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파이코노믹스 - 사회적 가치와 이윤을 동시에 창출하는 전략
알렉스 에드먼스 지음, 송정화 옮김, 이우종 외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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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코노믹스"란 사회를 위한 가치 창출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접근 방식을 의미한다. 저자는 특정 이해관계자들의 몫만을 극대화하는 파이 쪼개기 사고방식에서 탈피하여 파이 전체를 키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도록 초점을 맞추는 "파이코노믹스"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2015년 8월 튜링제약의 32세 CEO인 마틴 슈크렐리는 기생충 감염증인 톡소플라스마증의 치료제로 쓰이는 다라프림 한 알의 가격을 13.5 달러에서 750 달러로 인상시킨다. 헤지펀드로 큰 수익을 내지 못하던 그는 바이오테크에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하고, 리스크가 큰 신약 개발이 아닌 의약품을 싸게 사서 가격 인상과 공급 제한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운다. 2015년 8월 10일 임팩스 연구소에서 다라프림 제조 및 판매권을 5,500만 달러에 사들인 바로 다음 날 가격을 55배 인상했다. 톡소플라스마증은 임산부, 노인, 에이즈 환자에게 특히 위험한 질환으로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발작, 마비, 실명, 사명에 이른다. 가격 인상은 튜링제약 입장에서 호재였지만 사회에는 큰 재앙이었다.

파이 크기가 고정되어 있다고 보는 사람은 자신의 몫을 늘리기 위해서 다른 구성원의 몫을 줄여서 더 많은 파이 조각을 차지하는 전략을 취한다.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슈크렐리 같은 사람들은 파이를 쪼개는 사고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그는 "부도덕하지만 합법적으로 부자가 되기 위한 전략을 쓴 19세기 후반의 악덕 자본가와 내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책에서 part 2 부분이 정말 흥미로웠는데, 경영진 보수, 스튜어드십(관리자의 책무를 위한 투자자 모니터링 및 관여 활동), 자사주 매입에 대한 기존 인식을 반박하다. 최근 읽은 책들에서는 경영진들에게 치중된 높은 임금, 기업을 갈기갈기 찢어 되팔아 이익만 남기는 투자자, 자사주 매입으로 이득만 취하는 투자자들을 자본주의 시스템 위에서 돈만 취하는 이기적 존재로 묘사했었다. 이 책에서는 ‘올바른 설계와 실행’이 전제된다면 이들은 파이를 크게 하는데 기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최근에 읽었던 “문 앞의 야만인들”에서 다룬 담배 회사 RJR 나비스코와 사모펀드 KKR 사례를 통해 파이 키우기 관점에서 스튜어드십을 인식한다. 보통 KKR 같은 사모펀드는 냉담하고 이기적인 침략자 이미지다. 기업을 침략하여 직원을 해고하고, 고객에게 폭리를 취하고, 연구개발비를 삭감하여 자신들의 주머니만 채워 나가는 약탈자로 인식된다. 저자는 이런 투자자를 행동주의 투자자로 명명하며 이들이 가치를 훔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의 인게이지먼트와 모니터링 역할은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깊이 이해하여 스튜어드십을 이행하도록 이끈다. 즉, 투자자가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회사 주식 매수, 보유, 매도에 대한 분석을 통해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Part 3, 4에서는 기업, 투자자, 시민들 각자가 실질적으로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과 개인, 기업, 사회 모두가 함께 win-win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저자는 수단이 아닌 목적을 추구하라고 조언한다. 목적을 향해 전진하면 이득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교훈이 진부하지만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 일지도 모르겠다.

넷플릭스의 ‘검은 돈’ 중에는 빌 애크먼이 제약 회사를 사들여 약 값으로 폭리를 취하고 환자들이 고통받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 다큐를 보고 분노를 느꼈는데, 칼 아이칸, 빌 애크먼 같은 냉혈한 인간을 옹호하는 거 같아 찝찝하기도 하지만 이들 역할의 순기능을 알게 되었다. 순기능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나쁜 거지 시스템 자체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싶다.



V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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