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과 억울함에 대한 공감이 없는 공정은 오직 나의 억울함에 대한 집착으로 향한다. 이 집착은 개인의 억울함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분풀이를 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렇게 억울함은 폭력을 낳는다. - P111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2년을 싸우고도 진전이없자, 2020년 김미숙 이사장은 급기야 한겨울에 거리에서 곡기를 끊고 온몸으로 호소했다. 굶어본 적이 없어 잘할 수 있을지 두렵다고 하면서도 그 결연한 단식은 29일 동안이나 이어졌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교묘하게 기업의처벌을 최소화하며, 그 이름에서도 ‘기업‘을 없앴다. 이 법의 공식 이름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되었다. ‘기업’은 정작 책임져야 할 순간에는 그 이름을 감춘다. 법은 이미 수없이 반복되었던 억울한 죽음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보다, 혹여 기업이 억울한 일을 당할까 봐 최선을 다해 기업의 입장을 배려하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사람보다 기업이 더 인격체로 대우받는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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