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상처 입힌 일에도 내 잘못부터 찾으려고 했다. 내 잘못을 찾을 수 없을 때는 타인의 잘못을 실수라고 이해했다. 나만 잘하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어른스럽다’라는 말을 칭찬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 모르고 자랐다. 책임을 묻거나 외면하거나 눙치려는 어른이 아니라 ‘미안하다’고 말하는 어른,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어른이 한명이라도 나타나길 바랐다는 것을 어른이 되고서야 깨달았다. ‘저런 어른이 되어야지’라는 생각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여전히 내 잘못을 먼저 찾는다. 이제는 정말 그래야만 하는 어른이니까. 익숙한 감정 속에서 울다가 지치고도 잠들지 못하는 밤이 그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날도 있다.
-알라딘 eBook <이제야 언니에게> (최진영 지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