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집안의 몰락의 과정을 통해 부자들이 얼마나 탐욕스러운가를 알고 있는 터였다. 아흔아홉 냥 가진 놈이 한 냥을 탐내는 성미를 알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부자들이 가난을 탐내리라고는 꿈에도 못 생각해본 일이었다. 그들의 빛나는 학력, 경력만갖고는 성이 안 차 가난까지를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한다는 건 미처 몰랐다. - P65

요새 나는 자주 거울 앞에 서곤 하는데 오래 바라보진 못한다. 너무 젊어 뵈는 내가, 중풍이 걸린 후 몰라보게 퇴락해가는 그보다 더 낯설어 보인다. 나는 자신이 마치 늙은 왕의 죽음과 함께 순장당한 어린 궁녀만 같아 그 애처로움을 차마 오래 견디지 못한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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