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아프지 마라 -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삶의 순간들에게
나태주 지음 / 시공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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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라는 이름을 들으면 나태주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태주가 누구인지 바로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 시는 알고 있지 않을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의 <풀꽃>은 아주 유명한 시니까 말이다. 여기저기에 인용되고, 이 시를 새긴 비들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필사하고 SNS에 올리는 시다. 시인 본인보다 더 유명한 시가 있다는 건 시인에게 좋은 일일까? 사람마다 그에 대한 생각은 다르겠지만, 저자는 풀꽃이라는 시가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려졌다는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시인에게는 백 편의 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백 사람에게 읽히는 한 편의 시가 중요하다.” 저자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한 편의 시를 써 낸 저자는 큰 과업을 이룬 시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디, 아프지 마라>는 그런 시인 나태주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담은 산문집이다. 나태주라는 사람의 시인으로서의 삶뿐 아니라 아들로서의 삶, 남편으로서의 삶, 교사로서의 삶, 꽃을 가꾸는 사람으로서의 삶 등 그의 다양한 일면을 읽어볼 수 있다. 거창하고 화려한 이야기보다는 소소하고 잔잔한 글들이 주로 실려 있다. 책을 읽고 나면 사람들이 쉽게 스쳐 지나가는 풀꽃을 주목해 시를 쓴 저자의 사고방식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1945년에 태어난 저자는 이제 그리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늙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많은 이들이 젊음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어 하고, 늙는 걸 두려워한다. 저자는 ‘늙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라는 챕터에서 늙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론만 말하자면 저자는 늙은 사람이 된 스스로가 좋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세월을 살았고 또 견뎠기에 늙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라는 문장을 보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여러 가지 사건들을 겪고 많은 사람을 스쳐 지나가고 아프기도 슬프기도 한 순간들을 견뎌낼 수 있었던 사람들만이 늙을 수 있다. 늙었다는 건 무너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풀꽃 시인답게 책에는 꽃에 대한 글들이 많다. 나도 꽃을 좋아하기 때문에 특히 더 재미있게 읽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글이 하나 있었다. 저자는 오랫동안 꽃을 가꾸었기 때문에 언제 꽃이 피고 지는지를 살필 수 있었다. 예전에는 꽃들이 순서대로 피어났다고 한다. 예를 들면 살구꽃 다음에 복숭아꽃, 앵두꽃 자두꽃 배꽃이 피어나는 식으로 말이다. 요즘에는 그 모든 꽃들이 순서 없이 한번에 피어나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기후변화로 인한 현상인 것 같은데, 걱정스러운 일이다. 세상은 예전보다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고 이런저런 질서가 어지럽혀졌다. 꽃들이 피어나는 순서도 그런 질서들 중 하나다. 이런 큰 질서가 흔들리는 모습들을 볼 때마다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인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작은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약속을 지키며 진실하게 살고 싶다. 저자 역시 조그맣고 단순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혼란스럽고 지칠 때 이 책 <부디, 아프지 마라>가 소소한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조그맣고 단순한 이야기들이 주는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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