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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평점 :
페미니즘 도서의 바이블,이라 불린다는 <이갈리아의 딸들>.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지만 선뜻 손이가지 않았다.(사실 내용도 잘 몰랐다.) 김수정 연출이 연극으로 만든다고 했을때 다시 관심이 갔다. 김수정 연출과 이갈리아의 딸들? 연극 공주들을 보며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던 연출이 선택한 책이라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그때까지도 이 책에 대한 정보라곤 제목뿐이었다.) 막상 연극이 시작되었을때, 예상치 못했던 티켓전쟁을 지켜보며 급 피곤함이 몰려와 연극을 보지 않아야겠다 생각했다. 그말인즉 책은 읽지말... 아니 나중에 읽어야겠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지인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그렇다면 말입니다, 연극을 봐야죠. 자연스럽게 책도 봐야죠, 암요.
뒤늦게 표를 구해 연극을 보러가기 전, 원작이 있는 연극에 대한 예의로 책을 다 읽고 가고 싶었으나 마음과 달리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로 1/5정도 읽고 연극을 봤다. 연극을 다 보고 나와서 이거 원작을 꼭 봐야겠구나, 다짐을 했고 그렇게 최근까지 이갈리아의 딸들에 빠져 있었다. 연극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하겠지.. 할거야.. 해야해..)하고, 책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남기자면,
일단 대한민국(세계는 모르겠고) 현재를 살고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보며 각자만의 어떤 “후련함”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자와 여자가 완전히 뒤바뀐 세상. 우선 여자는 브래지어,라는 용어따위 없다. 꾸미지 않아도 된다. 선택은 여자의 몫이다. 여자가 사회생활을 하고 중요한 일을 결정한다. 아이를 낳아주는 신성한 몸인지라, 감히 남자가 여자의 권력에 덤빌 수 없다. 참고로 이갈리아에선 여자는 움, 남자는 맨움이라 불린다. 이것부터 기가 막히지 않는가.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축인 움에 비해 맨움은 움의 선택을 기다리고 육아를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늘 움에게 잘보이기 위해 꾸미고 특히 페호를 착용해야 한다. 남자의 어디에 착용해야할지,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움에 비해 늘 차별을 받는 맨움, 차별이란 단어조차 생소해 하는 사람이 많고 아이를 키우고 움의 뒷바라지 하는 인생이 당연하다 여기는 세상. 그런 그들이 차별에 맞선다. 왜 어부는 움만 할 수 있는지, 맨움은 어부가 될 수 없는지.(참고로 어부의 부는 남편 부로 예로부터 남자가 하는 직업이란 인식이 큰 직업이다. 이런 디테일이라니.) 자신들도 페호를 집어 던지고 꿈을 찾고 싶어한다. 움들의 성추행, 성폭력에 정면으로 맞서고 싶어한다. 더 나아가 자신만의 성정체성을 찾고 싶어한다.
후련함이 커질수록 공허함도 커졌다. 이것이 뒤집어서 보면 우리의 현실이란 사실. 후련함은 책속에서나 있는 일일뿐. 현실은 그와 반대니까. 물론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나아졌다의 기준은 도대체 뭘까. 어디까지가 나아짐,에 속하는걸까. 맨움들처럼 지금도 끊임없이 많은 여자들이 싸우고 있다. 조용히 말하면 듣질 않으니 점점 더 과격해지는 느낌. 서로 대화하고 바꾸려는 시도는 뭐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하다못해 82년생 김지영 영화를 두고도 여자,위주의 불편함만 가득하다고 하는 판이니. 누가 영화가 다 맞다고 했나, 맞는 부분과 아닌 부분을 함께 이야기 나누고 바꿔나가자는 의미를 우리는 한쪽으로 몰아간다. 너무 극단적이자나!하고.
<이갈리아의 딸들> 꽤 시대를 앞서간 소설임에도 시대와 함께 살아간다. 나라도 시대도 다른데 지금과 같다. 이질감,이란 단어를 이럴때 쓰고 싶은데 꺼내보지도 못할정도다. 너무 비슷해서, 너무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서. 도대체 사람들에게 뿌리박힌 고정관념이란 무엇이며, 어떤것에 대한 권력을 가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내가 보기엔 많은 남자들이 자신이 가진 권력을 놓기 싫어하는 것 같다.) 만약 누군가 이 책을 읽고 너무 불편하다, 이게 현실과 뭐가 그렇게 비슷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분명히 달나라에 살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건 너무나 현실이다. 너무나 지금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바뀔때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