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사람을 죽일 때 - 미시마 유키오 미스터리 단편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심지애 옮김 / 북로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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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음모' 독약' 원한' '살의''배신'
미스터리 소설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핵심 주제들이지요.

🎙️미시마 유키오는 인간의 욕망과 파괴, 아름다움의 본질을 집요하게 탐구한 작가로 그의 생애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강렬 한 논쟁과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이 책은 미시마 유키오 단편선 중 지독히 기묘하고 미스터리한 작품만 모았다고 해요. 묘하게 읽을 때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이후 잔잔한 폭풍이 몰아치는 느낌으로 제 곁에 머물더라고요.

열 두 편의 이야기 중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작품은
<물소리>와 <월담장 기담>, <아침의 순애>였습니다.

🏷️ 물소리
- 한 때 여자에 미쳐 모친을 죽음으로 내몰고 현재 뇌 병을 앓고 있 는 부친 겐죠와 너무도 젊은 나이에 병을 앓고 있는 딸 이야기에요.
기쿠코와 오빠 쇼이치로와의 대화는 마음 깊숙한 곳까지 아프게 해요. 사랑이 무엇인지, 희망이 무엇인지 알 기회조차 없었던 그들의 삶은 가엾다는 말조차 부족합니다. 남매가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하려는 이유는 그들이 살기 위해서가 아니었어요.
편하게 죽고싶었던 기쿠코의 소망 하나 뿐이었어요.
사이 좋은 남매 를 살인자로 만든 '빈곤과 병'이라는 주제는 인간 존엄에 대한 가치 를 깊이 돌아보게 만듭니다.

"기쿠코는 천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씩씩해서 무서워 하지 않는다. 얇은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마치 기쿠코의 얼굴에 떨어져 내리는 듯했다. 창틀에 물보라가 일었다.
"와, 비가 오네. 행복해"

"쇼이치로는 여동생이 뜬금없이 행복해!라고 외치면 섬뜩했다.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병자가 외치는 이 말에는 어딘가 잔혹한 울림이 있었다."'

"죽어가는 인간은 뭐라도 희망을 품어야 하고 그러려면 나는 어떤 일이라도 해서 희망을 품을 권리가 있어. 어떤 사람은 죽는 순간까지 낫는다는 희망을 이어가고. 나는, 모든 파리가 날개를 잃어버리기라 도 하듯이, 세상이 단번에 뒤집히는 희망을 품어도 괜찮은 거겠지"

🏷️ 월담장 기담
- 데루시게는 월담장의 주인이었고, 못되고 독특한 습성을 가진 사 람이에요. 스스로 행동하지 않고 타인을 시켜 벌어진 행위를 바라보며 욕구를 충족시키죠. 마을 처자인 기미에에게 별장지기를 시켜 몹쓸 경험을 갖게 하는 그에게 기미에는 어느 여름날 복수를 강행합니다.

특히 이 소설은 한 편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풍경 묘사가 정말 아름 다웠어요. 소설에서 산수유 열매는 복선이자 결정적인 단서입니다.

"물은 검게 부풀어 올라, 붉고 거친 바위 사이로 격렬하고 섬뜩한 출렁임을 멈추지 않았다. 눈을 들어 먼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찬란한 빛이 내 불안을 덜어주었다."

"그곳에서 석양을 마주했다. 길 위의 자잘한 돌들마저 하나하나 어 슴푸레 빛났고, 길가의 무성한 풀들은 셀 수없이 많은 황금빛 곡선 을 내밀었으며, 고개숙인 풀들의 목덜미는 모두 금빛을 띠고 있었 다. 그리고 저편 소나무의 엇갈린 줄기 사이로 암석해안이 하얗게 반짝였다."

"그 높은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거였지."

"실수로 발이 미끄러져 떨어졌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기미에가 한 짓인 줄 아신 건가요?"

"적어도 나는 바로 알았네. 영주님 시신은 두 눈알이 파 내어졌고, 그 빈자리에 산수유 열매가 빼곡히 채워져 있었으니까."

🏷️ 아침의 순애
- 어느 일본 영화나 소설에서 한 번쯤은 접했을 일본인 특유의 정서가 녹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료스케와 레이코는 각각 스물세 살과 열여덟 살에 만나 쉰과 마흔다섯이 된 지금까지 처음 같은 사랑의 느낌을 유지하고자 젊은 남녀의 존재를 이용합니다. 그들의 선택과 행위가 과연 사랑을 위한 순진무구한 것인지 기괴한 방법인지 현실과 관념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따라야 할지 판단해 볼 일입니다.

"그 중년 부부는, 그 어떤 젊고 아름다운 연인보다 젊고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그렇게 아름답고 순수한 입맞춤을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겁니다. 저는 나이프의 날 끝을 놈들을 향해 세웠습니다. "왜 그랬는가?"

"놈들이 아름답고, 진짜여서, 그게 다입니다. 그게 전부예요. 그것 말고는 놈들을 죽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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