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클럽 홍대 술의 그림자 - 당신이 잠든 시간.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기록
박기형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홍대는 홍익대학교의 약자다. 하지만 홍대라는 말이 나타내는 게 홍익대학교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홍대라는 말은 홍익대학교 인근을 뜻하지만, 요즘은 상수나 연남동, 합정까지 '홍대'의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인 것 같다. 하여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인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가 알던 홍대에는 밤이 없었다. 불이 꺼지지 않는 가게들과 술에 취한 채 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들, 들어와서 놀라고 손짓하는 수많은 클럽이며 헌팅포차들. 홍대에는 외국인들이 정말 많다. 다른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정말 많다. 홍대의 어떤 점이 사람들을 그렇게 끌어들일까? 저자는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에서 근무하며 겪은 일들을 엮어 이 책을 썼다. 홍대에서 술을 마시며 밤을 새웠던 나날들을 떠올리니 이 책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자와 내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었고, 저자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었지만 책 자체는 제법 재미있게 읽었다. 책은 저자가 겪은 민폐 취객들, 홍대의 수많은 가게들, 홍대 인근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들, 각양각색의 사연으로 홍대를 찾아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홍대에 한 번쯤 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왜일까?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자 친구들은 홍대에 놀러 가 보자고 말했었다. 올해 설에 만난 중학생 사촌동생도 친구들과 함께 홍대에 놀러 갔다 왔다는 이야기를 즐겁게 했었다. 개인적으로는 홍대도 크게 번화했을 뿐 특별할 것 없는 동네라고 생각하지만, 홍대가 가진 에너지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건 부정할 수가 없다. 책에는 학교에 간다고 하고 딴 길로 새서 홍대에 가는 지적장애 여성,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sns나 메시지를 남기고 홍대로 찾아와 휴대폰을 끄는 사람들, 강원도에서 홍대로 놀러 온 신혼부부, 수많은 가출 청소년들의 일화들이 실려 있다. 다들 찾아가는 곳이니 특별하고 즐겁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타지에서 홍대를 굳이 찾아왔다가 실망하는 사람들도 많은 모양이다. 반면 홍대 인근의 게스트하우스에 눌러 살다시피 하는 외국인들도 많다. 저자는 왜 이렇게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홍대로 모여드는지 궁금해한다. 저자에 따르면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다. "우울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못 하고 있는데 홍대 와서 걸어 다니면 위로가 된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한국 홍대에 와서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조울증으로 집에만 있는데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사람들이 많은 홍대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홍대로 모여드는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사람이 많은 홍대이기 때문에 사건이 끊일 날이 없다. 홍대 인근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은 얼마나 힘들까?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내가 다 힘이 들었다. 만취해서 인사불성이 된 사람들을 지구대에서 보호해야 하고, 각종 시비나 사건, 범죄들이 발생하면 그걸 해결하는 것도 경찰의 몫이다. 외국인들이 많은 지역이라 언어가 통하지 않을 경우 일 처리는 더 힘들어진다. 경찰에게 욕을 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고, 경찰의 사진을 몰래 촬영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침 10시까지 영업하는 클럽이 있다는 대목에서는 정말 놀랐다. 정말 불이 꺼지지 않는 거리답다. 홍대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폭행, 강제추행, 공연음란, 절도, 무전취식, 불법촬영까지. 그 많은 사건들을 해결하려면 경찰들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겠구나 싶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젊은 사람들의 음주 문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싶었다고 한다. 술이 불러오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보면서 음주 문화에 대해 성찰하자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여성들이 어떻게 범죄의 대상이, 피해자가 되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술과 연관된 여성 대상 범죄들을 직접 처리하면서 저자는 회의감을 느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남성들이 술을 마시고 어떤 범죄를 일으키는지 보여 주고 싶었다고 한다. 술은 사람의 판단력과 자제력을 떨어뜨린다. 술에 취한 사람은 충동적으로 변하기 쉽고, 술에 취해 일으킨 범죄는 반드시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을 정도로만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시고 한 행동이라고 해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