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유리 지음 / 이야기꽃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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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작가의 신간 예약판매 관련 링크를 보고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신청했다. 유리 작가니까, 이야기꽃 출판사니까.
나는 사고 보니 이야기꽃 출판사라고 할만큼 이야기꽃에서 나온 책들에 손이 자주간다. 유리작가의 첫 책 <대추 한 알>을 보고 그림에 반했고, 김장성 대표님과 함께한 <수박이 먹고 싶으면>은 글과 그림에 모두 감동받아 여기저기에 알리는 책이다. 그런데 이번엔 유리 작가 단독책이라니 많이 궁금했다. 제목과 표지 그림을 보면 음악 관련 내용이긴 할텐데 악기 이야기일지, 연주자 이야기일지, 아니면 또 다른 이야기일지.
오늘 책이 도착했다. 생각보다 두꺼웠다. 그리고 생각보다 글씨도 많았다. 그런데 그냥 쭉 읽어졌다. 마치 내가 한 단계 한 단계 완성되는 바이올린 같았다.
매끈한 붉은색 바이올린 위에 앙코르 세 글자가 스타카토처럼 써진 표지를 넘기면 각종 연장과 도구로 가득한 벽면이 보인다. 드라이버나 끌개, 톱, 줄톱, 붓 정도만 알아보겠고 다른건 이름도 모르겠다.
그 다음엔 당연히 출판 관련 정보나 작가 소개, 표제지가 나올거라 생각했는데 '안단테~걷는 듯 천천히'라는 말과 함께 폐기물 딱지가 붙어있는 붉은 바이올린 케이스가 다른 폐기물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나온다. 누군가가 다가와 바이올린 케이스를 열어보고는 그걸 자전거 뒷자리에 싣고 가는 장면과 연장이 가득했던 공간에 스텐드 불이 켜지는 장면이 더 이어지고 나서야 속표지처럼 제목이 한 번 더 나온다.
이제 본문이다. 돌체(부드럽게), 그 다음엔 그라치오소(우아하게), 스피리토소(활기차게), 콘브리오(생기있게), 콘아모레(사랑을 담아) 라는 음악 용어가 각 장의 제목처럼 나오고 그 악상에 맞게 버려진 바이올린은 제대로 소리가 나는 바이올린으로 고쳐진다. 그 과정이 얼마나 지난하고도 복잡하고 정성스러운지 그림책 보는 나도 그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아주 천천히, 정성스럽게 보고 읽게 만든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고쳐진 악기는 누구 손으로 가서 앙코르를 부르는 소리를 냈을까? 그건 직접 책을 보기를 권한다.
이 책을 보니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가 떠올랐다. 하나는 망가진 책을 고치고 하나는 바이올린을 고치는 내용이지만 그 정성스러움과 세세한 공정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낸 장면들이 꼭 둘을 함께 놓고 보면 좋겠다 싶다.
책이 두꺼운 만큼 유리 작가의 맑고 섬세한 그림을 마음껏 볼 수 있어 좋았고 마음에 남는 문장들도 여럿 있어 옮겨 적어두고 싶다
"천천히, 차근차근....
정성을 들인 만큼 소리가 날 것이다."
"어디에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것들이 있다."
"천연수지는 나무의 상처에서 나온 나뭇진이 굳은 것이다. 상처에서 나온 것이 나무를 상처나지 않게 지켜준다." 같은 문장들.
아직도 남은 악상 기호가 더 있다.
다 카포(처음으로 돌아가서). 처음처럼 다시 소리를 내게 된 바이올린의 앙코르가 귀에 들리는듯 하다.
뒷면지 쪽으로 넘기다 작가님이 써주신 문장이 가슴을 쿵 때린다.
'끝까지 하려했던 인경화님과 끝까지 해낸 인경화님. 모두를 응원합니다! "
뭔가를 하다가 포기했거나 잠시 멈췄다면 이 책의 악상 기호대로 안단테~돌체~그라치오소~스피리토소~콘 브리오~콘 아모레 해본 후 다 카포로 돌아가면, 앙코르를 불러올만큼은 아니더라도 나혼자 씩 웃을만큼의 결과는 있지 않을까?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며 이 책을 다시 봐야겠다.
#앙코르 #유리작가 #이야기꽃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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