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 위험한 엄마 구출 작전 청소년문학의 봄 2
맬컴 더피 지음, 조수연 옮김 / 봄개울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상치 않은 제목과 소재 & 읽다가 멈추기가 힘든 책
<은밀하고 위험한 엄마 구출 작전>
맬럼 더피 글, 조수연 옮김, 봄개울 출판사


엄마와 살고 있는 대니는 14살이다. 그런데 엄마는 30살이다. 엄마가 16살 때 낳은 아들.
그리고 대니는 엄마와만 살고 있다. 그럼 아빠는?
대니의 엄마는 젊고 예쁘다. 초콜릿 비스킷을 너무 좋아해서 날씬하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14살 아들 엄마이기엔 너무 젊고 예쁘다. 그런 엄마에게 캘럼이라는 이름의 남자 친구가 생겼다. 좋게 보면 듬직하고 돈 많은, 나쁘게 보면 다혈질의 마초적인 그런 남자다. 그 남자를 엄마는 좋아한단다. 그래서 캘럼 집으로 집을 옮겼다.
이사 첫날부터 끔찍했다. 캘럼은 자신이 준비한 샴페인을 마시지 않았다는 이유로 엄마가 자러 가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고 엄마에게 샴페인을 뿌려대기도 했다. 엄마에게 소리지를 때 목소리가 학교 선생님처럼 변하기도 했다. 이 집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크리스마스 때는 만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결국 엄마와 대니를 태워서 집까지 왔다. 사랑에 빠졌던 엄마는 이제 울기 시작한다. 스페인으로 여름 휴가를 가서도 엄마의 사소한 장난에 캘럼은 엄마가 거의 죽을 만큼 목을 졸랐다. 집에 돌아와서도 캘럼은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기 시작했다.
대니는 엄마가 죽을까봐 겁이 났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검색을 해보았다. ‘가정폭력’ 네 글자와 함께 영국에서도 일주일에 2명씩 가정폭력으로 죽는다고 한다. 1년이면 104명이다. 더군다나 가정 폭력은 다른 범죄에 비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고 검색한 자료에 나와 있다. 엄마가 모르고 있는거 같아 컴퓨터를 들고 가 보여주었지만 엄마는 관심이 없다. 자기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만 한다. 대니는 이제 캘럼 아저씨 뿐만 아니라 이 상황에서 벗어날 노력을 하지 않는 엄마에게도 화가 난다. 왜 엄마는 캘럼 아저씨와 헤어지지 않을까?
이런 상황이라면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할지 아이들에게 넌지시 물어보러 다니는 대니. 다들 그럴 땐 ‘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대답한다. 문제는 대니에겐 바로 그 ‘아빠’가 없다. 대니는 태어난 직후 한 번도 아빠를 본 적도, 누군가가 얘기를 해준 적도 없다. 그럼 이제 대니는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까? 과연 대니의 엄마는 폭력을 휘두르는 캘럼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엄마가 죽을까봐 매일 가슴 졸이는 삶에서 벗어나 대니가 다시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날이 올까?

이 책은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은밀하고 위험한 엄마 구출 작전>. 처음에 제목만 보고는 누군가로부터 아무도 몰래 엄마를 구출해 내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면서 어떤 면에서 은밀해야 하는지가 조금씩 달라졌다. 단순히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캘럼에게 들키지 않는 의미의 은밀함이 뿐만 아니라 그 뒤에는 더 흥미롭고 애틋한 은밀함이 있었다. 동시에 14살 대니에게 찾아온 이성 친구 에이미와의 풋사랑도 흥미롭고 예쁘다. 엄마도 지켜주고 싶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친구 에이미도 지켜주고 싶은데 왜 이 여자들은 대니에게 도움 요청을 안 하고 위험하거나 불안한 상황을 참고만 있는게 대니는 서운하고 답답하다. 에이미는 대니와의 사랑을 자꾸 방해하고 기분 나쁜 문자를 보내는 꺽다리 데이브에게서 어떻게 벗어날까?
페이지 터너라는 말이 제대로 실감나는 책이다. 48개 챕터에 291쪽이라는 짧지 않은 분량인데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가정 폭력이라는 결코 밝지 않은 소재임에도 리듬 있는 문체와 흥미롭게 이어지는 사건 전개로 뒷이야기가 계속 궁금해진다. 나도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전철에 서서 계속 읽었다.
살아가며 결정한 모든 일에는 선택에 대한 자유만큼 책임도 따른다. 이 책에는 15살, 16살에 어린 나이에 대니를 낳게된 대니의 부모, 대니를 좀 더 잘 키워보려 남자 친구의 폭력까지도 감수했던 대니 엄마, 한 번도 못본 아빠를 찾아가기로 마음 먹고 스코틀랜드까지 혼자 간 대니, 그리고 그 외의 많은 선택들이 나온다. 모두들 그 선택을 할 때는 좀 더 즐겁고 좋은 결과를 생각했으리라. 하지만 늘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또한 삶이기도 하다.
부모란 무엇이고, 가정은 어떤 곳이어야 하고, 아이들은 어떤 환경에서 자라야 하는가도 함께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허울에 둘러싸인 소유욕 속에 다치고 죽어가는 많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생각하며 대니 나이인 14살부터는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마지막 부분에 대니가 받은 편지 내용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그 편지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편지를 쓴 이유가 궁금하시다면 이 책을 꼭 펼쳐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