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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거운 주제, 진부한 교훈, 뻔한 잔소리"를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다니, 흥미롭게 읽었던 소설 "me before you"가 생각났다. 협찬도서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이 책 왠지 베스트셀러가 될거 같은 촉이 온다. "me before you"처럼 "The midnight library"도 영화로 제작된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구성은 양자역학의 다중우주 이론이다. 양자 물리학에서는 모든 대체 가능성은 동시에 일어난다고 본다. 마치 슈뢰딩거 고양이처럼 말이다. 같은 장소에서, 한꺼번에 발생하는 것이다. 상자에 든 고양이는 살아있는 동시에 죽어 있기도 한 양자 중첩이다. 우주도 그렇다. 모든 우주는 다른 모든 우주와 중첩되어 존재한다. 무한히 존재하는 평행 우주는 우리의 삶 또한 매 순간 새로운 우주로 끝없이 가능성이 확장되어 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인생의 무한한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 자주 언급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중요한 건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이다"라는 메시지가 다중우주 이론에 닿아 있는 것만 같다.
35살의 노라 시드는 철저한 실패자다. 일과 사랑에 모두 실패하고, 돌보던 고양이마저 죽어버린다. 수영과 음악에 재능이 있었고, 철학과 빙하에 관심이 많았지만 어느 것도 재능을 펼치지도 못했다. 그녀는 자살을 결심하다. 11시 22분, 죽기에 딱 좋은 때이다.
자살 후 깨어난 곳은 시간이 흐르지 않는 자정의 도서관, 노라가 살 수 있었던 모든 삶이 책으로 기록되어 가득 차 있다. 그녀가 삶에서 선택한 모든 가능성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일종의 양자역학의 다중우주 이론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예전에 다녔던 학교 도서관 사서였던 엘름 부인이 그녀를 맞이한다. 엘름 부인은 노라의 인생에서의 모든 후회를 담은 '후회의 책'을 내민다. 노라는 수많은 후회를 마주하고, 하나씩 되돌려 보기로 한다.
도서관에 펼쳐진 수도 없이 많은 책들은 그녀의 삶의 가능성들이다. 그녀가 만족할 때까지 그녀는 수많은 선택지를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남자 친구였던 댄과 결혼해서 펍을 운영하기도 하고, 친구 이지를 따라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기도 하고, 아빠의 바람대로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가 되기도 한다. 또 빙하학자가 되어 북극을 탐험하기도 하고, 오빠가 원하던 라비린스 밴드의 락스타가 되기도 한다. 어쩐지 모든 선택지마다 완벽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선택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슬픔과 또 다른 문제들이 항상 동반된다.
"삶에는 어떤 패턴이.....리듬이 있어요. 한 삶에만 갇혀 있는 동안에는 슬픔이나 비극 혹은 실패나 두려움이 그 삶을 산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 것들은 단순히 삶의 부산물일 뿐인데 우리는 그게 특정한 방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슬픔이 없는 삶은 없다는 걸 이해하면 사는 게 휠씬 쉬워질 거예요. 슬픔은 본질적으로 행복의 일부라는 사실도요. 슬픔 없이 행복을 얻을 수는 없어요. 물론 사람마다 그 정도와 양이 다르긴 하겠죠. 하지만 영원히 순수한 행복에만 머물 수 있는 삶은 없어요. 그런 삶이 있다고 생각하면, 현재의 삶이 더 불행하게 느껴질 분이죠." p258
노라는 도서관에 있던 책 속의 삶이 자신이 이룬 삶이 아님을 깨닫는다. 완벽한 삶을 담은 책을 찾아 안주하려던 그녀는 백지의 책을 선택한다. 자신이 살아 냄으로써 채워 나갈 책을 말이다. 노라가 빙하학자가 되었을 때 만났던 위고가 했던 말처럼 말이다.
"우린 어떤 실수든 되돌릴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어떤 삶이든 살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어떤 삶이든요. 꿈을 크게 가져요... 당신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사는 삶이 존재하니까요." p219
그녀를 응원하던 내 마음은 어쩌면 나를 향한 응원일지도 모르겠다. 쓰린 후회를 뒤로하고 오늘의 하루를 채워가는데 집중해보자며 조용히 다짐해본다.

v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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