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장 밝은 밤에 헤어졌다 - 도스토옙스키 단편 백야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윌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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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백야는 여름철 북구에서 해가 지평선 아래로 충분히 내려가지 않아서 밤에도 밝게 느껴지는 자연현상이에요. 특히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5월 말에서 6월에 백야가 두드러진다고 하죠.

'여명이 남아 캄캄해지지 않는 밤, 밤과 낮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간등장하는 주인공과 나스텐카. 서로를 오가는 독백, 고백, 대화를 이야기로 이어가며 삶을 드러냅니다.

🎙️도스토옙스키가 26세에 썼던 소설로 170년이 넘었네요.
제가 중학생 때 읽고 35년만에 읽으니 느낌이 새로워요.

십대에는 '하필 주인공이 사랑을 고백한 타이밍에 나스텐카의 약혼자가 나타날게 뭐람'하며 안타까웠던 기억으로만 남았었는데,

오늘 읽으니, 몽상가인 주인공이 전하는 '젊음이 주는 낭만과 아름다움'이 가득 느껴집니다.

"젊은 날에나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밤이었다. 별빛 가득한 밤하늘은 어찌나 찬란하던지, 그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하늘 아래서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온갖 화를 내고 변덕을 부리면서 사는 걸까?'

"한순간의 아름다움이 그토록 빠르게, 그토록 돌이킬 수 없이 시들어 버림에, 당신 앞에서 그토록 빛나던 아름다움이 모두 거짓인 듯 덧없이 사라짐에 당신은 서러워할 것이다. 아름다움을 사랑할 시간조차 없었던 것에 가슴 아파할 것이다."

"제게 현실적인 삶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 같은 이런 순간이 너무나 드문 일이라서 저는 꿈속에서도 이 순간을 되새길 거예요. 밤새도록, 일주일 내내, 1년내내 당신을 꿈꿀 겁니다."

🎙️이 소설에는 등장인물이 몇 명 되지 않아요. 이름을 알 수 없는 주인공 몽상가, 나스텐카, 나스텐카와 약혼하기로 한 남자, 나스텐카의 할머니, 하녀 두 명 표클라와 마트료나가 전부에요.

두 사람은 한여름밤에 만나 고작 사흘정도를 함께 하고 사랑을 품다 헤어지지만 누구도 그 둘을 실제로 본 사람이 없어요. 그저 몽상가인 주인공의 말 속에만 존재할 뿐입니다.

"기쁨과 행복은 사람을 얼마나 아름답게 변화시키는지! 심장은 또 얼마나 사랑으로 들끓게 되는지! 자신의 모든 마음을 다른 이의 마음에 가득 붓고 싶고, 세상 모든 것이 즐겁고 모두가 활짝 웃기를 바라게 된다."

"나스텐카. 저는 한 번씩 슬픔이 덮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이제 나는 정상적인 삶을 살기는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것에 대한 모든 감각과 요령을 상실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결국엔 자신을 저주 하게 됩니다."

🎙️주인공 남자는 건물과도 친구하며 대화하는 순수한 젊은이에요. 나스텐카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도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올지 모르고 사랑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마르지 않을 것 같던 환상도 끝없이 긴장하다가 말라간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누구나 어른이 되면 자신이 과거에 품었던 이상을 떠나보내면서 살게 되니까요. 그 이상들은 산산이 부서져 먼지로, 부스러기로 남습니다. 달리 살 도리가 없다면 그 부스러기로 새로운 삶을 지어 올려야 합니다."

🎙️마지막에 젊은 편인 하녀 마트료나를 폭삭 늙어버린 모습으로 느끼며 묘사한 부분을 읽었을 땐, 어쩌면 소설 전체가 그저 아름다운 몽상가의 상상 속 이야기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대의 하늘이 언제나 맑기를, 그대의 사랑스러운 미소가 언제나 밝고 구김없기를, 한없이 기쁘고 행복 한 순간에 그대에게 축복이 넘치기를, 그대는 어떤이 의 외로운 가슴에 기쁨과 행복의 순간을 안겨주어 감사한 마음을 가득 품게 했으니!"

"그래! 한순간이었던 지극한 행복이여!"
"한 사람의 일생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실제 사건이든, 주인공의 공상이든 저는 소설의 엔딩이 참 마음에 들어요. 짧게 만나 금방 사랑에 빠지고 고백하고 헤어지지만 순수한 청춘의 감정을 잃지 않아서예요.
남은 삶에서 어떤 쓴 맛과 고통을 겪는다고 해도, 이십 대의 사랑과 이별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단단한맘서평단
#출판사로뷰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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