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어른이 되는 법 - 나는 오직 나로 살아간다
이수진 지음 / 지식너머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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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게 뭘까?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스스로가 살아온 세월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어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살다 보면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사람도 있고, 젊은데도 자신만의 세계를 뚜렷하게 구축한 사람도 있다. 이번에 읽은 <느리게 어른이 되는 법>의 저자 이수진은 조금 복잡한 사람이다. 저자의 직업은 치과의사고, 나이는 50대다. 일반적으로 어리거나 젊다고 말할 법한 나이는 아니다. 하지만 저자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50대 의사’ 하면 떠올리는 편견 섞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SNS로 활발하게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셀카’ 찍는 걸 즐기고, 바디프로필을 찍기 위해 몇 달 동안 몸을 만든다. 하나뿐인 딸이 공부를 잘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문제아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에 화를 내기도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기록이자 저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 그 자체다.

아버지가 병원 개업의, 본인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저자의 약력을 보면 저자가 편안하고 안락하게만 살아왔을 거라고 오해하기 쉽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20대 초반에는 카드 빚 때문에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하고, 개업을 한 뒤에도 형편이 어려워져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부분을 읽고 조금 놀랐다. 얼핏 화려하고 아름답고 행복하게만 보일 수 있는 저자의 삶에도 당연히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다. 인생이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유명한 비유가 있다. 젊은 나이에 많은 걸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어려운 일로 발목을 잡혔다고 해서 좌절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느 날 누군가가 ‘자신은 절대 이수진 원장처럼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아직 인생이라는 마라톤의 초반부를 달리고 있으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너무 쉽게 단정짓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는 문장을 보고 나 역시 위안을 얻었다.

또 인상적이었던 말은 ‘마음 근육’이라는 말이었다. 힘든 일을 겪고 이겨내는 과정에서 마음 근육이 단단해지면 삶에 시련이 닥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살면서 힘든 일을 아예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 살다 보면 도저히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려운 순간도 찾아올 수 있다. 크고 작은 어려운 일들이 닥칠 때 그 일들이 마음 근육을 키울 계기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싶어서 신기했다.

저자는 인스타그램 팔로워와의 약속을 계기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치과의사로서 바쁘게 일을 하고, 각종 SNS나 유튜브의 컨텐츠들을 관리하면서 책을 쓸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저자의 말로는 어떤 일을 할 때는 거기에 최대한 몰입해서 노력한다고 하는데,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줄 아는 것도 능력이겠지 싶다. 책 말미에는 ‘나답게’ 어른이 된 다른 사람들에 대해 짤막하게 소개하고 있다. 정샘물, 윰댕 등 익숙한 사람들이 보여서 왠지 반가웠다. <느리게 어른이 되는 법>은 유쾌한 저자의 에너지가 오늘도 누군가를 변화시키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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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피안
하오징팡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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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피안>은 중국의 소설가 하오징팡의 SF 단편집이다. 총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으며, 주된 소재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단편도 있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단편도 있었다. 사실 SF에서 인공지능은 단골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주 사용되는 소재다. 그럼에도 매번 새롭고 재미있는 작품들이 등장한다는 게 조금 신기한데, <인간의 피안>역시 그런 신기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단편은 '영생 병원'이었다. 첸루이는 어머니가 큰 병에 걸린 이후로 어머니에게 소홀하고 모질었던 과거를 후회한다. 하지만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은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도록 통제되어 있어 병문안조차 갈 수 없다. 결국 첸루이는 몰래 병원에 숨어들어 임종을 코앞에 둔 어머니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는데, 그가 부모님 집을 찾아가자 멀쩡하게 퇴원한 어머니가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야기의 진상과 뒷부분은 소설을 직접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을까? 대신할 수 있다면, 그 인공지능을 사람과 똑같이 대해야 하는 것일까? 이전에 이와 비슷한 주제의식을 가진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얼핏 생각해 보면 완전히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인공지능은 당연하게도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가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을 가정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에게 경계심이나 위협을 느낀다. 오로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것,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 인간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까? 인간에 한없이 가까운 인공지능이 존재한다고 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만이 가지는 특징이란 뭘까? 이런 점들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사랑의 문제' 역시 재미있게 읽었다.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다. 엄밀히 말하면 작중의 인공지능이 인간과 감정적인 갈등을 겪는다고는 할 수 없다. 인공지능은 자신의 룰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훌륭한 인공지능이 철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혐오감을 품기도 하고, 그 인공지능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기도 한다. 작중의 주요 인물(?)인 천다는 인간을 돌보는 인공지능이지만 그의 완벽함이 오히려 그가 돕는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을 방해한다. 독자는 한 가정에서 벌어진 살인미수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측해 보며, 구성원들 각각의 이야기를 들어 보게 된다. 인공지능인 천다가 살인사건을 일으켰을지 아닐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천다와 달리 '불완전한' 가족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많은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은 복잡하고 다면적인 존재라서 완벽해 보이는 인공지능이 자신을 돕는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기도 한다. 인간이 인공지능을 보며 느끼는 불안감의 원인이 궁금했다.

그 외에도 사람의 말과 행동을 분석해서 만들어낸 분신 같은 존재가 등장하는 <당신은 어디에 있지>, 역튜링 테스트를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별하는 이야기 <전차 안 인간>, 인간과 인공지능이 친구가 되는 이야기 <건곤과 알렉>, 마지막으로 인간의 감정에 대해 다룬 <인간의 섬>이 실려 있다. 어려운 주제들을 다룬 소설도 있지만 책장이 쉽게 넘어가는 책이다. 이유는 당연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김초엽 작가의 추천사를 보고 기대감이 커졌는데, 그 기대감을 충분히 채워 줄 만한 책이었다. 작가가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인간의 사유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대개 대조의 대상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라는 작가의 말이 깊이 와 닿았다.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지만 읽으면서 인간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 <인간의 피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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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루하루 살다보면 세상도 바뀌겠지 - 2030 에코페미니스트 다이어리 이매진의 시선 8
안현진 외 지음, 여성환경연대 기획 / 이매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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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여성환경연대의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를 읽은 적이 있다. 여성환경연대라는 단체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이 책 때문이었고,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 많았다. 그래서 여성환경연대의 신간 서평단 모집 글을 보고 바로 신청했다. 운이 좋게 책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하루하루 살다보면 세상도 바뀌겠지>에는 <2030 에코페미니스트 다이어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래서 저자들의 이야기 뒤에는 스스로에 대해, 에코페미니즘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질문들을 모아 놓은 파트가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곱씹어 보며 자신에 대한, 그리고 에코페미니즘에 대한 사유를 확장시킬 수 있을 만한 좋은 질문들이다. 본문의 내용은 여덟 명의 저자들이 각각 쓴 여덟 파트로 나뉘어 있다. 각각의 주제들은 몸 다양성, 장애, 퀴어, 번아웃, 자존감, 기본소득, 동물권, 돌봄. 이 단어들을 통해 저자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환경과 사회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대략적으로 추측해 볼 만 하다.

가장 인상적인 소제목은 단연 '번아웃' 파트의 '생태적으로 살고 싶지만 배달 떡볶이는 먹고 싶어'였다. 나도 배달 떡볶이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달 떡볶이를 먹고 나면 나오는 많은 쓰레기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굳이 배달 떡볶이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배달 음식은 물론이고 완제품으로 되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레토르트 식품이나 도시락 등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너무 많다. 쓰레기도 줄이고 건강도 생각하려면 좋은 식재료를 사다가 직접 요리를 해 먹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 사실을 담담하게 인정하는 저자의 태도가 좋았다. "내 일상이 때때로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삶 자체라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음식은 밥이 아니라 허기를 때우는 끼니라는 사실도 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런 음식을 소비해야만 한다."라는 문장. 저자는 불안한 삶, 플라스틱을 강요받는 삶, 제대로 된 식사를 챙겨 먹을 수 없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우리가 그런 삶을 살고 있으니까 환경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아니다. 머리로는 이상을 알면서도 언제나 완벽한 선택만을 할 수 없는 우리를 이해해 주자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에코페미니즘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연결되는 것의 가치를 중요시한다. 각자 다른 존재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와 관계를 맺으면서 유기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를 둘러싼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코페미니스트들은 사회에서 '아름답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몸을 가진 사람들, 장애를 가진 사람, 퀴어,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 동물 등 많은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다. 이 책의 '동물권' 파트에서는 비거니즘에 대해 이야기한다. 채식주의자들은 스스로의 신념, 가치관에 따라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물론 질병이나 체질적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 신념과 가치관은 외부로부터 너무 쉽게 조롱받고 시험에 들게 된다. 나는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누군가의 삶을 내가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채식주의자의 삶을 재단한다. 어쩌다 한 번 불가피하게 논비건 음식을 먹었다고 해서 너는 비건이 아니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동물이 불쌍해서 채식을 한다고? 식물은 안 불쌍해?"같은 말은 채식주의자들에게 쏟아지는 단골 질문이다. 다른 생명체에 대한 존중을 실천하려는 태도에서 그렇게 큰 적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기이하게 느껴진다.

본문 뒤의 52가지 질문들은 하나같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나는 페미니스트일까?'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들은 물론이고, '돈 쓰지 않고도 행복해지는 일을 찾아볼까?', ' 하루에 한 번 내 몸과 마음을 온전히 돌보는 시간을 가질까?'와 같이 스스로를 지키고 돌보는 법에 관한 질문들도 있다. 스스로를 돌보는 게 페미니즘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을 수도 있지만 여성이 스스로를 돌보는 행위가 페미니즘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돌봄' 파트에서 갈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에코페미니즘을 실천하기 위한 크고 작은 질문들이 있으니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하며 빈 칸에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뒤늦게 책 제목을 돌아보게 된다. <이렇게 하루하루 살다보면 세상도 바뀌겠지>라니. 내가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내가 바뀌려고 노력한다면 적어도 나는 바뀐다. 그리고 그 수많은 '나'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오늘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존경과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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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인 서울 사계절 1318 문고 122
한정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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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인 서울>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이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제목에서부터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작가 후기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 <변신>은 주인공 그레고르가 어느 날 징그러운 해충으로 변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변신 인 서울>의 주인공인 반희는 어느 날 흰 토끼가 되어 버린다. 해충이 아니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반희는 처음에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내 자신이 정말로 토끼가 되어 버렸다는 현실을 깨닫고 당황한다. 게다가 반희는 지난 한 달 정도의 기억이 없는 상태인데, 핸드폰에는 이해할 수 없는 문자들이 도착한다. 별로 가깝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토끼가 되었기 때문에 그 모든 일들에 대처할 수 없는 반희는 과거의 자신이 저지른 일들과 서서히 마주하게 된다. 과거의 반희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그래서 반희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직접 읽어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반희의 부모는 반희를 인격체가 아닌 도구로 여긴다. "이번 달에 시험 잘 봐서 사람 구실 하기로 했잖아."라는 반희 엄마의 대사가 이를 아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시험을 못 본 과거의 반희는 사람이 아닌 걸까? 적어도 반희 부모에게는 그런 것 같다. 반희는 부모가 만족할 만한 성적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용돈도 절반으로 줄었고, 잠도 매일 한 시간 덜 자야 했고, 먹을 때도 눈치 보고' 살아야 했으니까. 책을 읽다 보면 반희가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반희를 응원하게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중에서 반희 부모가 하는 말들을 내내 듣고 있노라면, 왜 반희가 '응원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자라났는지 알 수 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니까. 반희가 좋은 부모 밑에서 존중받으며 자랐다면 다른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하여튼 절박한 상황에 몰린 반희의 편을 들어 주는 건 누나 반지뿐이다. 반희는 발달장애가 있는 누나 반지를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런 반지만이 반희를 도우려고 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조금 씁쓸하다.

"우리는 그 누구라도 토끼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작가의 말 마지막 문장이 조금 섬뜩하기까지 하다. 여기에서 토끼란 필요하지 않은 존재라고 생각하면 얼추 맞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을 읽으며 어떻게 인간이 토끼가 될 수 있냐는 의문을 가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사람들을 필요한 존재와 필요하지 않은 존재로 나누고 싶지 않지만, 이미 우리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분류되고 선택받거나 버려지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말대로 우리가 누구라도 언제든지 토끼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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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안 한다고? 난센스(Nonsense)! - 50대에도 당당할 수 있다면 ‘비혼’하라!
지식과감성#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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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기로 마음먹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유는 저마다일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아서 결혼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고, 혼자만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 결혼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굳이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쨌든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이제 구시대적이다. 이 책은 신기하게도 그런 사회 풍조에 역행하는 책이다. 저자는 결혼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논하고,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하는 법, 그리고 배우자를 선택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는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타인이 살아가는 방식에 간섭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의견이 궁금하기는 하다. 그래서 꽤 흥미롭게 읽었다.

책에서는 요즘 세대가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서 간략하게 다루고, 비혼주의자들 몇 명과 기혼자들 몇 명의 사례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저자의 결론은 결혼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이미 내려져 있기 때문에 사례가 아주 객관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저자는 결혼 경험자가 비혼자를 부러워하는 경우는 없다고 자신 있게 주장하고 있으나, 이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 책의 첫 번째 소제목이 '2030세대의 결혼 기피 이유, 과연 타당할까?'이다. 남의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에 대해 타당하고 그렇지 않고를 제삼자가 논할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2030세대 중에서도 분명 결혼을 하고 싶어 하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결혼하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결혼이라는 시스템이 점점 변화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남존여비 사상이나 가부장제와 같은 악습들이 갈수록 완화될 것이기 때문에 이전의 결혼과 지금의 결혼이 같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또한 결혼을 한다고 해서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분명히 한다. 재혼을 하거나 '돌싱'으로 살아가는 건 전혀 나쁜 일이 아니고, 법적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 생활을 유지해도 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결혼제도나 혼인 관계를 지나치게 무겁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 책에서는 결혼 생활을 만족스럽게 하는 방법, 배우자를 선택하고 검증하는 방법에 대해 아주 자세히 다루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여기에 쓸 수는 없고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 보면 될 것 같다. 결혼 전 협의서, 도중에는 중간 평가서를 쓰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그건 개인의 자유지만, 결혼을 할 거라면 파트너를 자신의 생활 동반자로 여기고 지속적으로 서로 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협의서나 평가서는 그런 대화의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아쉬운 건 결국 저자가 2030세대가 왜 비혼을 선택하는지에 대해 아주 심도 있는 고찰을 하지는 못한 것 같다는 점이다. 저자 역시 기성 세대의 사람이고, 결혼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사고방식을 가졌기 때문에 비혼주의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결혼에 대한 통찰이 녹아 있는 책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성 세대 남성의 입장에서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은 결혼을 해서 잘 살고, 하지 않고 싶은 사람은 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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