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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적 글쓰기 - 나는 이렇게 썼다!
유동걸 지음 / 한결하늘 / 2017년 5월
평점 :
글은 늘 두렵다. 말하듯 자연스럽게 쓰고 싶은데 깜빡이는 커서나 하얀 백지를 보고 있으면 머릿 속이 하얘진다. 그럴때마다 글쓰기를 잘하는 사람들은 어찌 쓰는지, 책을 내는 저자들은 어떻게 책까지 내는지 기웃거려 보지만 늘 실천으로 이어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보게 된 이 책.
제목이 참 독특하고 부제는 더 독특하다. '헤르메스적 글쓰기-아무나 따라 쓸 수는 없지만 누구나 자기 글쓰기 스타일을 배울 수 있는' 이라니. 저자의 전작인 '토론의 전사' 시리즈와 '질문이 있는 교실' '공부를 사랑하라' 등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믿고 든 책인데 아무나 따라 쓸 수 없다라는 말 앞에서 조금 멈칫했다. 그럼 글쓰기는 잘 쓰는 사람만 쓸 수 있다는 건가
하는 의문도 들고.
책 속에는 저자 본인의 이야기가 가득했다. 글과 삶이 하나가 되는 글쓰기라는 말이 표지에 그냥 있는 말이 아니었다. 글쓰기가 삶으로 들어오게 된 계기, 글쓰기와 관련된 부끄러운 추억, 뿌듯했던 기억, 스스로 느낀 변화의 과정까지 낱낱이 쓴 글쓰기 고백서라고 할 수 있었다. 읽고 나니 아무나 따라 쓸 수 없다는 말이 이해가 됐다. 저자처럼 나도 내 삶을 써야 하는 것이라는 걸.
그러면서도 글 쓰기 비법도 아낌없이 공개했다. 열쇳말을 찾기, 적자생존(손으로 녹취하는 습관의 중요성),사진 등 이미지를 활용하기, 섹시하고 대중적인 제목달기, 필력을 늘려주는 시와 편지 활용 글쓰기, 남에게 자기 글을 보여주는 걸 꺼리지 말기, 제대로 인용문 활용하기, 최종적으로 책쓰기까지.
초임 교사 때의 좌충우돌 경험부터 이 시대의 촛불광장까지 이 책 속에는 저자의 삶이 들어 있고 관련된 소설, 시, 영화까지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있다. 헤르메스적 글쓰기라는 제목답다.
비록 저자처럼 이오덕선생님께 말과 삶이 살아있는 글쓰기를 배울 기회를 갖지는 못했지만 내 삶을 말처럼 쓰고 싶을 때 이 책을 곁에 두고 자주 열어봐야겠다. 배움은 그렇게 이어지는 거니까.
마지막에 있는 '쓸 수 없는 글에 대해서는 쓰지 말아야 한다' 라는 말이 큰 위안이 된다. 하지만 쓸 수 있는 글 앞에선 진정성 있는 글 한 편 쓰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