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동 이야기
조남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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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작가의 신작 <서영동 이야기>를 가제본으로 먼저 받아보았다.

‘봄날아빠(새싹멤버)’, ‘경고맨’, ‘샐리 엄마 은주’까지 총 세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모두 가상의 공간 서영동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따스해 보이는 표지와 달리 영 마음이 불편하다. (맞다. 이분 <82년생 김지영> 쓰셨지…) 분명 가상의 공간이지만 너무 이곳의 이야기이고, 또 내가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해서다. 서영동과 이웃한 은라동의 아파트와 가격차이로 발끈하는 주민들이나 유치원 엄마들의 브런치 모임에서 오가는 대화, 정년퇴직 후 경비원이 된 아빠의 일터 가까이 사는 k-도터 등 듣기만 해도 머릿속에 그려지는 불편한 상황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유독 이런 이야기에 취약해서 이 짧은 가제본을 읽는 것도 조금 버거웠는데, 가장 마지막에 실린 ‘샐리 엄마 은주’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야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불편하고 말 이야기는 아니라는 확신을 주었다.


1.
유정은 사실 아파트 얘기가 싫다. 이 비싼 집을 세훈이 혼자 마련했다는 사실이 부담스럽다. 회사 동료들도, 오랜 친구들도, 유정의 부모님마저 좋겠다, 부럽다, 세훈에게 잘해라, 했다.
지금 세훈은 거의 1년째 구직 중이다. 외삼촌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총괄 매니저를 했었는데 레스토랑은 몇년 사이 매출이 계속 떨어지다 지난해 결국 폐업했다. 세훈은 개업 준비를 하다가 프랜차이즈 상담도 받다가 아예 상관없는 회사에 이력서를 넣기도 했는데 어느 것도 쉽지 않았다. 지금 생활비는 유정의 수입으로 충당한다. 그런데도 왜 자꾸 움츠러드는지 모르겠다. 이깟 아파트가 뭐라고.
-봄날아빠(새싹멤버)-


2.
대답할 수가 없었다. 말한다고 네가 이해할 수 있을까. 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서울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소유주가 된 네가, 작은 아버지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다가 큰 아버지의 회사로 이직한 네가, 가족 단톡방의 부모님 해외 여행 사진에 무심히 이모티콘을 보내는 네가, 그 모든 일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네가 이해할 수 있을까?
-경고맨-



3.
지긋지긋하기는 은주도 마찬가지였다. 샐리 엄마도, 새봄 엄마도, 그런 여자들 중 하나로 보이지 않으려 애쓰는 생활도, 그런 여자들을 둘러싼 말들도, 오해도, 적의도, 정말 지긋지긋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대체 그런 여자는 어떤 여자고 그렇지 않은 여자는 또 어떤 여자인데.
-샐리 엄마 은주-





현실의 어두운 면을 굳이 작품으로 보고 싶지 않다. 존재하는 자체로도 끔찍하기 때문에 그걸 다시 가상의 이야기로 재구성 해서 볼 필요가 있나? 생각하는 편인데, 대게 대책 없이 현실 고증으로 끝나는데 그친 작품을 많이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서영동 이야기>는 가제본이라 전체 내용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그다지 밝은 내용도 아닌데다 대책이 없다. 치솟는 아파트 가격으로 분열이 일어나는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대책을 알고 있다면 그건 소설이 아니라 부동산 대책 비법서가 되겠지. 그래서 또 잔뜩 한탄하다 끝날까봐 괴로워하며 읽었는데 샐리 엄마의 독백이 너무 좋았다. 나와 같이 괴로워하는 줄 알았는데, 괴로워하는 지점이 조금 달랐고, 괴로움을 들여다보고 감정과 현실을 분별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에서 나만 부끄러워졌다.


위로가 되었던 건 작가의 말에서 작가님이 소설을 쓰는 내내 괴롭고 부끄러웠다고 하셨던 부분이다. 그래도, 적어도 나만 멋쩍었던 게 아니었나보다.


괴롭지만 이상하게 따뜻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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