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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플랫폼의 행동 방식 - 세계 비즈니스 판도를 뒤바꿀 발칙한 전략과 혁신
이승훈 지음 / 와이즈베리 / 2020년 2월
평점 :
플랫폼이란 말은 당연하게 사용되지만 플랫폼이라는 말이 시장에서 정확히 어떤 걸 의미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플랫폼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플랫폼이란 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광장이나 시장을 생각하면 된다. 여러 공급자와 소비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장이 플랫폼이다. 책에서는 에어비앤비를 예시로 들고 있는데, 에어비앤비는 자신의 방을 내놓는 공급자와 마음에 드는 방을 찾아 다니는 소비자를 수용하는 광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이 중점적으로 다루는 건 중국 플랫폼이다. 사업 모델로서 플랫폼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중국 플랫폼들은 한국이나 미국의 플랫폼들과 다소 다른 양상을 띤다. 당연하게도 중국이 갖는 특수성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시장 경제에 매우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강한 규제를 가하는 편이다. 중국 플랫폼에 대해 이해하려면 당연히 중국에서 정부와 기업이 어떤 권력구조에 놓여 있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은 중국 플랫폼들에 대해 소개하고, 그 플랫폼들이 어떻게 발전하였거나 정체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기초적인 지식 없이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쉬운 책은 아니지만 천천히 읽으면 크게 어렵지는 않다.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의 기업들은 외국인들에게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 텐센트에 대해 소개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텐센트가 가지고 있는 위챗이라는 메신저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챗은 한국의 카카오톡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만나 본 중국인들은 보통 연락처를 교환할 때 위챗 QR코드를 스캔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얼마 전에 중국 친구에게 어떤 게임의 중국 서버에 관련된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친구가 한자로 된 검색어를 알려 주고는 위챗 검색창에 그 검색어를 입력하면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볼 수 있다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위챗으로 게임과 관련된 검색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다시 생각해 보니 그 게임은 텐센트사 게임이긴 하다) 텐센트는 처음에 QQ라는 메신저를 통해 아주 폐쇄적인 서비스 제공을 했다. 책에 따르면 폐쇄적이라는 건 '모든 서비스를 QQ 운영자가 직접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텐센트는 사람들이 QQ를 통해 뉴스를 보고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QQ는 중국 내에서 8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메신저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텐센트가 서비스를 개방하기 시작한 건 위챗의 탄생과 함께 이루어진 일이다. 텐센트가 철저하고 치밀한 모방 표절로 성장한 그룹이며, 중국의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초기부터 꾸준하게 수익을 내며 성장해 왔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기분이 조금 복잡했다.
텐센트 외에도 책에서는 중국 내 인터넷 상거래의 최강자인 알리바바, 중국의 구글이라고 불리는 바이두, 우버와 비슷한 차량 공유 플랫폼인 디디추싱, 음식 배달 플랫폼 메이투안, 그 외 다양한 플랫폼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는 외국인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중국 플랫폼들은 대체로 중국 내부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 플랫폼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중국 정부의 정책을 든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규제에 매우 크게 흔들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에 언급된 텐센트도 2019년 수많은 중국인들이 텐센트의 게임에 빠져 있다는 이유로 정부의 철퇴를 맞은 적이 있다. 중국은 법이나 규정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와 관련된 비판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책에서 언급된 디디추싱의 사례가 있긴 하다. 차량 공유 플랫폼인 디디추싱 기사들에 대한 자격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남성 기사가 여성 승객을 강간하고 살해한 사건이 2018년에만 두 건이나 벌어진 것이다. 물론 서비스 공급자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시장의 확장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서비스는 소비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 플랫폼들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건 분명 사실이지만, 중국 플랫폼을 둘러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경영 분야의 책을 읽는 건 오랜만이라 재미있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다. 중국에 몇 번 방문했을 때나 중국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느낀 점들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어서 신기했다. 확실한 건 중국에서는 다양한 플랫폼들이 성립되어 성공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IT 산업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만한 책이다. 저자의 다른 저서로 <플랫폼의 생각법>이라는 책이 있다고 하는데, 그 책을 읽으면 플랫폼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