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를 지키는 것이 내가 제대로 사는 것임을 조금씩 배워가는 나날~ 《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돌베개 돌봄 소설집을 읽고》 돌봄 소설집이라는 말이 낯설었다. 뭔가를 너무 강요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앞섰다. 그렇지만 책장을 열게 한 첫 힘은 작가들의 이름이었다. 이분들이 쓴 글이라면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은 새로운 시각을 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그 기대가 맞았음을 확인했다. 돌봄이라는 말과 함께 떠오르는 말은 대상이다. 누가 돌봄 대상인가? 각자는 돌봄의 주체이고 우리는 서로가 돌봐야 하는 관계가 있을 뿐이다. 이 책에 나오는 7편의 단편들 중에는 지체 장애와 섭식 장애, 치매 어른과 가족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아이, 음식물 알러지를 가진 아이 등 분명한 상황이 나오는 이야기도 있고, 짐작은 되지만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이야기도 있으며, 조금은 우리를 미래 세계로 데려다 놓는 이야기도 있다. 상황의 구체성이나 현실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일곱 색깔 무지개처럼 다른 색으로 쓰여진 이 이야기들은 서로의 상황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진짜 관계가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존재를 인정하는 것부터가 함께 살아가는 태도일 텐데 그걸 자꾸 잊는다. 다르거나 불편하면 피하고 없다고 생각한다. 혹시 보이더라도 안 보이는 듯 산다. 그래서 자신도 소외될까 봐 두려워하면서 말이다. 젊은 작가들이 설정한 상황과 문장이 세련되어 읽는 맛이 좋다. 이야기 속에 ‘나라면’을 대입하며 읽게 된다. 어떤 이야기는 끝나는 지점에서 자꾸 서성이게 된다. 단편의 매력이 그런 것이리라. 얼마 전 전장연 시위에 3~4백 명의 2030들이 응원봉을 들고 함께 누워서 ‘펠리스나비다’ 곡에 맞춰 “시혜도 아니다, 시설도 아니다” 라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는 신문 기사를 봤다. 내가 가진 것 중에서 가장 반짝이는 것을 들고 나뿐만 아니라 함께 사는 삶을 지키려 함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며, 돌봄은 서로를 지키는 것이 내가 제대로 사는 것임을 우린 조금씩 배워가는 나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 좀 더 다양하고 세밀한 시선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일곱 작가들의 그림책, 동화, 소설들을 더 찾아 읽어봐야겠다. #너의오른발은어디로가니 #돌봄소설집 #돌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