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조직이 계획한 전 세계적인 음모의 진상이 역사, 철학, 예술 이면의 숨겨진 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설정, 구성된 사건을 풀어내는 소재에 대한 방대한 지적 향유와 시니컬한 유머까지 독서를 진행할수록 에코의 역량에 감탄한다.
알리에와 가라몬드 사장을 만나 따라 나선 곳 <모처>의 저택 동굴에는 살론, 브라만티 등이 손님으로 와 있었다. 그들은 상징으로 점철된 행위 예술에 지나지 않는 영상을 시청한다. 카소봉은 물밑 세계로 잠겨든 기분이었다가, 분화구 안 화염 속에서 구린 흙냄새에 시달리기도 하고, 로렌차에 대한 욕망의 발현으로 암흑 속에서 그녀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힌다. 브라질에서의 암파루처럼 일종의 환각에 시달린 카소봉은 취한 기분을 가시기 위해 알리에를 따라 뜰로 잠시 나간다. 일행과 잠시 떨어진 카소봉은 지하방으로 이어지는 계산을 내려가게 되고, 살론의 말을 엿듣게 된다. 그에 의하면 파리의 모든 주택은 지하 회랑을 통해 지하 암거와 연결되어 있고, 이 지하 암거의 총연장은 지하 몇 층에 걸쳐 2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그리고 밀실에서 모임이 있음을 암시하는 말을 한다.
알리에로부터 장미 십자단 신입회원의 입회식이 예정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구경한다. 브라만티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장미 십자단 혹은 성전 기사단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모여든 기사단의 열광적인 신봉자들이었다. 성전 기사단을 흉내 낸 의식일 뿐, 진짜는 아니다. 알리에는 이들 가짜가 갖가지 의식과 신화를 창출하여 혼란을 야기할지라도 진짜 성전 기사단의 진실이 잠복할 최적의 공간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진짜 성전 기사 단원을 찾는 데 가짜 성전 기사단보다 더 나은 곳은 없는 법이지요." p246
자정이 가까워 오자 알리에는 깊은 숲속에서 거행되는 드루이드교의 비밀스러운 종교의식으로 안내한다. 드루이드교의 여사제들인 제니들이 모여 위대한 우주의 성처녀인 미킬을 초혼하는 제사였다. 기독교에서는 이 미킬을 성 미카엘 천사로 해석한다. 제니들은 손을 맞잡아 둥그렇게 둘러서 지구의 진동을 모은다. 이내 구름과 돼지 떼가 몰려온다. 그리고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여기까지다. 더 이상의 의식은 비밀이다.
피에몬테에서 돌아온 카소봉은 리우에서 생활할 때 느꼈던 유사 연상이 다시 찾아와 사물과 사물이 유사한 느낌이다. 현실과 지하 세계, 마술의 세계와 정교한 사실의 세계, 과학과 미신이 차이가 모호하게 느껴진다. 암파루가 그랬듯이 그도 믿지 않는 것에 굴복한다. 사물의 피상적이고 표면적인 의미 이면에 있는 궁극적 의미와 신비주의적 유사성에 집착하는 것이다. 이런 카소봉에게 리아는 생명과 탄생의 지혜를 전해주면서 <악마 연구자들>에 너무 빠져들지 말라는 경고를 한다. 그리고 리아는 임신 소식을 알린다. 하지만 그는 <티페렛>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겨 후회를 하게 되는데...
포르투갈 토마르성을 방문하게 된 카소봉은 그곳이 성전 기사단들의 은신처라고 추측한다. 아르덴티의 밀지에 담긴 내용을 근거로 비밀 결사로 전락한 성전 기사단들이 600년간 은신하여 계획을 발진한 곳으로 확신한다. 아르덴티의 밀지를 처음부터 다시 해독해보려 한다.
카소봉은 우선 장미 십자단의 두 선언서인 '우애단의 명성'과 '신조'를 읽고, '크리스티안 로젠크로이츠의 화학적 결혼'을 참고한다. 선언서의 표면적 의미가 아닌 배후의 숨은 뜻을 파악하려고 애쓰며, 문서의 수수께끼와 모순을 파헤친다. <계획>의 각 단계를 재구성하고 있던 두 선언문에서 <계획>을 방해하는 무리가 있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암시를 발견한다. <계획>이 영국 성전단과 프랑스 성전단이 단절되면서 차질이 생기고, 선언서에는 소실된 정보에 대한 호소를 암시한다. 아르덴테 대령은 이를 이용하여 자기 이야기를 출판하여 그들의 침묵을 깨려고 했던 것이다.
벨보는 자신의 컴퓨터 아불라피아로 영국과 프랑스가 각각 그레고리우스력과 율리우스력을 사용했기 때문에 10일간의 오차가 생겨서 그들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밝힌다. 그리고 벨보는 자신만의 창작물을 만들어 왔고, 카소봉은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가설을 세운다.
후일 프랑스 국립 공예원이 들어서는 생마르탱데샹 수도원과 세인트올본스 수도원장에 대한 가설은 베이컨의 영지인 생마르탱데샹 수도원이 성전 기사단의 중심이 되었다는 추측으로 이어진다. 1584년에 예정된 회동은 기욤 포스텔의 죽음으로 무산되고, 베이컨은 생마르탱수도원의 중요성을 깨닫고 <계획>의 비밀을 캐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