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땐 마음이 좀 불편했다. ’굴욕‘이라니. 굳이 내 부끄러운 기억까지 들춰내고 싶지 않아서 살짝 미루고 싶은 마음이었다. 마음을 먹고 아침 카페에서 첫 장을 넘겼는데, 세상에. 작가는 내가 숨기고 싶었던 마음들을 너무나 똑똑하고 예리하게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꾸 페이지가 넘어갔다.책을 읽고 나니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얼굴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저 사람도 나처럼 남들에겐 말 못 할 창피한 순간을 견디며 살고 있겠지 싶어 괜히 마음이 뭉클해졌다. 우리는 늘 당당하고 멋진 모습만 보여주라고 교육받지만, 사실은 이런 못나고 서툰 모습들이 모여 진짜 ’나‘를 만드는 게 아닐까.어떤 대목에선 타인의 속마음을 몰래 훔쳐보는 것 같아 묘한 재미를 느끼다가도, 금세 잊고 살았던 나의 부끄러운 기억들이 불쑥 튀어나와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싶은 마음에 위로를 받다가도, 또 어떤 순간에는 타인의 수치심을 활자로 즐기고 있는 내 모습이 꼭 가해자처럼 느껴져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이런 복잡한 감정들을 이렇게나 예리하게 끄집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부럽고 또 질투가 났다. 나는 왜 그동안 이런 마음들을 모른 척하고 살았을까.그동안 외면했던 내 안의 작고 초라한 모습들을 가만히 떠올려봤다. 예전 같으면 고개를 저으며 잊으려 했겠지만, 이제는 그것들도 내 소중한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 굴욕적인 순간조차 내 삶의 일부로 안고 나아갈 때, 비로소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