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른들도 머리를 절래절래 흔든다. 하지만 삶의 많은 문제와 방황이 철학의 부재로 일어나거나 심하게 겪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무조건 등한시 할 수만도 없는 일. 그런데 책 제목에 철학 고양이가 나온다. 거기다 이름도 철학을 연상시키는 소피. 처음엔 전혀 읽을 욕구가 일어나지 않았다. 플라톤의 동굴의 우상부터 서양 철학사를 대충 소개하는 구성이리라 생각해서다. 그런데 어느새 내가 책의 절반을 훌쩍 넘어 막바지로 향하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 만든 것일까? 첫 번째로는 서양 철학을 시대순으로 무조건 꿰맞춰 소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책은 9개의 지혜의 등을 켜야 하는 미션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그게 단순히 서양 철학의 대표적인 철학자들을 알게 되었다고 미션 완료인 것이 아니다. 책 속 주인공이 갈수록 깊어지고 넓어지는 삶의 질문을 만나면 그에 꼭맞는 철학자들이 상황에 따라 등장하고 자신의 철학을 너무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는게 이 책의 최대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어떤 질문은 고금을 넘나들며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는 것도 보여준다. 인상 깊은 문장 몇 가지를 꼽아 볼까 한다. “철학 세계의 사람들은 정말 무섭다. 그들의 말과 생각은 마치 날카로운 조각칼처럼 필로의 머릿속에 끊임없이 새로운 무늬를 새긴다.”(170쪽) “자유에 한계가 없다면, 그런 자유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끝없는 방종은 허무하고 고통스러울 뿐이라네.”(201쪽) “공평에 대한 생각의 씨앗을 남기고 싶었어요. 언젠가 그 씨앗이 자라서 멋진 정의의 꽃을 피우기를 기대하면서.” (281쪽) 인상 깊었던 세 곳을 옮겨 적었지만 더욱 많은 문장들 앞에서 멈추곤 했다. 이 책을 쓴 작가도, 이 책을 출판하기로 결정한 출판사도 모두 이 책이 아주 많이 팔릴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누군가는 생각의 씨앗을 심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씨앗이 자라 멋진 새로운 철학을 꽃피우려면 말이다. 이 책을 쓰신 작가님과 출판사에게 모두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점점 짧은 영상과 자극적인 텍스트에 경도되는 이 시대에 이런 책을 쓰고 출판 하다니. 무모하다 싶은 그 용기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철학은 먼 곳에서 보면 무용지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삶은 모두 나름의 철학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내 삶의 운전자가 철학임을 빨리 알아차리고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어보면 어떨까. 너무 욕심내지 말고 한 주에 등 1개씩 켠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초그평 #초그평서평단 #철학고양이소피 #차이즈친 #라피마옮김 #한울림어린이 #철학과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