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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시집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3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장희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평점 :
“사랑하는 사람은 결코 길을 잃지 않는다.”
<서동시집>은 괴테가 쓴 열 두개의 시편과 함께 시집에 실리지 않았던 ‘유고 중에서’가 포함되어 있으며 거기에 괴테가 직접 쓴 ‘서동시집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주석과 해설’까지 포함되어 있다.
시라고 하면 무조건 어렵다, 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 이 책은 주석과 해설까지 있다고 해서 기대하면서 읽었다. 역시 주석과 해설까지 있으니 읽는데 훨씬 더 잘 이해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물론 시는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내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기억되는 작가이다. 하나 더 기억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괴테 전문가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님. 여주에 여백서원, 괴테의 집을 세워 10년째 괴테 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이 분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괴테의 책 전집을 다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서동시집>을 먼저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괴테는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이다. 독일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인물. 어릴 때부터 어학에 뛰어났다고 한다. 인상적이었던건 아버지의 서재에서 2000권에 달하는 법률 서적, 각종 문학서적을 다 읽어다고 한다.
원래 법학 공부를 시작했으나 법학 강의보다 문학 강의를 더 열심히 들었고 후에 작은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음에도 문학에 더 열정이 있었다고 한다. 후에 약혼자가 있는 샤를로테 부프를 사랑하게 되어 아픔을 겪은 후 이 경험을 책으로 쓴 것이 바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이 책으로 유명작가가 되고 후에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 후 많은 책을 많은 책을 남긴 괴테.
괴테의 책이라고 하면 사랑, 사색, 명상 등이 많이 생각나는데 <서동시집>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랑은 기본이요, 명상, 잠언 등 평소 괴테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책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동시집>은 서방 시인이 쓴 동방의 시이다. 괴테 노년기의 결정체, 아름다운 사랑 시, 노시인이 그린 삶의 예찬. 이것이 서동시집을 표현할 수 있는 말들일 것이다. 특히 “인정하라! 동방의 시인들이 우리 서양의 시인들보다 더 위대하다는 것을.(98쪽)”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내가 가장 인상적인 시편은 동방의 풍물과 자연을 노래한 ‘가인 시편’ 페르시아 시인 하피스에 대한 감동을 고백한 ‘하피스 시편’ 줄라이카와 하템을 앞세워 마리아네와 자신의 사랑을 노래한 ‘줄라이카 시편’ 종교적 성찰이 가득한 ‘잠언 시편’ 이었다. 특히 ‘잠언 시편’이 가장 좋았다.
49쪽
사랑이라는 책
책 중에서 가장 이상한 책은
사랑의 책이라.
내 그 책 꼼꼼히 읽어 보았더니
기쁨일랑 몇 쪽 안 되고,
책 전체가 고통이로다.
이별이 한 장을 다 채우고
재회는 - 짤막하게 한 단락뿐인데,
이 부분을 보고 빵 터졌는데 내가 사랑에 대한 책이나 드라마, 영화 등을 읽고 보는 것은 이별에 대한 장면을 보기 위함이다. 재회나 기쁨보다 이별과 슬픔 같은 것들. 근데 그것을 이상한 책이라고 표현하다니 너무 재미있다.
근데 이상하지만 우린 자꾸 읽고 보고 있지 않는가.
125쪽
줄라이카
태양이 떠올라요! 장관이에요!
초승달이 태양을 껴안고 있고요.
누가이 둘을 결합시킬 수 있었을까요?
이 수수께끼, 어떻게 설명하죠? 어떻게?
하템
술탄은 그렇게 할 수 있었지요.
그분이 지상 최고의 한 쌍을 혼인시켰다오.
충성스러운 부하들 중 가장 용감한 자들,
선택된 자들을 기리기 위해서지요.
또한 그게 우리 행복의 모습이 아니겠소!
나는 거기서 나와 그대를 다시 본다오.
사랑하는 이여, 그대는 나를 그대의 태양이라 불러 주오.
감미로운 달이여, 얼른 나와 나를 안아 주오.
그래도 역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사랑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말랑말랑하게 쓸 수 있는가. 사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부터 괴테의 사랑에 대해 알 수 있긴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결코 길을 잃지 않는다”라는 말에 대해서도 공감한다. 사람이 사랑이 있다면 힘들 일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는 법이다.
477쪽
나의 의도는 유쾌한 방식으로 서양과 동양, 과거와 현재, 페르시아적인 것과 독일적인 것을 서로 연결하고 양쪽의 풍속과 사고방식을 서로 겹치게 하려는 것입니다.
괴테의 열린 마음과 화합하려는 모습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서로 더 가지려고 애쓰고 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는 우리들을. 어쩌면 괴테의 이런 태도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괴테의 글을 연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괴테의 책을 읽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