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지 서평이벤트로 책을 받았다. 개그에 진심인 작가들이 모였다니 어찌 끌리지 않을 수가 없다..
수록된 열한 편의 단편 중에서 특히 아래 다섯 편을 읽으면서 깔깔 웃었다.

‘오징어를 위하여‘
소개팅남이 ‘나는 오징어요.‘라고 이상한 말투와 정체성으로 자기 소개를 한다...? 심지어 ‘관우 아시오?‘라고 묻는다...? 목성의 위성 유로파, 갈릴레이구 마리우스동 1250번지에 살지만 관우와 베토벤을 좋아한다는 소개팅남 오진오 씨의 헛소리에 기꺼이 어울려 준 결과로 미영이 들은 말이 무엇이냐 하면, ‘태양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내 다리를 먹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오징어 맛이고(오징어니까), 먹기 편하게 초장도 발라주겠단다.
... 이게 대관절 무슨 미친 전개냔 말이다. 오진오 씨를 상대하면서 실시간으로 속터졌을 미영 씨에게는 미안하지만 무해한 헛소리와 이를 상대하다가 크레센도로 빡치는 정상인의 대화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소를 터지게 한다.

‘임여사의 수명 연장기‘
이 책에서 제일 터진 글이다. 한 줄 요약 가능하다. 작가님들, 소설이 저승에서 흥행하면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많이많이 써주세요!!! 진짜예요!!!

‘당신이 평창입니다‘
예전에 브릿지 웹사이트에서 보고 정말 말문이 막혔는데 다시 읽어도 여전하다. 마치 평창 올림픽 개막행사같은 글이다. 그렇지만 알잖아요? You 평창 Me 평창 우리 모두 평창, 국뽕은 지지 않아요. 하나 된 열정이니까.

‘무한마계지하던전‘
나는 부평 지하상가를 알고 있어서 정말 장면장면을 생생하게 그리며 읽을 수 있었는데,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읽힐지 궁금하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지하상가 출입구가 형성된 비밀은 지상에 횡단보도가 없기 때문이고, 횡단보도가 없는 이유는 지하상가 상권 때문이라는 블랙 유머를 깔고, 마계 인천이라는 관용어를 기어이 현현해낸 이 글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엔딩이다. 나도, 나도 그런 엔딩 주세요!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
와 이 글 진짜 너무한다. 분명 텍스트를 읽고 있는데 잔소리 듣느라 귀에서 피가 나는 기분이 생생하게 든다. 거리낌없이 잔소리라고 명명할 수 있는 이유는 듣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는 귀신을 위해서 이루어지는 아무 의미값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어른 말이 우습니 왜 대꾸가 없어?‘ ‘어디서 따박따박 말대꾸야?‘ ‘다 너 위해서 하는 말이야‘ 아이고. 그렇게 말하는 분은 어르신 아니죠, 꼰대죠. 여기서 재밌는 점은, 네버엔딩 잔소리를 퍼붓던 귀신들은 그보다 더 오래된 조상님 귀신이 나타나 잔소리를 퍼부으면 견디질 못하고 경기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이놈이 49재도 안치르고 뭐어? 3일 하고는 힘들다고 부모 장례를 마쳐? 쯧쯧 인륜도 모르는 상놈 같으니라고.‘ ‘뭣이 49재? 사십구우재? 적어도 삼년 상은 채워야지!‘ 가히 이꼰제꼰이라고 할 법한 광경을 보다가 엔딩에서 결국 터져버렸다. 지구인들아 이래도 되냐. 정신차리자. 아차, 잔소리.

그 외에 ‘You are what you eat‘도 재밌었는데, 내가 재밌다고 꼽는 글들의 엔딩이 공통적이라는 걸 깨닫고 한 번 더 웃었다. 뭐야 이 책, 소개글에 부합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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