. 산업화 초기 시대에 하급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 빚을 지고 감옥에 간 아버지를 둔 탓에 어린 나이에 공장에서 노동을 하는 힘겨운 시절을 보낸다. 어른들의 따뜻한 보호를 받지 못한 유년의 모습이 작품 속 핍의 모습에 투영되는 듯하다. 참혹한 가난을 겪은 그는 목격한 영국 사회의 부조리하고 모순적인 사회 면모를 작품을 통해서 고스란히 증언한다.
핍은 일찍이 부모를 잃고 스무 살 이상 차이가 나는 누나와 그녀의 대장장이 남편인 조와 함께 산다. 아직 아동권이라는 개념이 미약했던 시기인지라, 200년 전 영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속 주인공 핍은 어른들의 따뜻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두려움과 눈치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다. 부모님의 묘지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탈옥수의 만남은 그의 인생을 크게 바꿔버린다.
미스 해비셤의 새티스 하우스를 방문하고 냉정한 얼음 공주 에스텔라를 사랑하게 되면서 핍은 자신이 천박한 노동자의 신분임을 자각한다. 조의 대장간 도제로 일하던 중, 핍에게 거대한 행운이 찾아온다. 미지의 은인이 핍에게 막대한 유산을 상속한 것이다. 유산 상속의 조건으로 은인의 정체를 묻지 않아야 하고, 런던으로 가서 신사 교육을 받아야 했다. 조와 비디를 떠나는 것을 의미할지라도 망설이지 않고 런던으로 향하던 핍의 마음은 에스텔라를 향한 욕망이었을 것이다. 비천한 신분에서 벗어나 근사한 신사가 되어 에스텔라를 차지할 수 있다는 희망, 이 희망은 뜻밖의 행운인 거대한 유산이 핍에게 주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신사 교육을 받기 위해 런던으로 향한 핍은 후견인 재거스 변호사와 그의 직원인 웨릭의 도움을 받아 거처를 마련하다. 해비셤의 친척인 매튜 포켓에게 신사 교육을 받게 되고, 그의 아들인 하버트와 막연한 우정을 쌓게 된다. 런던 생활에 적응해 가면서 핍은 조금씩 변해간다. 씀씀이도 점차 커져 가고, 런던을 방문한 조를 부끄럽게 여기게 된다. 고향에 해비셤과 에스텔라를 보기 위해 방문하면서도 조와 누나 집에 머물지 않고 여관에 머무를 구실을 열심히 만들어 낸다.
"세상의 모든 사기꾼들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사기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다." p383
상황과 위치가 변하면 사람의 행실도 걸맞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변화된 모습은 성급한 오만과 가벼운 교만이 아닌 성숙한 모습을 의미한다. 눈앞에 펼쳐진 행운과 성공에 얄팍한 열등감이 작동하여 핍은 스스로까지 속여가면서 조를 부정할 구실을 만들어 낸다. 조를 부끄럽게 여기는 핍의 심정이 한 편으로는 이해도 되지만 이해되는 만큼이나 씁쓸하다.
처음 접해본 찰스 디킨스의 작품이다. 그는 대단한 이야기꾼에다가 달변가이다.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과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사건과 사건의 전모들, 예리한 통찰력을 맛깔나게 표현하는 문장력까지 작품의 재미가 상당하다. 휘몰아치는 연속극의 상위 버전 작품 같다.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런던에서의 생활을 담은 하권도 정말 기대된다.
v 리딩투데이 지원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