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알아두면 시리즈 2
디아나 헬프리히 지음, 이지윤 옮김, 황완균 감수 / 지식너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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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약에 아예 의존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안티백서들이나 의약품을 불신하는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대부분은 이따금 최소 한두 가지의 약을 먹을 것이다. 감기약이나 알러지 약처럼 비교적 흔히들 먹는 약부터, 의사의 처방이 없으면 받을 수 없는 약, 각종 성분이 든 영양제까지. 나는 가끔 수면제를 먹고, 거의 매일 두어 종류의 영양제를 먹으며, 의사의 처방을 받아 또 두어 종류의 약을 먹는다. 전적으로 의사의 처방을 믿는 편이고 아직까지 먹는 약과 관련해서 큰 문제가 일어난 적은 없다. 하지만 계속 약을 먹다 보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이 약들이 잘 일하고 있는 건지, 내가 약을 제대로 된 방식으로 잘 먹고 있는 건지, 이 약이 정확히 내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등. <약, 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는 의약과 관련된 지식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약사인 저자가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들부터, 약과 관련된 소소하고 잡다한 이야기까지 실려 있다. 그리 어렵지는 않고 빠르게 읽히는 책이다.

나는 수면제를 먹고 있기 때문에 파트 5인 '불안과 수면 장애에 관한 약 상식'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 수면제를 먹어 봤거나 수면제를 먹을까 고려해 본 사람이라면 수면 장애나 수면제와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내성이 생겨서 끊기 힘들어지고 점점 더 강한 수면제를 먹어야 한다거나, 수면 장애는 의지의 문제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까지. 물론 저자의 말에 따르면 나쁜 부작용이 아예 없는 약 같은 건 이 세상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약을 복용하기 전에는 신중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그렇지만 '수면제에 엄청난 의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밤에 잠을 얼마나 설치든, 그래서 생활에 얼마나 큰 지장을 입든 상관없이 수면제 복용 자체를 고려하지 않는다.' 저자는 그런 태도가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나 역시 수면제를 복용하고 나서 놀라울 정도로 생활이 회복된 사람으로서,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물론 수면제를 먹기 전에 시도해 볼 만한 일들이 없는 건 아니다. 게다가 수면제는 플라시보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는 편이라고 한다. 수면 위생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명상 등으로 이완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될 수는 있다. 저자는 그런 방법들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한다. 하지만 그런 방법들로도 효과가 없다면 약을 먹어야 한다. 물론 장기 복용은 그리 좋지 않겠지만.

그 밖에도 두통의 종류와 각각의 두통에 잘 듣는 약은 무엇인지, 소화 불량이나 피부염, 감기에는 어떠한 약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들도 실려 있다. 파트 중간중간의 '조제실에서 조잘조잘'이라는 소제목이 달린 페이지는 약에 관한 잡다한 상식들을 이야기하는 곳이다. 제목만 봐도 '어린아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 '왜 약국에서 젤리를 팔까?' '유효 기간이 지난 약을 먹어도 될까' 등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결론만 간단하게 적자면, 유효 기간이 지난 약은 당연히 먹으면 안 된다. 그리고 복용량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건 어른 역시 마찬가지지만, 어린아이에게는 특히나 더 철저해야 한다. 많은 약들은 두 살 정도의 어린아이의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어린아이의 간과 신장은 아직 성인처럼 작동하지 않고, 체내 근육과 지방 대 수분의 비율도 다르다.' 그 밖에도 의약품은 어떻게 폐기해야 하는지, 어디에 보관해야 하는지도 나온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저자가 항상 구비해 두고 있는 가정용, 여행용 상비약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따뜻한 물을 넣어 온찜질을 하기 위한 물주머니를 아주 좋아하는데, 냉찜질이나 온찜질은 상당수의 사소한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물주머니를 하나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저자의 물주머니 선호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모양이다. 의약품과 관련된 상식을 얻고 싶은 사람들,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사소한 의약 지식을 얻고 싶은 사람들은 <약, 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를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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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 산 자를 위로하는 죽은 자의 마지막 한마디
신동기 지음 / M31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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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유언이나 묘비명들이 몇 있다. 빛이 들어오도록 창문을 열어 달라고 했다는 괴테의 유언을 좋아했었다.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졌지만, 한때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은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문장이라는 이야기도 돌았다. 확실히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문장이다. 유언이나 묘비명은 그 사람이 살아온 생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울림 : 산 자를 위로하는 죽은 자의 마지막 한마디>(이하 '울림')는 그런 유언이나 묘비명, 한 사람의 마지막에 관한 내용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살았던 사람들의 마지막 말은 무거운 의미를 담고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이런 책을 썼다고 한다. 목차를 살펴보면 윤동주, 김구, 이순신이나 안중근처럼 누구나 알 법한 사람들도 있고, 한국사 시간에 배웠던 사람들도 있고, 이름 정도만 들어 봤던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냈다는 것이다. <울림>은 그 인물들의 삶을 간단히 조명하고 그 삶의 마지막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좋은 인물들이 많지만 전부 소개할 수는 없으니, 가장 인상적이었던 전태일 열사의 파트에 대해 짧게 언급하고자 한다. 전태일 열사는 노동자의 인권을 주장하며 분신 자살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물두 살이었다. 2020년에 스물두 살인 사람들은 군인일 수도 있고, 대학생일 수도 있고, 군인도 대학생도 아닐 수도 있겠다. 하여튼 스물두 살은 법적으로야 성인이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젊다 못해 어린 나이다. 전태일이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인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던 1960년대의 노동 조건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했다. 책에 따르면 전태일이 일하던 서울 평화시장 피복제조업체에서는 '노동자들의 하루 근무 시간이 14~16시간이었으며, 휴일은 한 달에 이틀뿐이었고, 노동자 중 96%가 폐결핵 등 기관지 계통의 질환 그리고 81%가 신경성 위장병을 앓고 있었으며 거의 전체가 안질에 시달렸다.' 이런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 운동을 하던 전태일은 결국 목숨을 걸었다. 그는 몸에 불이 붙은 채로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라고 외쳤다고 한다. 다행히도 전태일 열사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전태일 열사의 죽음, 그리고 많은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현재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주 5일 노동을 하며 이틀을 쉰다. 물론 지금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노동자로서 50년 전 스스로의 목숨을 던진 전태일 열사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 역시 마음을 울린다. 김수환 추기경은 민주화 운동의 성지였던 명동 성당을 독재 정권의 폭력적 탄압으로부터 지키고 서 있었다. 그가 "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다음 시한부 농성 중인 신부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또 신부들 뒤에는 수녀들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연행하려는 학생들은 수녀들 뒤에 있습니다."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사랑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입에 올렸으며, 마지막으로도 서로 사랑하라는 말을 남긴 사람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면 내가 주변에 충분한 사랑을 나누어 주고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책 제목이 <울림>인 이유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어떤 이들의 마지막 모습은 분명 큰 울림을 가져다 준다. 그건 그들의 마지막 모습으로부터 그들이 살아온 삶 전체를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커피를 마시며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는데, 나는 커피를 마시지 못해서 커피를 마시면서 읽지는 못했다. 커피나 차 한 잔과 함께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내용의 무게가 가볍지는 않은 책이다. 이 책에 실린 인물들 중 특별히 마음을 끌거나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그 인물에 대해 더 자세히 찾아보고 공부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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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아프지 마라 -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삶의 순간들에게
나태주 지음 / 시공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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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라는 이름을 들으면 나태주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태주가 누구인지 바로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 시는 알고 있지 않을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의 <풀꽃>은 아주 유명한 시니까 말이다. 여기저기에 인용되고, 이 시를 새긴 비들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필사하고 SNS에 올리는 시다. 시인 본인보다 더 유명한 시가 있다는 건 시인에게 좋은 일일까? 사람마다 그에 대한 생각은 다르겠지만, 저자는 풀꽃이라는 시가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려졌다는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시인에게는 백 편의 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백 사람에게 읽히는 한 편의 시가 중요하다.” 저자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한 편의 시를 써 낸 저자는 큰 과업을 이룬 시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디, 아프지 마라>는 그런 시인 나태주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담은 산문집이다. 나태주라는 사람의 시인으로서의 삶뿐 아니라 아들로서의 삶, 남편으로서의 삶, 교사로서의 삶, 꽃을 가꾸는 사람으로서의 삶 등 그의 다양한 일면을 읽어볼 수 있다. 거창하고 화려한 이야기보다는 소소하고 잔잔한 글들이 주로 실려 있다. 책을 읽고 나면 사람들이 쉽게 스쳐 지나가는 풀꽃을 주목해 시를 쓴 저자의 사고방식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1945년에 태어난 저자는 이제 그리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늙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많은 이들이 젊음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어 하고, 늙는 걸 두려워한다. 저자는 ‘늙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라는 챕터에서 늙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론만 말하자면 저자는 늙은 사람이 된 스스로가 좋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세월을 살았고 또 견뎠기에 늙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라는 문장을 보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여러 가지 사건들을 겪고 많은 사람을 스쳐 지나가고 아프기도 슬프기도 한 순간들을 견뎌낼 수 있었던 사람들만이 늙을 수 있다. 늙었다는 건 무너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풀꽃 시인답게 책에는 꽃에 대한 글들이 많다. 나도 꽃을 좋아하기 때문에 특히 더 재미있게 읽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글이 하나 있었다. 저자는 오랫동안 꽃을 가꾸었기 때문에 언제 꽃이 피고 지는지를 살필 수 있었다. 예전에는 꽃들이 순서대로 피어났다고 한다. 예를 들면 살구꽃 다음에 복숭아꽃, 앵두꽃 자두꽃 배꽃이 피어나는 식으로 말이다. 요즘에는 그 모든 꽃들이 순서 없이 한번에 피어나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기후변화로 인한 현상인 것 같은데, 걱정스러운 일이다. 세상은 예전보다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고 이런저런 질서가 어지럽혀졌다. 꽃들이 피어나는 순서도 그런 질서들 중 하나다. 이런 큰 질서가 흔들리는 모습들을 볼 때마다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인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작은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약속을 지키며 진실하게 살고 싶다. 저자 역시 조그맣고 단순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혼란스럽고 지칠 때 이 책 <부디, 아프지 마라>가 소소한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조그맣고 단순한 이야기들이 주는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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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디어 하나로 사업을 시작했다 - 세상을 놀라게 한 스타트업 40
박유연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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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스타트업의 시대다. 세상에는 온갖 스타트업이 넘쳐나고, 그 중 어떤 스타트업은 눈이 부시게 성공한다. <나는 아이디어 하나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예리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 대표 40인의 이야기다. 훑어보면 이름이 익숙한 서비스도 있고, 전혀 처음 보는 서비스도 있다. 이런 발상을 어떻게 했는지 신기한 서비스도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법한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에 소개된 스타트업 서비스 몇 개를 찾아보기도 하고, 직접 어플 등을 설치해서 둘러보기도 했다. 책에 실린 스타트업들은 가지각색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길 찾기 어플리케이션, 불면증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전동 침대,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발음 교정 서비스, 이미 인터넷에서 유명해진 교수 평가 시스템 '김박사넷' 등등. 학생들이 먼저 과외를 받고 과외비를 나중에 후불로 지급하도록 만든 서비스도 있다. 흐르는 물에 놓기만 하면 되는 작은 수력발전기도 있었는데, 이건 나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각종 아이디어 상품과 독특한 서비스들, 그런 상품과 서비스들을 생각해 낸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된 책이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설치해 본 어플리케이션이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가 '탈잉'이다. 일반인들이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서 남는 시간에 강의를 한다. 혹은 다른 사람이 올린 강의를 듣고 자기계발을 한다. 투잡을 하고 싶거나 여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이다. 가입해서 강의들을 둘러보니 외국어나 프로그래밍은 물론이고, 집 꾸미는 법이나 옷 고르는 법에 대한 강의까지 있었다. 요즘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온라인 강의들이 늘어난 것 같다. 하나하나 둘러보는 동안 나도 외국어 강의를 새로 들어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대표는 학생 시절에 창업을 했다는데, 지금은 꽤 규모가 커졌다. 생리용품을 판매하는 기업 '이지앤모어'도 익숙한 이름이었다. 생리컵, 면생리대, 탐폰, 생리대 대신 착용하는 속옷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생리대는 생필품이지만 한 번에 많이 구매하기는 번거롭고 가격이 저렴하지도 않다. 대표는 거기에서 착안해 월경 주기에 맞춰 매월 생리용품을 구독하는 개념으로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생각했다고 한다. 거기에 구매 고객들이 생리대를 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생리용품 사용법 등을 교육하기도 하며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대표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는 대부분 스스로의 경험에서 나온다. 어린 아이에게 밥을 먹여 본 경험을 바탕으로 온열 식판을 만든 대표도 있고, 자취할 집을 찾아다니며 수많은 허위 매물들에 진이 빠졌던 경험으로 부동산 관련 창업을 한 대표도 있다. 반려동물을 사랑해서 반려동물 분야 창업을 하거나, 청각장애인으로서 청각장애인에게 필요한 발음 교정 서비스를 창안해 낸 대표도 있다. 많은 대표들이 창업을 좀 더 일찍 시작할 걸, 작은 창업부터 시작할 걸 생각한다는 점이 의외였다. 실패를 겪고서도 결국 성과들을 이뤄 낸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걸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창업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더 재미있고 배울 점도 많은 책이겠구나 싶었다. 이 책으로 알게 된 기업들을 앞으로도 종종 찾아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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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클럽 홍대 술의 그림자 - 당신이 잠든 시간.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기록
박기형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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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홍대는 홍익대학교의 약자다. 하지만 홍대라는 말이 나타내는 게 홍익대학교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홍대라는 말은 홍익대학교 인근을 뜻하지만, 요즘은 상수나 연남동, 합정까지 '홍대'의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인 것 같다. 하여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인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가 알던 홍대에는 밤이 없었다. 불이 꺼지지 않는 가게들과 술에 취한 채 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들, 들어와서 놀라고 손짓하는 수많은 클럽이며 헌팅포차들. 홍대에는 외국인들이 정말 많다. 다른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정말 많다. 홍대의 어떤 점이 사람들을 그렇게 끌어들일까? 저자는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에서 근무하며 겪은 일들을 엮어 이 책을 썼다. 홍대에서 술을 마시며 밤을 새웠던 나날들을 떠올리니 이 책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자와 내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었고, 저자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었지만 책 자체는 제법 재미있게 읽었다. 책은 저자가 겪은 민폐 취객들, 홍대의 수많은 가게들, 홍대 인근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들, 각양각색의 사연으로 홍대를 찾아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홍대에 한 번쯤 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왜일까?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자 친구들은 홍대에 놀러 가 보자고 말했었다. 올해 설에 만난 중학생 사촌동생도 친구들과 함께 홍대에 놀러 갔다 왔다는 이야기를 즐겁게 했었다. 개인적으로는 홍대도 크게 번화했을 뿐 특별할 것 없는 동네라고 생각하지만, 홍대가 가진 에너지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건 부정할 수가 없다. 책에는 학교에 간다고 하고 딴 길로 새서 홍대에 가는 지적장애 여성,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sns나 메시지를 남기고 홍대로 찾아와 휴대폰을 끄는 사람들, 강원도에서 홍대로 놀러 온 신혼부부, 수많은 가출 청소년들의 일화들이 실려 있다. 다들 찾아가는 곳이니 특별하고 즐겁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타지에서 홍대를 굳이 찾아왔다가 실망하는 사람들도 많은 모양이다. 반면 홍대 인근의 게스트하우스에 눌러 살다시피 하는 외국인들도 많다. 저자는 왜 이렇게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홍대로 모여드는지 궁금해한다. 저자에 따르면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다. "우울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못 하고 있는데 홍대 와서 걸어 다니면 위로가 된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한국 홍대에 와서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조울증으로 집에만 있는데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사람들이 많은 홍대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홍대로 모여드는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사람이 많은 홍대이기 때문에 사건이 끊일 날이 없다. 홍대 인근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은 얼마나 힘들까?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내가 다 힘이 들었다. 만취해서 인사불성이 된 사람들을 지구대에서 보호해야 하고, 각종 시비나 사건, 범죄들이 발생하면 그걸 해결하는 것도 경찰의 몫이다. 외국인들이 많은 지역이라 언어가 통하지 않을 경우 일 처리는 더 힘들어진다. 경찰에게 욕을 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고, 경찰의 사진을 몰래 촬영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침 10시까지 영업하는 클럽이 있다는 대목에서는 정말 놀랐다. 정말 불이 꺼지지 않는 거리답다. 홍대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폭행, 강제추행, 공연음란, 절도, 무전취식, 불법촬영까지. 그 많은 사건들을 해결하려면 경찰들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겠구나 싶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젊은 사람들의 음주 문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싶었다고 한다. 술이 불러오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보면서 음주 문화에 대해 성찰하자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여성들이 어떻게 범죄의 대상이, 피해자가 되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술과 연관된 여성 대상 범죄들을 직접 처리하면서 저자는 회의감을 느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남성들이 술을 마시고 어떤 범죄를 일으키는지 보여 주고 싶었다고 한다. 술은 사람의 판단력과 자제력을 떨어뜨린다. 술에 취한 사람은 충동적으로 변하기 쉽고, 술에 취해 일으킨 범죄는 반드시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을 정도로만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시고 한 행동이라고 해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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