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공장 노는날 그림책 22
안오일 지음, 신진호 그림 / 노는날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주는 그냥 관광지로만 알았다. 그러다 제주 전역이 무덤이라는 걸 안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오름과 곶자왈 속 동굴마다, 활주로 아래에, 해안가 주변, 중산간 지역 마을들 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또 한 곳을 만났다. 술의 재료가 될 주정을 만드는 공장이 간직하고 있는 슬픈 사연. 수채화 느낌으로 말갛게 그려진 그림에 마음이 아리다. 마지막 장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제주 4.3 사건은 아직 이름이 없다. 한동네 안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섞여 있어 서로 말조차 꺼내지 못하던 세월이 아주 길었다. 지금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지 못하고 살고 계신 분들이 많이 있음을 최근에 개봉된 <목소리들> 다큐멘터리를 통해 새삼 알게 되었다. 그 다큐멘터리 마지막 부분에 진혼제를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곳이 바로 이 주정공장 이었음을 책을 보고 알았다.
근대 국가에서 폭력은 국가와 공권력에 독점되었다. 사사로이 폭력을 사용하면 공권력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 그럼 국가 권력으로 마음대로 저지른 폭력은 누가 어떻게 막나? 4.3은 아직 그 답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다. ≪나무 도장≫이나 ≪무명천 할머니≫부터 4.3관련 그림책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아직 진실과 아픔을 알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기억은 가장 큰 추모이자 저항이다. 기억 공장 덕분에 진실과 아픔의 퍼즐 한 조각을 더 갖게 되었다.
#기억공장 #안오일_글 #신진호_그림 #노는날_출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