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 배철현 저 / 21세기북스우리는 정적, 조요함이라 여기는 그 순간을 은근히 못견뎌낸다. 나의 경우도 혼자 있을땐 ‘백색소음’이란 이름으로 텔레비젼 혹은 휴대폰으로 음악 등을 켜놓는다. 나는 심지어 집중해야할 일이 생겼을때도 곧잘 음악을 틀곤 한다. 과연 우리가 하루 중 조용히 보내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 시간이 있기는 한걸까.배철현 저자의 정적은 그런 우리들에게 조용한 기적이란 이름으로 정적 혹은 묵상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작가의 이력은 다소 특이하다. 고전문헌학자인 그는 인류 최초 문자들의 언어인 셈족어와 인도-이란어를 전공했다. 문득 셈족어는 도대체 어떻게 생긴 문자일까 궁금했다. ‘최초의 문자’라는 부분도 내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인류가 남긴 경전과 고전을 연구하는 그는 책에서 성경, 고전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평정, 부동, 포부, 개벽이란 큰 주제아래 각각 소주제로 씌여있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도 있었고, 익숙한 단어들도 있었다. 물론 익숙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평소 내가 생각하는 의미와 많이 달랐다. 가장 인상깊었던건 ‘눈물’이란 부분이었는데 ‘울음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소리다’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신화에서 물의 의미로 시작하여 눈물에 대한 고대 이집트 문명 이야기까지 제법 ‘눈물’에 대해 제법 설득력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눈물은 이성을 숭배하고 체면에 기생하는 인간을 한순간에 공격해 자신의 감추고 싶은 과거와 직면하게 만든다. 그리고 새로운 출발을 촉구한다.저녁노을을 보며 눈물이 나는 이유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신비한 아름다움에 압도되어서다. 그 노을이 나에게 묻는다. “왜 너는 감동을 주는 삶을 살지 않는가?” 어머님 얼굴에 깊게 파인 주름살이 나에게 묻는다. “왜 너는 헌신적인 삶을 살지 않는가?” 조용히 잡은 아내의 손이 나를 감동시킨다. 그 손이 묻는다. “왜 너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손을 잡지 않는가?” 핸드폰 너머 들려오는 딸들의 목소리가 나를 아련하게 만든다. “왜 너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가?” 글을 쓰고 있는 나를 응시하는 나의 반려견, 샤갈과 벨라가 나에게 묻는다. “왜 너는 순간을 살지 못하는가?””239-239쪽눈물에 대한 새로우면서도 공감되는 글에 나는 한참 할말을 잃었다. 누구나 그런적이 있지 않는가? 지는 노을을 보며 생각에 잠기고 문득 눈물이 나는 순간들. 작가는 그 순간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더불어 우리에게 순간을 살라고 질문한다.이 책을 다읽고나서 정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소리가 아닌 순간들의 중요함에 대해 작가가 이야기하고 있는건 아닐까. 순간에 집중하다보면 소리란 결국 아무것도 아닌것인데, 나는 먼저 소리에 집중했던건 아닐까. 집중한 순간들이 모여 내 삶이 되고 삶이 모여 인생이 되는건 아닐까. 다시 나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순간을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