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MBTI가 뭔지 묻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나를 궁금해하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 진심으로 나를 알고싶어 하는 마음보다 유튜브 쇼츠 보듯 지나가면서 짧게 파악하고 싶은 게 아닐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읽힐 밋밋한텍스트로 취급받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나라는 사람의 두께가 얄팍해지는 기분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나는 살면서 주목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지만, 누군가 나에게 MBTI가 뭐냐고 묻는 순간엔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하게 주목받는 기분이들었다. 그때마다 내가 종이비행기가 된 것 같았다. 원리에 맞게 착착 접혀서 허공을 향해 던져지는 종이비행기. 모두가 우와, 하고 외치며 눈길로 좋지만 이내 운동장 바닥으로 추락하고 마는 종이비행기. 다들 흥미를 잃고 그냥 떠나버려서 운동장 바닥에 버려진 채로 바람이 불 때마다 까딱거리며 흔들리는 종이비행기. 날리려고 했고, 날았고, 이젠 땅에 떨어졌으니툭툭 털고 일어나 집으로 가야 할 것 같은 종이비행기.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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