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편안한 죽음 (리커버) 을유세계문학전집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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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문화사에서 2024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여성 작가의 작품 5종을 리커버 에디션으로 출간했다. 그 중 하나인 <아주 편안한 죽음>을 받아 이번에 읽어보게 되었다.

<아주 편안한 죽음>은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자전적 소설이다. 어느날 엄마가 욕실에서 넘어져 대퇴골이 부러져서 병원에 입원하면서 시작된다. 여러 검사를 받던 중 암에 걸린 것을 알게되고 나와 여동생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심지어 엄마에겐 복막염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의사들은 수술을 권하고 나와 동생은 어떻게 해야할지 답답하다. 결국 엄마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 수술을 받게 한다. 하지만 수술 후 서서히 죽어가는 엄마를 지켜보며 지난날 엄마와 나의 관계, 엄마의 삶, 엄마란 어떤 사람인지 되돌아 본다.

나와 엄마는 소원한 채 지내왔다. 엄마는 결혼 후 나와 여동생에게 집착했으며, 엄마의 채워지지 않은 욕망은 언제나 나와 여동생에게 표출 되었다. 어느새 엄마는 나에게서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존재로 바뀐다. 그런 엄마의 죽음 앞에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한다.

사실 엄마와 딸의 관계만큼 복잡 미묘한 관계도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엄마와 나의 관계가 생각났다. 나는 엄마에게 어떤 딸인가, 엄마는 나에게 어떤 엄마인가, 엄마의 마지막엔 나는 아무런 후회가 없을 것인가.

엄마가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보부아르의 모습은 우리가 누구나 겪을 법한 일이다. 그 과정이 세세하게 드러난다. 가족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는 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점에서 엄마는 서서히 죽어가면서 힘들었겠지만 가족과의 시간을 함께한 뒤 죽는 다는 것 그 자체로 보면 엄마의 죽은 분명 편안한 죽음이다.

“엄마는 아주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셨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불안해하고 불편해한다. 하지만 우린 누구나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죽음에 대해 외면하는 것보다 직시하는 것이 오히려 우리의 삶을 더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닐까. 죽음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 들일 때 최대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시몬 드 보부아르의 책은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어렵다기 보단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엄마와 나의 관계도 돌아보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짧지만 강렬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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