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믿을 수 있는 변화 - 버락 오바마 연설문 2002~2008 영어 원문 수록본
버락 H. 오바마 지음, 모린 해리슨.스티브 길버트 엮음, 이나경 옮김 / 홍익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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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진실한 감동, 구체적인 희망, I'm asking you to believe.

버락 오바마의 연설문을 엮어낸 책 한 권에 불과하지만 그의 공정한 신념과 확고한 소신이 담긴 철학을 그것도 원문과 함께 담아낸 이 책은 공감할 수밖에 없는 희망을 진실한 감동으로 이끌어 담아 내고 있다.

We say... We hope... We believe... yes, We can. (2008년 3월 4일 San Antonio 연설 중에서)

2002년부터 2008년 1월 29일까지 주요 연설문을 담은 이 책에는 3월 4일 San Antonio 연설이 없지만 그동안 버락 오바마의 연설문을 꾸준히 스크랩해온 나는 위의 말이 오바마가 구상하는 미래의 미국사회 모습을 그려내는 가장 적절한 말이라 생각한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검은 돌풍, 최초의 유색인 대통령 후보, 검은 케네디, 제2의 링컨 등 여러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민주당 경선 후보 버락 오바마다. 그만큼 각 계층의 다양한 기대가 그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고 그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환호하고 갈채를 보내는 사람들은 희망을 품고 있다. 그들이 환호하는 이유는 버락 오바마의 연설에서 찾을 수 있다. 책은 오바마의 연설에 대한 평가와 해석 없이 그대로 그의 말을 전하고 있다.

그는 달변가가 아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분명한 메시지에 자연스럽게 공감을 이끌어 낸다. 그의 말에는 한 가정의 아빠로서, 아들로서, 손자로서, 미국의 이민자로서 겪은 경험과 그 과정에서 형성된 가치관 그리고 그가 그리는 미래상에 진실함과 신뢰가 담겨 있다. 자신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다수의 관심에서 소외된 계층인 일자리를 잃고 건강보험 없이 아들 약값을 걱정하는 아버지, 합격하고도 등록금이 없어 좌절하고 있는 어느 대학생, 이라크에 파병한 군인 가족을 위한 보살핌 등 힘없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있다. 오바마는 그들의 입장에서 성장했고 그들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그들의 입장을 미국인 모두가 감내하고 있는 상황으로 가치를 형성 발전시키고 있다.

단순히 감상이나 동정에 젖어 있지 않고 현상에 대한 정확한 문제인식과 구체적인 단계별 대안을 제시하는 데 그가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분열되고 있는 여러 쟁점과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넘어 그 보다 더 높은 가치인 희망, 믿음, 책임, 가능성을 미국인에게 불어넣고 있으며 이러한 신념은 그에 대한 확신으로 발전하고 있다.

희망

미국인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개인성을 공동의 목적에 맞게 희망의 가치로 이끌어내고 있다. 그리고 함께 이루어갈 가치로 희망을 제시한다.
“누군가 제게 8월의 오늘 그 나무가 어떻게 서 있는지를 물어본다면, 저는 싹을 틔우고, 뿌리는 강하며, 다시 자랄 준비가 된 나뭇가지를 500개나 보았다고 대답할 것입니다(p99).”
“제게는 세 살과 일곱 살배기 두 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바로 제가 애초에 이 나라에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이유라고, 그 아이들이 자신의 아이를 키우기에 더 나은, 더 희망찬 세상을 주려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p170).”
“미국의 상황이 달라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언제나 존재해 왔습니다. 악과 고통은 언제나 존재할 테지만, 이 땅은 작은 기적과 무한한 꿈에 의해 작동되는 나라이며 보다 큰 선을 추구하기 위해 가장 큰 도전 또한 두려워하지 않는 곳이며, 온갖 역경을 이기고 결국엔 우리들이 승리하는 곳이라고 믿는 사람들 말입니다(173).”

믿음

분열, 이념의 벽과 당파 장애물에 부딪치는 현실을 넘어 미국의 정체성을 찾고 분열과 구분이 아닌 공통가치를 만들어 미국인 모두가 희망을 품고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는 미국을 만들기를 원한다.
“이 나라가 자유와 평등이라는 원칙에 진정으로 근거하고 있다면 수백만의 사람들이 피부색 때문에 족쇄에 묶여 있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믿음입니다(p175).”
“여럿으로 이루어진 하나 그것이 바로 우리가 개인의 꿈을 추구하면서도 미국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가족으로 화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p261).”
“신앙이 아무리 깊다거나 깊지 않든지 간에 사람들은 이제 신앙이 공격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지켜보는 데 지쳤습니다. 그들은 신앙이 상대를 얕보기 위해, 또는 파벌을 나누기 위해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신앙에 대해 생각하는 바는 그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p135).”

책임

“시카고의 사우스사이드에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이가 있다면, 비록 그 아이가 제 자식이 아니라 해도 그것은 제 문제입니다. 어딘가에 살고 있는 노인이 약값을 내지 못해 약값과 집세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면, 그분이 제 조부모님이 아니라 할지라도 제 삶은 더욱 가난해집니다. 어느 아랍계 미국인 가족이 변호사도 선임하지 못한 채로 올바른 절차 없이 체포된다면, 그 사건은 제 인권을 위협하는 것입니다(p261).”

가능성

현 부시 행정부에 대한 쓴 소리도 마다치 않는다. 그들의 신념과 실행에서 비롯된 많은 결과들이 힘있는 소수자의 의도대로 흘러갔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다문화, 다민족으로 구성된 미국, 잠시 잊고 있었던 미국인의 정체성에서 찾을 수 있는, 미국인이라면 현실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한다.
“지금 우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순간에도 아무 정치나 닥치는 대로 팔아먹는 홍보자들, 흑색선전을 유포하는 비방꾼들이 우리를 갈라놓으려 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 저는 그들에게 전합니다. 민주당의 미국과 공화당의 미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미합중국이 있을 뿐이라고 말입니다. 흑인의 미국, 백인의 미국, 라틴계 미국, 아시아계 미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미합중국만이 존재할 뿐입니다(p262).”

희망, 믿음, 책임, 가능성이 가지는 의미를 살펴보면

무엇을 말하느냐 보다 사람들이 무엇을 듣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바마는 그 원칙에 진실과 신뢰를 담아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연설에 환호한다. 그의 연설에는 모든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고 공동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만난 사람들의 여러 상황을 전달하고 그에 대한 오바마의 직접적인 평가가 있으며 그리고 함께할 가치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까지 있다.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말한 내용을 모두 기억하고 자신이 한말에 책임을 지려는 모습 또한 지지자들이 신뢰를 보내는 이유일 테다.

그러나 현재 오바마에 관한 루머와 의혹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bitter’라는 말을 했다는 의혹과 여러 사안에 대한 불분명한 판단 등 여러 의심이 그의 지지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사실이든 아니든 상대 후보 흠집내기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어쩌면 정치과정에서 치러야 할 수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의 신념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도 많다. 하지만 구성원 모두를 포함할 수 있는 공통가치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그의 진실은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공화당 후보인 존 매케인 등 선택하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것,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은 행복한 고민이어서 부럽기까지 하다. 희망을 품게 하고 기대를 하게 하며 확신을 심어주는 대표자가 있다는 사실이 미국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을 넘어선 미국인으로서 가져야 할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이념, 종교, 민족 논쟁을 넘어서 미국이라는 틀에서 생각할 수 있는 올바른 지도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버락 오바마는 약간 쉰듯한 거친 목소리지만 신념을 담고, 믿음을 담은 분명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We say... We hope... We believe... yes We 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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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 - 세상의 변화를 읽는 디테일 코드
팔란티리 2020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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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휴대전화로 친구나 가족과 소통하는 양이 많이 늘었다는데, 그럼 그만큼 친해진걸까?”
“인터넷 덕분에 연애 기간이 짧아졌을까?”
“세컨드 라이프에서 아바타끼리 결혼한 유부남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워, 우리의 정체성이 하나가 아니라 더 많을 수 있는지 궁금해.”
“인터넷을 많이 쓰면 정보량도 늘어나고 더 똑똑해질까? 또 현명한 활용 방법은 뭘까?”
“일과 놀이의 개념이 바뀌면서 그 경계도 희미해지고 있다. 정말 잘 놀아야 일도 잘하는 걸까?”
“네트워크 시대, 권력과 권위는 누구에게로 옮겨가고 있을까?”

책은 이와 같은 질문을 문제제기로 삼아 7가지 갈래(정체성, 프라이버시, 지식, 경제, 놀이, 권력, 예술문화)로 일상적인 현상을 진단한다. 정체성을 논의로 삼는 1. 나는 몇 개인가? 와 프라이버시를 중심으로 논한 2. 여기가 너희 집 안방이냐?, 지식(3. 네가 아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경제(클릭의 경제학을 읽어라), 놀이(나는 논다, 고로 존재한다), 권력(누구나 파워 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예술문화(당신도 앤디 워홀이 될 수 있다)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기술의 변화로 인해 의사소통 행위 도구가 많아져 다원화된 사회를 더욱 진전시키고 그렇게 다원화된 사회구조는 다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채널을 확장시켜 사회는 더욱 작은 단위의 집단 그리고 개인의 참여를 다양한 공론영역으로 끌어들인다’로 정리할 수 있다. 그만큼 사회단위인 개인과 집단에 대해서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많아졌고 이러한 상호작용을 촉진시키는 순환구조를 지닌 사회인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방향을 설정하고 진단하고 있다. 책에서 마이크로 소사이어티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리고 있다. 작고 사소한 힘이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회, 네트워크 환경의 변화로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작은 신세계를 일컫는다.

개인의 일상공간인 싸이월드, 블로그,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또 하나의 나인 아바타, 닉네임, 집단으로서 까페, 클럽, 의견표출로써 댓글, UCC 등 생활이 되어 버린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현상들을 철학, 심리, 경제, 사회, 경영학적인 여러 관점으로 진단한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진단하고 그 원인을 찾아가는데 원인을 먼 곳에서만 찾지 않고 싸이질, 악플, 검색어, 게임, 개죽이, 된장녀 등 신조어나 한 때 이슈를 몰았던 현상을 가까운 데서 찾아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어 재미있다.

그리고 단순한 재미를 넘어 개인과 집단이 가지는 가치와 에너지 발산 그리고 개인과 집단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또 사회가 다시 개인과 집단에 영향을 미치는 순환적 구조를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또한 기업시각에서 비즈니스 수익 모델을 설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소비자의 공통된 원칙을 살펴볼 수 있어 책은 재미와 함께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언론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진 것 같다(저자구성을 보면 언론관련 교수가 4명이다). 여러 댓글이나 사회 이슈를 만들어가는 온라인 미디어인 포탈에 대해서인데 사이트에 접속하면 화면 중앙에 위치하는 뉴스가 그것이다. 헤드라인 뉴스가 얼마든지 의도대로 노출빈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다루지 않고 있다. NHN의 지원으로 책의 집필이 이루어졌기 때문인지도 몰라도 포탈 사이트 뉴스가 노출빈도의 포장이 ‘가장 많이 본 뉴스’, ‘최다 조회수’로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헤드라인이 이틀이 가도 바뀌지 않고 속보가 아닌 이상 관리자의 근무 시간에 따라 얼마든지 포탈 뉴스가 재구성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관해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누군가의 의도대로 여론 형성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 또한 마이크로 소사이어티의 현상으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현상에 대한 진단은 대부분 공감을 하지만 다루는 분야와 원인 진단과정은 그렇게 새롭지 않다. 전체인 큰 틀에서 한번쯤 생각해보았거나 논의가 충분히 경과한 분야도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루는 분야가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몇 년 전에 출간됐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생활하는 사회를 정리하고자 하는 면과 주제는 새롭지 않지만 분명하게 진단하고 체계적으로 설명할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라는 사실에 이 책은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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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티볼리의 고백
앤드루 손 그리어 지음, 윤희기 옮김 / 시공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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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시간이 도치된 뒤틀린 삶이 가면이 되어 한 여자를 사랑하는 한 남자 이야기

연민, 고통, 집착 그리고 뒤늦은 고백.
고백 후 다가올 혼란, 악연, 구속.

책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첫 번째 감정은 책의 주인공인 막스 티볼리에서 비롯된 마음이고, 두 번째 감정은 막스 티볼리가 한 평생을 걸쳐 사랑한 앨리스가 그 동안 겪어왔고 앞으로 겪게 될 마음이다.

한 남자(막스 티볼리)가 시간이 뒤틀린 삶을 살아간다. 나이를 먹을수록 젊어지는 남자, 신체발달의 시작과 끝이 반대로 일어나는 남자, 단순히 외모에서 느껴지는 나이가 아니라 신체모두가 노인에서 젊음을 지나 어려지는 희귀병을 가지고 태어난 남자의 고백 이야기이다. 이 고백은 막스의 눈으로 아들 새미와 부인 앨리스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쓰는 형식이다.

한 남자의 사랑을 향한 절절한 심리묘사는 섬세하지만 고민은 상대적으로 적다. 깊은 고민보다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랑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그의 사랑에 처음에는 막스의 고통에 연민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와 거꾸로 가는 가면을 핑계 삼아 점차 집착으로 변해가는 모습에 앨리스의 삶도 똑같이 막스의 고통스러운 삶에 갇히게 된다.

고통의 배경에는 어머니의 암시가 결정적이었다. 시간이 도치된 삶을 살아가는 막스는 어머니의 최면으로 전 생애를 걸쳐 막스의 행동을 지배하는 규범을 내면에 가지게 된다. “사람들이 네 나이가 얼마쯤이라고 생각하면 그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p38).” 불행은 이 내면의 규범에서 시작한다.

막스 티볼리는 미망인 레비 부인과 그녀의 딸 14세 소녀 앨리스와 만나면서 이 모녀의 삶에 깊은 상처를 주는 존재로 남게 된다. 당시 17세인 막스는 중년의 외모 때문에 앨리스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채 레비 부인과 중년의 사랑을 하게 되고 앨리스는 막스의 유일한 친구인 휴이(막스가 드러낸 아픔이었다면 휴이는 드러나지 않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와 사랑을 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이 시기에 막스, 앨리스, 휴이 이 세 사람은 평생 벗어날 수 없는 복잡한 굴레를 만들게 된다. 후에 모녀에게 막스 티볼리의 중년남성은 잊고 싶은 기억으로 남게 되고 앨리스와 레비부인은 떠나게 된다.

20년 후에 우연히 재회하는 모습에서 자신을 숨긴 채 앨리스와 새로운 인연을 시작한다. 막스 티볼리로써가 아닌 아스가르 반 달러라는 예명으로 몸 자체가 가면인 수단을 삼아서 말이다. “내 몸 자체가 가면이 되어 나의 옛사랑에게 다시 접근해 새로운 사랑을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p201).”. 막스 티볼리가 아닌 아스가르로 만난 앨리스의 어머니인 레비부인을 보고 20년 전 모습을 찾으려는 막스의 모습 그리고 레비부인에 대한 여과 없는 표현 “솔직히 말해 조금 역겨움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세월에 찌든 매춘부 같은 인상을 주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노쇠한 백작부인 같기도 했다(p205).”

어쨌든 아스가르라는 가면을 쓴 막스는 앨리스가 자신으로 인해 불행해질 것을 알면서도 결혼을 한다. 자신의 사랑이 바로 앨리스에게 지난날 용서를 구한다는 말로 위안을 삼으면서 자신이 결혼해야만 하는 이유를 자기 스스로 합리화해버린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자기 중심적인 결정을 하는 막스로 인해 앨리스에게 또 다시 잊고 싶은 기억으로 남게 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리고 끝내 진실이 밝혀져 헤어지게 되고 내용은 종반으로 넘어간다.


막스의 내면을 따라가다 보면 연민을 느끼지만 지독히 이기적인 사랑이 묻어난다. 한 평생 사랑한 앨리스에 대한 사랑을 기록하고 남기는 걸 보면 언젠가 진실을 확인할 이 고백을 수단 삼아 앨리스에게 어떤 모습이로든 자신을 기억하게 하고 싶은 욕심은 아닌가 싶다. 사랑의 고백을 넘어 자신의 행동에 애써 변명의 여지를 두는 듯한 느낌.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고 아파하는 앨리스의 모습을 생각하지 않고 막스라는 사람이 앨리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에 남아있는지 확인하고 싶어하는 반복되는 가면 속의 막스다. 일방적인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이기적인 사랑의 모습을 말이다.

막스가 왜 그토록 앨리스를 사랑하는지 그의 고백에는 드러나 있지 않다. 벗어날 수 없는 첫사랑이라는 감정에 휩싸여 평생 그녀를 바라보고 쫓는 단순히 어릴적 각인된 환상을 쫓아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렇듯 막스 티볼리의 눈과 마음으로 본 진솔한 고백이 전부이지만 그의 사랑이 머무는 한 여자. 그 고백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앨리스의 눈으로 보면 그녀 또한 막스의 불행에 함께 갇혀 있다.

그것은 앨리스가 끝끝내 막스 티볼리라는 환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다. 언젠가 확인할 막스의 고백한 이 내용을 보고 혼란과 악연 그리고 구속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느낄 테니까. 앨리스가 바라고 기대하던 모습은 어김없이 산산이 무너져 내린다.

앨리스가 진정으로 원하고 바라는 모습은 어린 앨리스는 아버지로서 막스를 원했고, 30대 앨리스는 아스가르라는 남편을 원했으며 중년의 앨리스는 휴이의 남겨진 아들로 원했는데 이 기대 모두가 막스로 인해 처참히 무너지니 말이다. 앨리스 입장에서 숨겨진 고백은 듣지 못했지만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평생을 걸쳐 잊지 못하는 사랑하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또한 이루어질 수 없고 설사 이루어 졌다 해도 끝내 벗어날 수 없는 막스의 그늘이라는 사실을 앨리스 자신은 몰랐다. 후에 확인할 이 고백 때문에 또 다른 아픔을 짊어져야 하는 앨리스의 삶은 막스 티볼리의 그늘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이 생애 남겨진 앨리스의 삶은 더욱 가혹하고 잔인할 수밖에 없다.

앨리스가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은 누구인지 이 몫은 막스 티볼리의 고백을 펼치는 분들에게 남겨두고 싶다. 글은 다분히 막스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지만 앨리스의 고백을 듣고 싶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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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력비판
I.칸트 지음, 이석윤 옮김 / 박영사 / 2005년 8월
28,000원 → 28,000원(0%할인) / 마일리지 84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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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비판적 사고- 아카넷 논리 시리즈
박은진.김희정 지음 / 아카넷 / 2008년 2월
18,000원 → 17,100원(5%할인) / 마일리지 54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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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중심 어휘
데이비드 싱글턴 지음, 배주채 옮김 / 삼경문화사 / 2008년 4월
18,000원 → 18,000원(0%할인) / 마일리지 0원(0%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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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산 -상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6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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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인간 - 니체의 인생론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함현규 옮김 / 빛과향기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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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사상은 한번도 의심의 여지없이 마땅히 받아들인 인간 사회의 가치와 기준에 대해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곱씹어보게 한다. 곱씹을수록 처음 맛보다는 뒷맛을 알게 하는 니체의 글은 인간 사회와 역사에 대한 명제를 어디서 찾고 어디까지가 명제인가 하는 부분에서 전체를 따라보게 하는 인도자의 역할이 니체 사상의 매력일 것이다.

니체의 사상을 토막토막 내어 핵심을 재구성한 이 책은 니체의 사상을 처음 가볍게 접해볼 독자라면 조금은 오해의 소지와 단락들의 연계적 의미에 대해 혼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옮긴이가 시작하는 글에 언급했듯이 철학자의 사상은 그의 글 한 구절 한 구절에 모두 살아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갈기갈기 찢거나 생각 없이 짜 맞추면 철학자의 사상은 생명력을 잃고 만다. 다시 말해 철학자의 원래 사상과는 전혀 다른 사상이 독자들을 더 큰 혼란에 빠져들게 될지도 모른다는 전제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혼란스럽고 복잡한 글로 사람 진을 빼는 글은 아니다. 짧은 글과 문장으로 쉽게 읽히지만 그 내용만큼은 되내일수록 거미줄처럼 서로 연계된 생각들이 마구마구 떠오르게 하는 매력이 있다. 마치 책을 읽고 중요한 부분만 따로 노트에 적어 재구성한 느낌이다. 요약집을 보면 전반적인 흐름을 알고 다시 역추적하여 내용을 채워 넣을 수 있는 뼈대의 역할을 하는 것이 이 책이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책 제목 <신과 인간>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많은 부분을 그리스도교와 인간에 대해 니체의 견해를 잘 나타내고 있다. 책의 비중은 전체 7부중 3부에서 5부까지 이어지는 책 절반을 넘는 신과 인간에 대한 내용이다.
‘신은 죽었다’라고 대표적으로 끊임없이 인용되는 니체의 이 말에 니체의 반 그리스도교 관점이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말이다. 선과 악은 단지 망상일 뿐 결코 이해된 것이 아니며, 인간 스스로의 정말과 스스로의 무능력을 탓하기 위해 ‘신’이라고 명명한 것이며, 허무를 신으로, 허무에의 의지를 신성한 것으로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니체는 신은 하나의 억측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더 이상의 신은 존재하지도 않으며 인간의 허상에 불구하다는 니체의 말에 아직까지 종교로 끊임없이 분쟁하는 지역과 민족에 대해 말하고 있는듯하다. 종교로 인해 분열 대립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기를 바라는 니체의 예견된 사실이 아니었을까.

진실의 세계는 절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허주무의는 진실한 세계와 존재의 부인으로서의 신적인 사고 방식일 수 있다고 말하며 삶은 어떤 이론이나 논리 같은 논거가 아니라는 니체의 견해이다. 삶에 있어서의 가치는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는 게 아니라 사람이 한 때 가치를 부여하고 증여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권리와 의무로써 생각을 빗대어 보면 태어날 권리로 태어나는 인간이 얼마나 될 것이며, 살 권리와 의무는 갖지만 죽을 권리는 없는 인간에게 권리와 의무의 도덕적 가치를 어떻게 부여할 것이며 ‘무엇 때문에’ 이리도 고민하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사회 가치에 맞게 양성 육성된 편협된 시각이 아닌 인간 본연의 다양한 관점에서 가치에 대해 논하는 니체. 니체가 존경하던 쇼펜하우어의 사상과 함께 읽으면 ‘보편의 이면’이라는 현상에 대해 더 많은 주관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니체의 사상에 대해 적은 분량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했는지 구성상의 아쉬움이 든다. 차라리 타이틀에 더욱 충실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니체의 사상이라는 큰 줄기 속에 잎이 곧 움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움트기 위한 관심은 1부 <니체의 자화상>에서 니체가 저작활동을 한 작품들이 고스란히 소개(집필동기 등)되어 니체에 대해 더 많은 사상을 찾아 공유하고 싶게 한다. 니체에 관해서 다양한 서적이 존재한다. 여건이 된다면 원어로 읽는 것이 니체가 그토록 말하고 싶던 세상에 대한 왜곡 또는 해석 없는 니체 본연의 사상에 대한 동행이 아닐까 싶다.

적은분량의 휴대하기 편한 소책자이지만 짧고 쉽게 읽히는 글자를 넘어 하나의 길에서 여러 길로 뻗어가는 생각의 인지와 인식이라는 활로의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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