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철학연습 - 십대들의 마음과 생각을 키워주는 그림책 읽기 생각하는 청소년 14
권현숙 외 지음 / 맘에드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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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읽고 있으면 좀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봐도 그림책 읽을 나이는 아니라는 표정이다. 내가 초등학교 교사니까 그냥 수업자료로 보는가 보다 한다. 내가 좋아서, 나를 위해 읽는다고 하면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되곤 한다.
초등교사인 내가 그림책을 읽어도 이런 반응인데 이 책을 쓰신 선생님들은 무려 모두 중등 선생님들이다. 그런데 이미 그림책과 관련한 책을 여러 권 낸 분들이다. 그림책 학급경영, 그림책 생각놀이, 그림책 토론 등의 책들이 나올 때마다 중고등학교에서 이렇게 그림책을 다채롭게 읽고 수업을 한다는 것에 놀라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중고등학교니까 이렇게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엔 놀이도 토론도 아니고 무려 ‘철학’이다. 철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아파지려 하고 나하고 먼 다른 세계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사실 철학이 없는 삶은 방향도 이유도 없는 삶이다. 그래서 요즘 나의 철학 멘토이신 양평교육청 김현철 교육장님은 ‘철학은 실용학문’이라고 힘주어 말씀하신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인지 궁금할 때, 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는 어떤 의미들이 있는지 성찰하려고 할 때, 좀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고 싶을 때 그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게 바로 철학이다. 삶의 기준점이 철학인데도 우린 어렵다고 피하고 남의 옷처럼만 여긴다.
그런데 그 어려워 보이는 철학을 그림책으로 시작해보자는 책이 나왔으니 정말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나 찾기, 행복한 관계,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기, 불확실한 미래 맞이하기 라는 4가지 카테고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큰 고민 지점이자 반드시 이정표가 필요한 지점이다. 이 각각의 카테고리에 알맞은 10권 이상의 그림책과 풍성한 관련 자료들, 그리고 강요하지 않고 따뜻하게 전하는 문장들이 머리와 마음을 채워준다.
나와 관계에 대한 그림책들은 예전에도 많았지만 새로운 신간들이 함께 소개되어 궁금함을 일으킨다. 민주시민과 불확실한 미래 관련 내용을 보면서는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기와 지속가능한 미래가 이제는 나 자신과 주변과의 관계를 고민하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이고 내 삶에 중요한 화두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관련된 그림책이 이렇게 많이 나와있다는 것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두 가지 문제가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지점인지를 새삼 느끼게도 되었다.
유명한 철학자들의 이론과 엄청난 사건을 예로 들지 않아도, 그림책으로 이렇게 다양하고 깊은 삶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걸 청소년들과 어른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여기에 소개된 그림책들이 마중물이 되어 나를 좀 더 튼튼히 세우고, 좀 더 배려하고 존중하는 관계를 만들어 가며, 민주적이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림책은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림책은 깊다.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그 깊이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안내자로 삼아 그림책으로 철학하기에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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