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본 후에 다스리는 마음
수아지크 미슐로 지음, 이현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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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수아지크 미슐로로 1978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사찰에서 7년 동안 불교를 수행하고 마음챙김에 대한 비종교적 접근 방식으로 수학했으며 현재 대학, 병원, 일반 청중을 대상으로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 치료와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을 강연하고 있다. 작가는 서문에 “속도와 성과 중심주의, 실용주의에 다친 마음을 치료하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편집자 역시 편집자 편지를 통해 전시장, 미술관을로 향하던 막막한 마음에 대해 공간이 주는 고요와 평온함, 예술 작품이 전해주는 위로와 감동 같은게 마음을 다스렸던 것 같다며 이것이 명상이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나도 돌이켜보면 마음의 툭 건드리는 작품을 고요한 마음으로 바라본 기억, 조용한 미술관에서 하염없이 그림을 보며 차분해졌던 기억들이 있는데 그 순간이 명상이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그때의 마음을 떠올릴 수 있을까, 무척 궁금했다.

이 책은 소챕터마다 왼쪽엔 그림이 그리고 오른쪽에 글이 있다. 읽어보니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고요해진 순간에 찬찬히 글을 읽었다. 글을 읽고 다시 그림을 바라봤다. 그림을 보는 내 마음이 달라지는 순간도 있었고 같은 순간도 있었다. 분명한건 그림을 보고 글을 읽고 다시 그림을 보는 그 과정이 오롯이 바라보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닌 그저 고요하게 바라보기. 그 순간만큼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명상을 하고 있었고 복잡한 마음이 순간 조용해졌다.

그래서 이 책은 오래 가방속에 가지고 다녔다. 마음의 집중이 필요할 때, 아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을 때, 혼란할 때 등등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꺼내어 가만히 그림을 바라보고 글을 읽었다. 그렇게 책과 함께 나를 챙겼다.


93쪽
명상과 예술 모두 죽음을 잊는 것은 고통의 원인이지 그 반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인생의 무상함을 외면하고 매번 다른 것으로 대체한다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향해 달려가는 셈이다.

그렇다,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는 순간 죽음을 외면하는 순간 우리는 힘들어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다시 가만히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런 것들이 내게 길을 알려준다. 삶을 유한함을 알면 순간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매일 오늘 같을 것이란 생각 대신 오늘 이 순간에 집중하는 마음. 그것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171쪽
명상은 지나가는 시간의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순간적으로나마 관념적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바로 지금, 여기와 만날 수 있게 해 준다. 하늘과 바다가 그렇듯이. 돌연, 우리는 시간에서 더 이상 억압도, 한계도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잠시 후, 시간은 항상 그랬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비록 되돌아온다고 하더라고 그 순간 아주 잠시나마 여기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린 영원과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이 아닐까.


265쪽
판단하지 않는 정신 상태를 갖는다는 말은 혼란을 피하거나 슬픔을 나누지 않고, 자기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보다는 대가가 어떻든 간에 행동의 중심에서 윤리관을 잃지 않으면서 자기 의견을 더욱 예리하게 벼리는 방법을 배워 간다는 말일 것이다.

윤리관을 잃지 않는 것, 나의 의견을 더욱 예리하게 벼리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 그 과정은 고단하고 힘들것이다. 하지만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수없이 실패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계속 배우고 해내려 애써야할 것이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은 내 삶을 챙기는 것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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