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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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거릿 렌클이 자연으로부터 배운 상실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수많은 친척과 함께 성장했으며 시간이 지남에따라 사람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자신과 남편을 키워 준 어른들이 아플때마다 돌봐야하고 지치고 힘들었다. 그런 그녀에게 힘을 준 것은 다름아닌 정원에 찾아오는 온갖 생물들이었다.

작가는 자신이 행복했던 시절과 힘들었던 시절 그리고 정원에 찾아오는 온갖 살아있는 생물들과 그들로부터 힘을 얻는 과정을 교차하며 우리에게 들려준다. 제목만 있는 것은 주로 정원의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제목과 연도와 장소가 있는 것은 작가와 작가 가족의 이야기다. 시간순으로 단순하게 나열한 글이 아니라서 읽는내내 마치 작가처럼 힘든일이 있을때마다 작가의 정원 이야기에서 힘을 얻는 기분이다. 특히 생물에 대해선 자세하고 아름답게 공들여 묘사한다. 우리가 자연에 속해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하는 느낌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일부러 주입하지도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스스로 느끼게 한다. 가령 집 굴뚝새는 자기 영역에 들어오는 작은 새들을 죽이고, 어치는 다른 새들의 새끼를 잡아먹는다. 이 과정을 소개하면서도 작가는 집굴뚝새나 어치를 미워하지 않는다. 그저 이것이 자연임을 보여준다.

가족과의 일도 마찬가지다. 힘들고 슬픈일도 많지만 아름다고 빛나는 순간들도 있다. 그 역시 특별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이야기해준다. 외외증조할머니, 외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와 나의 출산 후 이야기까지 쭉 이어진 이야기는 자연 이야기 사이사이 보여줌으로서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깨닫게 된다. 거기다가 사이사이 그림이 등장하는데 이 그림은 작가의 여동생인 빌리 렌클이 그린 그림이다. 새, 곤충, 과일, 자연 등을 아름다고 세심하게 그려놓았다.

“가족 안에서 살면서 내가 뭔가 배웠다면, 그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속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밖으로, 밖으로, 밖으로, 양쪽 방향으로 확장되는 잔물결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게 속한다. 그리고 초록색의 이 근사한 세계에서도.”(321쪽) 결국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이 아닐까. 우리가 서로에게 속해있다는 사실, 초록색의 이 근사한 세계에도 속해있다는 사실. 그렇게 우리는 살아간다는 이야기. 서로에게 속한 우리는 성장하고 확장하고 어울려 살아가며 따뜻함을 느낀다는 것, 그것을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나의 어린시절과 작가의 어린시절이 달랐지만 책을 읽는 내내 어쩔 수 없이 나의 기억 구석구석에 있는 가족들과 함께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기억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내게 힘이 되었다. 잊고 있었던 그들을 떠올리며 행복했던 시절을 곱씹으며 읽는 내내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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