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문해력을 키우는 인생 동화책 - 선생님이 직접 읽고 권하는 학년별 · 단계별 동화
김진향 외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우리 반에 들어오는 친구들은 나의 몇 가지 부탁에 어리둥절 해지곤 한다. 그중 하나가 아침 인사를 하지 말라는 거다. 인사 대신 조용히 들어와서 아침 독서를 하라고 얘기한다. 인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침 독서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은 바람이 더 커서 그런 부탁을 한다. 사흘 동안 정말 고요한 아침을 보냈다. 오직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 들리는 교실의 아침은 평온하면서도 엄숙해 보이기까지 했다.
새학년이 시작되는 첫날에 꼭 하는 활동이 ‘명패 만들기’다. 삼각기둥 모양으로 접어 가로로 올려놓는 명패를 만드는데 본인이 보이는 쪽에 열십자로 줄을 그어 4가지 항목에 대해 적어보라고 한다. 그 중 한 해 동안 선생님에게 부탁하는 말도 써보라고 하는데 몇몇 아이들이 좋은 책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해서 좀 놀랐다.
아침 독서가 잘 유지되기 위해서도, 책 추천을 부탁한 아이들의 부탁을 잘 답하기 위해서도 책을 알아야 한다. 신간 그림책은 이러저러한 경로로 알고 읽어볼 기회들이 좀 있는데 동화책은 일단 분량 때문에라도 선뜻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내가 동화책을 잘 모르면 아이들에게 자신있게 권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다.
그런데 이번에 동화책을 사랑하는 선생님 네 분이 함께 쓰신 《초등 문해력을 키우는 인생 동화책》을 읽으며 반성도 많이 하게 되고 소개된 동화책들을 읽고 싶어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이 많은 책을 다 읽고 책을 쓰신 것도 놀라운데 읽었다고 모두 글로 담은 것이 아니라 “정말 아이들에게 기꺼이 권할 만한 책인가?”를 여러 번 묻고 답하며 책을 썼다는 문장을 보며 얼마나 고민하고 정성을 들였을지 감히 추측만 해봤다. 그리고 함께 제시한 ‘좋은 동화를 고르는 세 가지 기준’이 마음에 들어왔다. 첫째로는 어린이의 마음과 목소리가 꾸밈없이 담겨있는 책, 둘째로는 문학성이 뛰어나 막힘없이 읽히는 책, 마지막으로는 사건과 인물을 여러 입장에서 살펴 다양한 해석을 허용하는 책이라고 했는데 이 세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책이라면 정말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본격적으로 2부부터 4부까지 저중고로 나눠 동화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저학년 책은 쉽고 재미있게 읽는 책부터 시작하여 책 읽는 맛을 경험하는 책을 지나 생각을 키우는 책까지 단계별로 소개하고 있다. 중학년 책은 혼자서도 거뜬히 읽을 수 있는 책부터 출발하여 머물고 생각하며 읽는 책과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고학년 책은 만만하고 즐거운 읽기, 깊게 생각하며 읽기, 확장하는 책 읽기 순으로 정리를 해 두었는데 크게는 3단계, 좀 더 세분하면 9단계로 구분한 이 구분법이 말도 예쁘고 독서 단계로도 무척 동의되었다.
단계별 대표 추천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을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신간 위주만이 아니라 보석같은 고전 반열의 책들도 소개되어 반갑기도 하고 역시 좋은 책이구나 하는 공감의 마음도 생겼다. 그러면서 ‘책’ 보다는 ‘대화’가 중요하다는 저자들의 생각을 보여주듯 각 챕터마다 ‘이런 점이 좋아요!’ ‘더 이야기 나눠봐요!’같이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내용도 들어있어 한 학기 한 권 읽기나 독서 동아리 활동에도 무척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겠다.
어려운 출판 환경이지만 많은 책이 출판되고 있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주어진 시간 안에 좋은 책을 찾아 읽는게 쉽지 않은데 좋은 책을 이렇게 찾아 놓았으니 이젠 읽기만 하면 되겠구나. 학교 도서실 수서할 때도 잘 활용하고 좋은 책 추천을 부탁했던 아이들에게도 당당히 책을 추천해줄 수 있겠다. 물론 제목과 대강의 줄거리만 안다고 추천하면 안 되겠지. 이젠 나도 인생 동화책을 찾는 여정에 함께 동참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