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림지구 벙커X - 강영숙 장편소설
강영숙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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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지구 벙커X>는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이 살던 부림지구는 지진으로 완전히 파괴되어 사람이 살아가기 어려운 지역으로 변해 버린다. 주인공은 부림지구를 떠나지 않고 보호소를 거쳐 벙커로 향한다. 작중의 묘사를 보면 정부는 부림지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거의 도와 주지 않는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음식이나 물을 구하기도 힘들고, 제대로 된 화장실에 갈 수도 없으며, 당연히 씻지도 못한 채로 살아간다. 주인공인 유진은 사십 대 중반의 중년 여성인데, 지진 이후 생리가 멈췄다는 말이 초반에 나온다. 극한의 상황에서 생리를 하지 않는 게 다행일 정도다.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재난 영화나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에서 여성들의 생리를 아예 언급하지 않는 게 별로라고 생각했다. 물론 주변 환경이나 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생리가 멈추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가는 여성들은 생리에 대해서도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으니까. 이 소설에서는 작중의 어떤 여성이 생리대를 가지고 있지 않아 흰 셔츠를 조각조각 잘라 썼다는 내용도 있다.

벙커는 사람들이 정말 목숨만을 부지하게 해 줄 공간일 뿐이다. 벙커 안에는 그들을 사람답게 살도록 도와 줄 만한 것들이 없다. 벙커 안의 사람들은 개중 박식하고 선한 '대장'을 필두로 밖에 나가 먹을 것을 찾아보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필요한 물건을 교환하기도 한다. 벙커 안에는 열 명이 살고 있다는 설정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지만 그 중 노부부가 인상적이었다. 노부부는 지진 이전에 꽤 많은 것들을 누리면서 살았던 것 같다. 현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자 노인은 검버섯이 핀 얼굴에 곱게 화장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중에 자기 집에 놀러 오면 차와 쿠키를 대접하겠다는 말을 한다. 매일마다 차려입고 벙커 문 앞까지 산책을 나가고 차를 마시고 싶다며 차를 찾는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는 존재다. 솔직히 말하면 그 노부부에게 인간적으로 호감이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난 상황에서 가장 약하고 가장 먼저 외면받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지진이 아니었더라면 그들은 그럭저럭 편안하게 노년을 보냈을 것이다.

이 소설은 결말이 아주 명확한 편은 아니다. 결말이 흐지부지하다는 폄하의 의도가 아니라, "그래서 주인공이 마지막에 어떻게 되는데?"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운 소설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결말은 서평에 가급적이면 적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결말은 적지 않는다. 사실 결말이 그렇게 중요한 소설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주인공이 마지막에 어떻게 되는지가 아니라, 주인공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처절하게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작가의 글을 보면 작가는 오래 전부터 자연 재해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인간도 냉혹한 자연 세계의 일부이고 자연의 우발적인 공격에 노출되어 있는 우주의 아주 작은 물질에 불과하다는 건 분명하다.'라는 문장이 있다. 큰 자연 재해 앞에서는 모든 인간이 평등할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끔찍한 삶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더 약한 자가 더 많이 고통받는다고 생각한다. 큰 지진을 겪은 유진의 삶은 아마 지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작가의 말처럼 나 역시 '나는 소설의 주인공들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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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플랫폼의 행동 방식 - 세계 비즈니스 판도를 뒤바꿀 발칙한 전략과 혁신
이승훈 지음 / 와이즈베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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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이란 말은 당연하게 사용되지만 플랫폼이라는 말이 시장에서 정확히 어떤 걸 의미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플랫폼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플랫폼이란 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광장이나 시장을 생각하면 된다. 여러 공급자와 소비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장이 플랫폼이다. 책에서는 에어비앤비를 예시로 들고 있는데, 에어비앤비는 자신의 방을 내놓는 공급자와 마음에 드는 방을 찾아 다니는 소비자를 수용하는 광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이 중점적으로 다루는 건 중국 플랫폼이다. 사업 모델로서 플랫폼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중국 플랫폼들은 한국이나 미국의 플랫폼들과 다소 다른 양상을 띤다. 당연하게도 중국이 갖는 특수성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시장 경제에 매우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강한 규제를 가하는 편이다. 중국 플랫폼에 대해 이해하려면 당연히 중국에서 정부와 기업이 어떤 권력구조에 놓여 있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은 중국 플랫폼들에 대해 소개하고, 그 플랫폼들이 어떻게 발전하였거나 정체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기초적인 지식 없이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쉬운 책은 아니지만 천천히 읽으면 크게 어렵지는 않다.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의 기업들은 외국인들에게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 텐센트에 대해 소개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텐센트가 가지고 있는 위챗이라는 메신저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챗은 한국의 카카오톡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만나 본 중국인들은 보통 연락처를 교환할 때 위챗 QR코드를 스캔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얼마 전에 중국 친구에게 어떤 게임의 중국 서버에 관련된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친구가 한자로 된 검색어를 알려 주고는 위챗 검색창에 그 검색어를 입력하면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볼 수 있다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위챗으로 게임과 관련된 검색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다시 생각해 보니 그 게임은 텐센트사 게임이긴 하다) 텐센트는 처음에 QQ라는 메신저를 통해 아주 폐쇄적인 서비스 제공을 했다. 책에 따르면 폐쇄적이라는 건 '모든 서비스를 QQ 운영자가 직접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텐센트는 사람들이 QQ를 통해 뉴스를 보고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QQ는 중국 내에서 8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메신저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텐센트가 서비스를 개방하기 시작한 건 위챗의 탄생과 함께 이루어진 일이다. 텐센트가 철저하고 치밀한 모방 표절로 성장한 그룹이며, 중국의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초기부터 꾸준하게 수익을 내며 성장해 왔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기분이 조금 복잡했다.

텐센트 외에도 책에서는 중국 내 인터넷 상거래의 최강자인 알리바바, 중국의 구글이라고 불리는 바이두, 우버와 비슷한 차량 공유 플랫폼인 디디추싱, 음식 배달 플랫폼 메이투안, 그 외 다양한 플랫폼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는 외국인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중국 플랫폼들은 대체로 중국 내부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 플랫폼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중국 정부의 정책을 든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규제에 매우 크게 흔들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에 언급된 텐센트도 2019년 수많은 중국인들이 텐센트의 게임에 빠져 있다는 이유로 정부의 철퇴를 맞은 적이 있다. 중국은 법이나 규정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와 관련된 비판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책에서 언급된 디디추싱의 사례가 있긴 하다. 차량 공유 플랫폼인 디디추싱 기사들에 대한 자격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남성 기사가 여성 승객을 강간하고 살해한 사건이 2018년에만 두 건이나 벌어진 것이다. 물론 서비스 공급자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시장의 확장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서비스는 소비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 플랫폼들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건 분명 사실이지만, 중국 플랫폼을 둘러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경영 분야의 책을 읽는 건 오랜만이라 재미있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다. 중국에 몇 번 방문했을 때나 중국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느낀 점들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어서 신기했다. 확실한 건 중국에서는 다양한 플랫폼들이 성립되어 성공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IT 산업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만한 책이다. 저자의 다른 저서로 <플랫폼의 생각법>이라는 책이 있다고 하는데, 그 책을 읽으면 플랫폼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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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과 결과의 법칙
제임스 알렌 외 지음 / 지식여행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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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과 결과의 법칙>은 사실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많은 이들의 인생을 바꾼 고전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실천하면서 살아간다면 인생이 바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꺼운 책이지만 빠르게 읽히는 편이다. 이 책이 하는 말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자기 인생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므로 바른 생각을 하며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라는 것이다. 얼핏 생각해 보면 2010년대 초반쯤 한국을 강타한 자기계발서들과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 알렌은 1864년에 태어난 사람이다. 이 책을 뻔한 말만 하는 21세기의 자기계발서들과 함께 분류한다면 저자가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다.

저자는 자신을 갈고 닦는 법, 행복을 찾는 법, 사랑을 실천하는 법에 대해서 그리고 그 외의 수많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역시 사랑을 통해 편견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 '편견은 상냥함, 배려, 사랑 그리고 올바른 판단력의 파괴자다.' 공감이 가는 문장이었다. 누군가를 대할 때 편견을 가지고 대한다면 그 사람과는 올바르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그 사람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 살다 보면 어떤 대상에 대한 편견을 버리려고 노력했을 때 그 대상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을 더 잘 알게 되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사랑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바른 마음을 먹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편견을 버린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의식적으로 자각하고 노력하는 것과 노력조차 하지 않는 건 다른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실 노력은 무조건 보상받게 되어 있다거나, 간절히 바라는 일은 이루어진다거나 하는 말들에 꽤 회의적인 편이다. 실패하고 시련을 겪는 수많은 사람들이 성공이나 행복을 간절하게 바라지 않았다거나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아서 그런 처지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은 노력은 반드시 결실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그 문장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어떤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 본 사람의 삶은 그런 노력을 해 보지 않는 사람의 삶과 다르다고는 생각한다. 간절히 바라는 일이 반드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는 대로 살아갈 수 있다면 세상은 아마 지금과는 아주 다른 상태였을 것이다. 하지만 간절히 바라는 일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절대적인 명제 중 하나는 '자신이야말로 자기 인생의 유일한 창조자다'라는 문장인데, 나도 이 문장에 동의한다.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내 인생에서는 내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꽤 많으니까.

원래 자기계발서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나는 보통 자기계발서를 읽었다는 사실에만 만족을 느끼고 거기에 나오는 내용들을 실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인과 결과의 법칙>은 내가 꽤 오랜만에 읽은 본격적인 자기계발서다. 어떻게 보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누구나 아는 이야기들, 당연한 이야기들이 적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연한 이야기라고 해서 당연히 실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두꺼운 책 한 권에서 한 가지만 실천하겠다고 마음먹고 실천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여담이지만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자기계발서를 자주 읽는다고 한다. 때로는 당연한 말들이 위안이 되어 줄 때도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읽고 감명받은 고전이라고 하니 자기계발서의 고전이 궁금한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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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살아남았습니다 - 지구에서 사라지면 절대로 안 될 101종의 이상한 동물도감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지음, 사이토 아즈미 그림, 이소담 옮김, 황보연 감수 / 아름다운사람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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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살아남았습니다>는 인간의 기준으로 보기에 다소 '이상한' 포유동물들을 소개하는 동물도감이다. 101종의 동물들이 가진 '이상함'은 생김새일 수도, 식성일 수도 있고 다른 습성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기 위해 인간들의 관점으로는 특이하거나 이상하게 받아들여지는 특징을 가지게 된 동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내용, 풀 컬러의 다채로운 일러스트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이런 식으로 각 동물의 서식지, 종과 분류, 크기와 특징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히 일러스트가 사실적이라서 좋았다. 처음에는 몇몇 동물들의 일러스트를 보고 나서 '이렇게 생긴 동물이 어디 있어...'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구글에 이미지 검색을 해서 해당 동물의 실제 사진을 찾아보았다. 몇 번 찾아보고 나니 이 책의 일러스트가 참 사실적으로 그려진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세상에는 정말 특이하게 생긴 동물들이 많다. 물론 그런 사고방식 자체가 인간 중심적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사람들이 자기들 멋대로 징그럽게 생겼다고 생각하는 동물들도 사람을 보면 참 징그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원래 알지 못했던 신기한 동물들에 대해 찾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내가 보고 인상적이라고 느꼈던 동물들을 소개하고 싶지만, 책 페이지를 전부 찍어 올릴 수는 없으니 이름을 몇 개 남겨 놓으려고 한다. 평소에 특이한 동물들에 대해 찾아보는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별코두더지', '벌거숭이뻐드렁니쥐', '작은이집트뛰는쥐'의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고 사진을 보면 소소한 충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구상에는 정말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구나, 싶었다.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서 이런 동물들이 서식지의 위협을 받지 않고 오래오래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다 보니 살아남았습니다>를 보고 완전히 처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동물들의 세계지도, '동물지리구'라는 개념이 있다는 사실이다. 동물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서식지의 경계선이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바다를 건널 수 없는 동물도 많다. 어쩌다 서식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이동한 동물들이 있다고 해도, 도착한 곳이 그 동물들이 살기에는 너무 덥거나 춥거나 습하거나 건조할 수도 있다. 심지어 자연 환경이 잘 맞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치명적인 천적이 서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들에게도 인간의 세계 지도와 같은 지도가 존재하는 것이다. 책 앞부분에 지도가 나와 있다. 어떤 식으로 정리되어 있는지만 살짝 보여주기 위해 일부만 첨부한다. 이런 식으로 각 구역별로 분리되어 각각 어느 구역에 어느 동물들이 사는지 소개하는 방식이다.

이 책은 재미로, 심심풀이로 쉽게 읽을 수 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한두 페이지 보고 덮어도 된다. 동물을 좋아하는 어린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특이한 생김새의 동물 일러스트들이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딱 좋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사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 중 하나는 희귀한 동물들에 대해 소개하고,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졌거나 사라져 가는 동물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동물들도 무분별한 개발과 기후 문제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어 큰 위기를 겪고 있다. 다양한 생명체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지구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간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책에도 나왔지만, 북극곰은 얼음이 녹으면 살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얼음이 녹으면 살 수 없는 이유는 북극곰들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사냥을 할 때 얼음을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얼음들이 점점 녹아 사라지자 요즘의 북극곰들은 사냥을 하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북극곰끼리 서로 잡아먹는 비극이 일어나기도 한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책을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이따금 마음이 아프거나 걱정이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상한'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지구를 위해서 이제 정말 인간들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수십 년 뒤의 어린이들도 이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십 년 뒤의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을 때도 이 책 속 동물들이 여전히 지구상에서 살아가고 있다면 좋겠다. 그러려면 어른인 지금의 내가 어떤 것부터 노력하고 실천해야 할지 생각이 많아졌다. 동물을 좋아하는 어른들과 어린이들, 환경 보호와 기후 변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어려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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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경제학 잠 못 드는 시리즈
나카무라 다카유키 지음, 노경아 옮김 / 생각의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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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의 나는 경제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개념 때문에 널리 알려진 애덤 스미스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존 스튜어트 밀이나 마르크스의 이름도 어디서 들어는 봤지만 그들이 어떤 사상을 주장했고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경제학>은 18세기부터 현대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경제학의 역사, 주요 경제학자들의 사상에 대해 설명한다. 책 뒷표지에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경제학'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아주 솔직하게 밝히자면 제목처럼 재미있지는 않지만 이해하기에 마냥 쉽지도 않다. 몇 번이고 다시 읽어 봐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경제학에 대한 지식이 아예 없는 사람이 읽기에 좋은 책인 건 사실이다. 사실 250년 가량의 역사를 가진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책 한 권으로 이해할 생각이었던 내가 도둑이나 다름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목차를 보면 총 7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은 애덤 스미스, 2장은 존 스튜어트 밀과 마셜, 3장은 케인스, 4장은 마르크스, 5장은 하이에크, 6장은 프리드먼, 그리고 7장은 조직 경제학이다. 책 내용은 기본적으로 시간 순서로 진행된다. 물론 3장의 케인스가 1883년에 태어났고, 4장의 마르크스가 1883년에 사망하였으니 철저하게 시간 순서를 따르는 건 아니니 시간적 흐름은 참고만 하는 게 좋다. 경제사상가들의 사상은 당연하게도 시대적 배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해당 사상가들의 사상에 대해 이해하려면 당시 사회상에 대한 이해가 거의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도 각 경제사상에 영향을 끼친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예를 들면, 존 스튜어트 밀은 노동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는 건 밀이 살았던 시대는 노동계급의 빈곤이 극심했다는 뜻이 된다. 밀은 1806년에 태어났다. 당시의 영국은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수많은 공장이 새로 생겨났고, 자연스레 경제적으로 부유한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의 계급이 구분지어지는 시기였다. 당시 사회상에 대해 책의 내용을 두 문장만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노동 시간을 규제하기 위해 19세기 전반에 제정된 공장법을 살펴보면, 당시 영국의 공장 노동자가 얼마나 혹사당했는지 잘 알 수 있다. 공장법은 10세 이하의 아동에게까지 하루 15시간이나 일을 시키는 노동 현실 때문에 1802년에 가까스로 시행된 규제인데, 아동의 야간 노동을 금지하고 노동 시간을 12시간으로 제한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런 내용을 읽고 나면 밀이 왜 노동자 계급에 대한 분배를 중요시 여겼는지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다. 다른 경제사상가들에 대한 내용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설명되어 어렵지 않은 편이다.

이 책에 따르면 경제학의 목적은 '나쁜 돈벌이를 억제하고 좋은 돈벌이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나쁜 돈벌이가 무엇이고 좋은 돈벌이는 무엇인지, 나쁜 돈벌이를 어떻게 억제해야 하는지 혹은 억제하지 말아야 하는지, 좋은 돈벌이를 어떻게 촉진하는지 혹은 촉진하지 말아야 하는지가 사상가마다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이다. 읽다 보면 '시장은 선, 정부는 악'이라는 주장을 하는 프리드먼과 같은 사상가도 있다. 시장을 더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는 행동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사상에 동의하기 힘든데, 저자 역시 그를 시장주의의 선동자라고 표현하며 그를 비판하는 모습을 보인다. 저자의 주관적 견해가 드러나는 책은 장점도, 단점도 있으니 읽는 사람이 적절하게 판단하는 게 좋겠다. 읽으면서 새로 알게 된 점도 많았고, 잘못 알고 있던 지식을 고치기도 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애덤 스미스가 모든 이익 추구를 긍정하고 자유만을 중시하는 사상가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가 긍정한 이익 추구는 '좋은 돈벌이'이고, 애덤 스미스는 이익 추구가 좋은 돈벌이가 되려면 어떤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제시하고 있다. 한 번 완독하였으나 나와 같은 문외한은 두 번 정도 읽어야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학의 기초에 대해 비교적 쉽게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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