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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안락 ㅣ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은모든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평점 :
결국 내 삶의 마지막을 정할 수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늘 꿈꾸던 일이다. 나는 60세까지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서 60세는 좀 심하구나, 생각했다. 조금 더 인심썼다. 70세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근데 어떻게 끝을 내지? 소설 <안락>에선 가능했다. 법안이 통과했다. 이금례 할머니는 자신이 직접 선택한 그 날에, 편안하게 안녕을 고했다. 부러웠다. 기력이 없는 자신을 인정하고, 직접 정리하고 준비했다. 그 준비,라는 과정은 서류정리, 물건정리도 있었지만 가족들을 단념시키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정해진 그 날, 정확하게 가족들을 모아놓고 인사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정해진 그 시간에 할머니는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음,에 대한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한다는건 어떤 의미일까. 인간의 존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는 여전히 스스로 마감하는 삶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 반감이 크다. 어떻게 죽음을 선택한단 말인가. 생각해보면 태어나는 것도 우리의 선택이 아닌데, 죽음도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는건 너무 당연한게 아닐까. 하지만 숟가락조차 들 힘도 없이, 누군가에게 의지해야만 삶을 이어갈 수 있을때 그 또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인간의 존엄성이라는게 그럴때도 과연 논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소설 <미 비포 유>에서도 남자 주인공은 불의의 사고로 사지마비 환자가 되었다. 살아갈 의미를 잃은 남자가 간병인을 만나면서 삶은 조금씩 달라진다. 이미 미래를 결정한 남자앞에 미래를 함께하길 바라는 여자가 나타난다. 스스로 삶을 끝내려고 마음 먹은 남자, 과연 이 남자가 결정을 바꿨다면 둘은 행복했을까. 나머지 삶도 여전히 여자에게 의존해서 살아가야 하는 남자가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있을까. 그렇게 삶은 어렵다.
<안락> 속엔 할머니의 선택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했지만, 결국 나의 초첨은 ‘선택하는 죽음’에 머물렀다. 막연한 죽음에 대해 아득함보다 선택을 하고픈 나.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