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속 아이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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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 데뷔 20주년 기념작이 나왔다. 기욤 뮈소라하면 20대에 책을 좋아하지 않던 시절에도 책을 보게 만들었던 작가였다. 페이지 터너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기욤 뮈소. 일단 읽기 시작하면 놓을 수 없던 책이었다. 언제나 나의 예상을 어김없이 무너뜨린 기욤 뮈소. 20주년 기념작이라고 하니 궁금한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이탈리아의 저명한 기업가 카를로 디 피에트로의 상속녀이자 종군기자로 명성을 날렸고 출판사를 설립해 경영인으로서의 훌륭한 면모도 보여준 오리아나 디 피에트로. 그녀가 괴한의 습격을 받고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피투성이가 된 그녀를 여학생 두 명이 발견해 신고하지만 열흘 동안 사경을 헤매다가 끝내 숨을 거두고 만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바로 남편인 아드리앙. 니스 경찰청 강력반 쥐스틴 팀장과 베르고미 형사는 수사에 만전을 기하지만 변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아드리앙으로 말할 것 같으면 자녀들을 사랑한 모범적인 가장이다. 오리아나는 누군가의 복수의 대상이 될만큼 잘못을 저지른 적도 없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흥미로운 사실들이 밝혀진다.


다 읽고나서 든 생각은 역시 기욤 뮈소구나, 라는 생각. 그 시절 어설프게 추리했다가 어김없이 틀려버린 내가 여전히 어설프게 추리를 하고 어김없이 틀리고 있었다. 사실 초반엔 영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중반 넘어가면서 이렇게 쉽게 추리가 된다고? 분명 다른 뭔가가 있을거라 생각했고 마지막에 다다를때는 이젠 기욤 뮈소도 힘일 빠졌구나 했지만 이게 웬일인가, 역시 기욤 뮈소구나-라는 마음으로 이야기가 끝이 났다.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범인을 억지로 숨기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보면 충분히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 어디서 놓쳤던 것일까. 괜히 다시 추리를 해보면서 아쉬워했다. 언제나 이렇게 한 방 먹게 만들고 멍하게 만드는 것이 기욤 뮈소의 매력이었지. 역시는 역시였다.


이야기는 큰 원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조금씩 안으로 파고든다.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집중해서 보게 된다. 촘촘한 틈에서 범인을 찾고 싶어서, 이야기의 비밀을 풀고 싶어서 점점 더 집중하게 되지만 추리를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마지막 비밀이 풀렸을때 약간은 허탈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내가 미로속에 갇힌 아이가 된 느낌이다. 책장을 덮는 순간 그 미로에서 빠져나온다고 해야할까.


주로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었다. 덕분에 자려던 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다. 어떻게 이렇게 오래 다양한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미로 속 아이>는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쏙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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