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로원
장선환 지음 / 만만한책방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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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내 삶에서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초등 1학년 때 기차로 강원도 춘천에서 경남 창원까지 전학을 가며 내내 울었던 기억도 나고 교사로 첫 발령을 받은 곳은 기차 통근만 가능한 낙동강 옆 작은 역 근처였다. 그때 탔던 열차가 무려 비둘기다. 덜컹 거리던 그 기차를 타고 가다 새마을이나 무궁화 등 좀 더 비싼 기차를 만나면 선로 대기가 가능한 곳에 서서 그 기차가 지나갈 때까지 대기를 해야했다. 경전선 기차길이 단선이라 그랬다.
퇴근은 5시였지만 7시 15분 비둘기 기차가 퇴근 수단이다보니 역사 안에서 놀 때가 많았다. 역무원들과도 친하게 지냈다. 역무원들께서는 24시간 교대 근무체제다 보니 역사를 집처럼 예쁘게 꾸미셨다. 텃밭도 가꾸시고 꽃도 심으시고. 물론 가장 중요한 일은 플랫폼 안전 관리와 선로 수리였다. 낙동강 옆이라 홍수라도 있으면 밤새 수리를 해야할 때도 있었고 큰 더위에 철로가 휘면 탈선이 일어날 수 있어 늘 걱정하셨다.
철길과의 인연은 연애와 결혼으로 이어졌고 그러다보니 선로 위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소식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들으며 살아왔다. 그 중 가장 마음 아플 때는 신호를 받지 못하고 선로 수리를 하시다가 기차가 들어오는 걸 못 보고 돌아가신 분들이 생길 때다. 선로 수리가 주로 밤에 이뤄지다 보니 사고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 기차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노력하시는 분들의 안전은 왜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까?
장선환 작가님의 <선로원> 그림책을 읽다보니 내 삶 속에서 철길과 이어진 여러 일들이 계속 흘러나온다. 요즘은 뚜벅이인 내가 전국 방방곡곡으로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제일 편안한 발이 기차다. 강릉으로, 춘천으로, 경주로, 부산으로, 여수로 내가 하루만에 훌쩍 떠나올 수 있는건 모두 선로원들께서 정성들여 놓아준 기찻길 덕분이다. 앞으로 이 기찻길이 도라산역과 제진역을 지나 북녘땅으로도 빠르고 안전하게 달려 그 옛날 손기정 선수처럼 우리도 베를린까지 기차로 달려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런 추억을 다시 소환시켜 준 <선로원> 그림책을 다시 찬찬히 열어보며 기찻길 덕분에 가능했던 다양한 추억을 더 떠올려봐야겠다. 그림책은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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