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살아남았습니다>를 보고 완전히 처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동물들의 세계지도, '동물지리구'라는 개념이 있다는 사실이다. 동물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서식지의 경계선이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바다를 건널 수 없는 동물도 많다. 어쩌다 서식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이동한 동물들이 있다고 해도, 도착한 곳이 그 동물들이 살기에는 너무 덥거나 춥거나 습하거나 건조할 수도 있다. 심지어 자연 환경이 잘 맞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치명적인 천적이 서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들에게도 인간의 세계 지도와 같은 지도가 존재하는 것이다. 책 앞부분에 지도가 나와 있다. 어떤 식으로 정리되어 있는지만 살짝 보여주기 위해 일부만 첨부한다. 이런 식으로 각 구역별로 분리되어 각각 어느 구역에 어느 동물들이 사는지 소개하는 방식이다.
이 책은 재미로, 심심풀이로 쉽게 읽을 수 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한두 페이지 보고 덮어도 된다. 동물을 좋아하는 어린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특이한 생김새의 동물 일러스트들이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딱 좋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사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 중 하나는 희귀한 동물들에 대해 소개하고,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졌거나 사라져 가는 동물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동물들도 무분별한 개발과 기후 문제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어 큰 위기를 겪고 있다. 다양한 생명체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지구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간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책에도 나왔지만, 북극곰은 얼음이 녹으면 살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얼음이 녹으면 살 수 없는 이유는 북극곰들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사냥을 할 때 얼음을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얼음들이 점점 녹아 사라지자 요즘의 북극곰들은 사냥을 하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북극곰끼리 서로 잡아먹는 비극이 일어나기도 한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책을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이따금 마음이 아프거나 걱정이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상한'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지구를 위해서 이제 정말 인간들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수십 년 뒤의 어린이들도 이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십 년 뒤의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을 때도 이 책 속 동물들이 여전히 지구상에서 살아가고 있다면 좋겠다. 그러려면 어른인 지금의 내가 어떤 것부터 노력하고 실천해야 할지 생각이 많아졌다. 동물을 좋아하는 어른들과 어린이들, 환경 보호와 기후 변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어려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