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라이프·디자인
기디언 슈워츠 지음, 이현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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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부터가 꽤나 마니아틱하다. 이제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보면 확실히 우리 나이 때 이후로는 오디오에 대한 관심이 윗 세대보단 현저히 낮다는 느낌이 든다. 본인은 아버지 영향으로 오디오에 대해 나름 관심과 지식이 있다고(주변에 비해선) 생각하지만, 윗세대의 지식에는 한참 못 미친다. 게다가 이제는 시대가 변화하여 LP보다는 디지털파일로 이루어진 음원, 유선보다는 무선을 선호하고, 본인 역시 그런 쪽에 훨씬 영향을 받는 환경에 있는데다 확실히 디지털음원과 무선으로 이루어진 기기들이 더 편한 부분이 있다. 굳이 앰프와 플레이어, 스피커를 따로 다 케이블 연결해서 음악을 들을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어찌보면 당연히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찾은 이유라면, "그래도 <아날로그>는 잊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만약 당신이 <뱅앤올룹슨>이나 <보스>의 스피커나 이어폰 등을 구매한 적이 있거나, <매킨토시>, <마란츠>, <마크래빈슨> 이란 브랜드를 한번쯤 들어봤다면 이 책이 그에 대한 호기심을 단번에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책 비주얼만 보면 접근성이 쉬워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구성은 심플하게 되어 있다. 초반 오디오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바로 오디오 브랜드의 설명만으로 이 책을 다 채운다. 모르는 브랜드가 많아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지만, 거진 1/3은 오디오 사진으로 채워져 있어 책넘김은 쉽게 넘어가는 편이다. 레트로와 모던 디자인을 얘기할 때면 늘 등장하는 이름 <디터 람스>의 디자인 뺨 치는 디자인의 오디오들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이 책에도 <디터 람스>가 언급되긴 한다) 요즘의 블루투스 스피커라던가, 거치형 플레이어들은 애교로 보일 만큼 엄청난 규모의 오디오 사진들을 보면 "이야 이건 뭐야!"라는 탄성이 나오기도 한다. 마치 "다시는 아날로그를 우습게 보지 마라!"라고 일갈하는 것만 같다.

본인은 매년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 하이엔드 오디오전"을 가곤 한다. 전시장의 비싼 오디오로 귀호강을 하면서도 늘 궁금했던 건, "저 오디오 디자인은 왜 저럴까?"였다. 물론 멋진 디자인의 오디오도 있지만, 사뭇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디자인도 있었기 때문이다. 신제품이라고 소개하는데 디자인은 전혀 신제품스럽지 않은 브랜드들이 늘 있었던 것이다. 늘 궁금했던 그 부분이, 이 책을 읽으면서 풀리게 되었다. 그 디자인(신제품스럽지 않은 디자인)들은 그 브랜드들의 "헤리티지"였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그 자체로 역사가 된다고 했던가? 비호감(?)스런 디자인일지 몰라도, 그것을 고수하면 그 브랜드의 "정체성"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 중 하나다.

이 책은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기능과 디자인 그리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떠한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려고 했고 제공해 왔는지를 아주 잘 설명해 준다. 그것을 통해 자연적으로 190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전(全)인류적인 라이프스타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지금의 우리가 어렵지 않게 접하는 디지털적인 오디오문화가, 이전에는 어땠고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기 충분하다. 물론 오디오에 취미가 있거나 오디오애호가라면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을 만끽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는 점점 진화하고 세대는 계속 바뀌어 간다. 기술의 진보가 한두 세대 이상 걸쳐 있다면 그 시대의 문명은 공유가 쉽게 가능하지만, 지금의 기술의 진보는 상당히 빠르다. 지금 한국의 30대 청년들만 하더라도 디지털 문화에만 익숙해져 있다보니, 어떻게 지금의 디지털문화로 오게 되었는지의 "흐름"을 잘 알지 못한 경우를 자주 보았다. 물론 이 책은 오디오에 대한 내용이다. 많은 종류의 문화 속에 오디오 분야라는 하나의 단편이지만, 디지털 기술 이전의 아날로그 기술과 디자인 이야기를 통해 "문화적 흐름"을 조금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조금은 거창할지도 모르지만 디지털 시대, 디지털 문화가 완연하는 요즘에, 다시 아날로그를 상기하여 잊혀진 것들과,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아가는 시간을 한번 가져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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