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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23 - 피아니스트 조가람의 클래식 에세이
조가람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4월
평점 :
Op. 는 라틴어로 '작품'이라는 의미의 단어이다.
"Opus Number"를 줄여서 'Op'라는 기회로 클래식 음악가들이 출판한 작품에 번호를 매길때 사용한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기학과를 졸업후 도미하여 베를린 국립음대를 졸업한후 유럽각지의 언론에서 호평받음 음아성을 인정 받은 피아니스트 조가람님의 작품이다.
나는 조가람작가를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지만 음악인들의 추천사에는 악보위의 음표를 건반으로 표현해왔던 피아니스트의 삶과 그 음표를 생명력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재주군이라고 표현되어있어서 음악과 인생을 어떻게 표현할것인지 궁금해졌다.
Pianist Garam Cho's Classical Music Essay
클래식 음악 에세이!
피아노, 어쩌다 한달 정도 경험해본 것이 다고, 클래식은 여고시절 음악시간에 듣기 평가를 위해 들었던 게 전부인 나에게는 두 단어가 생소할 수 밖에 없고, 어려운 이야기로 이해를 할수는 있을까 싶었지만, 선명한 붉은 표지와 간략한 제목은 잘 하려 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따라오기만 하세요~~이런 느낌을 주어서 저절로 책장을 넘길수 있었다.

이 책은 3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Part 1. 저자가 경험한 피아니스트 이야기
건반위의 혁명, 이보 포고랠리치
위로가 필요한 순간 당신은 어디로 가나요, 디누 리파티
침묵의 갈채,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복제는 예술의 것이 아니다, 알프레드 코르토
완벽은 시간의 손길을 필요로 한,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음미하라, 카디아 부니아티쉬빌리
백건 사이로 흐르는 빗방울, 백건우
진짜배기의 음악이 듣고 싶다면, 그리고리 스콜로프
Part 2. 연주가(상실, 사랑, 슬픔, 존재, 근원등 다양한 감정을 결부시키게 하는 클래식과 작곡가들의 인생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
비창 그리고 고별
세사람, 하나의 선율
리스트이 사랑
리스트의 겨울 나그네
당신도겨울이면 삶을 생각하나요
예술로 총검을 잡으라, 프레데릭 쇼팽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고, 어디에나 속했던 사람
낭만의 마지막 황제, 라흐마니노프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도, 가장 깊은 음악
모두를 위해 가벼워지다, 모리스라벨
대신노래해주는 이, 조지 거슈윈
프로코피에프만의 추모
한대의 피아노로 펼치는 교향곡
베르투오시티 축제
jazzified, Not classicalized, just music
지음, 마음이 서로 통하는
Part 3,음악이 삶에 깃든 이야기
어느 피아니스트이 이야기
그 할아버지 왜 그렇게 틀려요?
실수 없는 연주는 경으롭고, 실수를 넘어선 연주는 경외롭다
예술은 삐걱대는 것이다.
진정한 음악가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모든 생은 예술이다.
<책속으로>
p13
세상이 멈춘 듯한 시공간에서 혼자 나무막대기를 끊임없이 두드리다 보면, 이따금 고생하시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떠오른다. 세상의 모든 고단함 속에서도 부단히 살아가고 있을 이들도 생각한다.
"언니는 스치는 이들의 모든 슬픔을 다 언니의 것으로 흡수해버려."
미약한 힘일지라도 음악가로서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염원하지만,
과연 음악가가 할 수 있는 역할에 정말 힘이 있을까? 의심에 빠지기도 한다.
p63
건반위의 구도자, 아니 순례자
부산물없는, 맑디맑은 음악을 위해 삶을 간소하게 정돈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트명한 음악을 두 손에 담아 커다란 질문에 답한다. 슬픔과 사랑, 고독과 위로 그리고 조화에 대해 답한다.
"대부분 연주자는 이름 있는 오케스트라나 유명한 홀에서 연주하고 싶어하지만, 음악가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 필요로 하는 곳에서 연주해야 해요. 누구든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청중이 있으면 해야죠."
p91
브람스는 바흐를 떠올린다. 아내 막달레나의 죽음 앞에서 고요히 슬픔속에 침잠했던 그를. 자신을 진심으로 빨아들인 슬픔을 검고 흰 악보위에 봉인해 시간을 넘어 남겨 놓았던 바흐를.
그리고 클라라를 생각한다. 빛나던 머리칼은 사라지고 세월이 입가에 가득했지만, 프란츠 리스트의 말처럼 '어린 손의 눈빛에서 왜인지 모를 우수가 느껴지는' 그 눈빛은 반백 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대로였다.
p94
음악은 우리에게 인류가 공유하는 고통과 회복의 이야기를 속삭인다. 절망의 한가운데서도 존재의 의지를 되찾고, 고통의 어둠 속에서 마침내 빛을 차장내는 순간을 품는다.
p113
플라토닉도, 아가페도, 에로스도, 우정도, 어떤 수식어도 충족되지 않는 그들의 관계를 정리해본다. 클라라에게 로베르트는, 로베르트에게 브람스는 , 브람스에게 클라라는 음악의 이상향이었다.
클라라에게 브람스는 자기 자신의 투영이었고, 브람스에게 슈만은 스승이었으며 그리고 로베르트 슈만에게 클라라는 사랑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관계를 정의하는 말은 끝내 없다. 다만 그들의 음악이 여전히 흐르며 우리에게 속삭일뿐이다.
p244
지음(知音), 알 지, 소리 음, 말하지 않아도 소리에 담긴 뜻을 앎
배움이 없었던 노모만이 유우춘의 해금에 담긴 참뜻을 알았고, 우연히 만난 나무꾼 종지디만이 백아의 음악을 이해했다. 노모와 종자기는 유우춘가 백아의 지음이었다.
예술의 가치를 이해하고 지지해주며 함께 항해를 떠날 용기가 있는, 그 음악의 참뜻을 이해해주는 지음을 만난다는 것은 가여운 예술가에게 하늘이 내린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p264
예술은 최상의 결과가 아니라 '최선의 유일'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p268
모든 것이 반듯하게 정돈된 세상에 익숙해지면, 점과 같은 자그마한 분열에도 불안이 견인된다. 음악도 삶도 , 시대와 사회에서 야기된 결벽증이라고 할만하다.
디지털 세상에 양가성도 불완전함도 없는 것들을 완성해 가고 있으니, 여전히 전기가 없으면 부싯돌을 부딪쳐 불붙여야만 하는 육체를 지닌 우리, 음악을 들을 때만큼을 천연의 육신가 정신으로 돌아가서 자연스러운 흐트러짐과 생채기를 허락해보면 어떨까.
p299
근본적으로 사람이든, 음악이든, 사랑하는 마으없이 여생을 함께 할 수 없다. 긴 인생을 걸쳐 오랜 시간 함께 해야 할, 어쩌면 배우자보다도 절친한 친구보다도 더욱 깊게 마주해야 할 음악에 대한 진지한 마음이 없는데도 그것을 업으로 삼게 된다면 매우 슬픈 인생이 될 것이다.
당신이 온 마음으로 음악을 정말, 정말, 정말 사랑하지 않는다면, 음악가가 되려고 그렇게 노력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위대한 음악은 우리가 가질수 있는 최고의 친구다. 기쁠때나 슬플때나 곁에 있을 것이고, 당신을 실망시키거나 믿음을 저버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책을 읽고나서>
우리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자연을 거닐면서도 나를 찾아간다.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야기속에서 공감하고, 음악의 선율을 통해 전해지는 알수없는 전율들로 힐링을 하니 말이라는게 어떨때는 참 힘이 없다는 걸 느끼는 일도 잦다.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살면서 한번도 들어보지 않았던 작곡가를 알아가고, 그 연주곡이 어찌 탄생되었는지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고, 멀게만 느껴졌던 클래식이 한층 가까이에 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도 좋았다.
백건우가 연주한 쇼팽의 야상곡은 그래도 한번쯤은 내 귀에 울림을 준적이 있어서 인지 편안하고, 느리지만 따뜻한 피아노소리가 메말라가는 내 감정을 촉촉하게 적셔준다는 생각을 하면서 21개의 곡을 틈틈히 들어보고 있다.
슈만, 클라라, 브람스.
이름만 알뿐 어떤 사람이었을까를 해볼이유는 없었지만, 세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유튜브를 통해 '클라라'라는 영화를 보고 그들이 마음을 다 헤이릴순 없었지만, 내 마음이 아린걸 보면 그들각자는 자신만의 사랑을 자신만의 모습으로 표현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각자가 가진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음악가는 음악가로, 미술가는 미술가로, 작가는 작가로, 나같은 일반이는 지금의 자기로, 가장 자기답게 살아가고 있다. 어떨때 내모습조차 어색하게 느껴질때도 있지만, 그것또한 자신이란걸 알겠다.
많은 음악가들이 평탄하지 않았던 자신의 삶속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탄생시켜 찬사와 좌절을 맛본 그 순간이 있었기에, 그 음악을 듣는 우리는 팍팍한 인생에서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힘들때 트로트를 듣던, 가요를 듣던, 우아한 클래식을 듣던....소리의 위대함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 당신은 어디로 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