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기록을 정말 잘하는 나라다 ~ ‘푸른 비단옷을 입을 책’을 읽고> 조선은 기록의 나라다. 전세계 어느 왕조도 조선왕조실록 같은 기록을 갖고 있는 나라가 없고, 수원 화성도 ‘화성성역의궤’ 덕분에 많은 부분이 파괴되었음에도 복원이 가능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이미 세계기록유산으로 갖고 있는 것이 모두 18건이나 된다. 하지만 그 어떤 기록유산보다도 아름답고 자세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의궤’들은 이 18가지 기록유산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한 권만 봐도 그 아름다움에 반하고 자세하게 그려진 그림과 기록에 놀랄 의궤는 왜 우리나라 기록유산이 되지 못했을까? 이 책은 그 이유를 잘 알려주고 있다. 병인양요때부터 2011년 의궤가 남의 나라 국적인 채 우리나라에 임대의 형식으로 돌아오기까지 145년 동안의 역사가 들어있는 이 책이 출판되어 정말 고맙다. 문화재 반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문화재들이 반출되는 경로가 다양한만큼 문화재의 소유권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는 하나로 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약탈이 분명한 경우라면 원래의 자리를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런 근본적 질문과 현실적 문제가 부딪힐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박병선 박사가 프랑스에서 의궤를 발견한 과정, 그 이후 반환을 위한 우리나라의 주장과 자국의 문화재로 유지하기 위한 프랑스의 반박은 어떤 점에서 가장 불일치하는지,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떤지, 약탈 문화재에 대한 국제적 여론은 어떤지 등등 이 책을 읽는 이들이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질문들이 많다. 문제점을 제기한 이 책에 이어 실제 의궤의 내용을 다룬 그림책들이 계속 출간되면 좋겠다. “아무리 가난한 이들의 집이라도 집 안에 책이 있었다”며 이것을 몹시 부러워한 프랑스 장교의 기록처럼 우리나라는 문화 강국이다. 그 결과들이 지금 문화의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걸 잘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려면 외교적, 법적 뒷받침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 책을 출발점으로 해서 관련된 다양한 책과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리고 강화도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직접 답사를 다녀보면 이 책이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다.#초그평 #초그평서평단 #푸른비단옷을입은책 #박혜선글_정인성그림 #한울림어린이 #우리문화_역사_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